어느 부부의 이야기다. 이들은 자주 다툼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자녀의 기분을 살펴가며 부부의 상황을 설명 해 주었지만, 차츰 자녀의 감정을 생각하기보다 자신들의 감정을 참지 못해 과격한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고, 당시 그 부부가 느끼기엔 다행스럽게도 아이의 행동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부부는 싸우는 중에 화장실에 가는 아이를 보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음에도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를 이상하게 여겨 들여다보니 아이는 바지를 입은 채로 볼일을 보고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 모습에 충격을 받은 부부는 병원 문을 두드렸고, 아이는 불안장애 진단을 받게 되었다.

기분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런 표현이 서툰 어린아이의 경우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모르고, 그 감정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모를 때가 많다. 마음의 상처는 특별한 사건이 없이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별한 증상이 없음에 괜찮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이전 칼럼에서 기술한 것과 같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화를 내거나, 퉁명스러운 말투를 쓰거나, 소리를 지르고, 과격한 행동을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또는 위의 상황처럼 감정이 있으나 속으로 쌓아두는 것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 여러 감정을 나름대로 표현하고 있어도 정확한 감정단어로 표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감정 조절하지 않고는 생각을 표현하기 어렵다. ⓒ김지연

[화내지 말고 예쁘게 말해요] 라는 동화책의 대화로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늘 화를 내며 말하는 버럭 쟁이 고슴도치가 있다.

고슴도치는 자신이 화를 잘 낸 다는 사실도 소리를 잘 지른다는 사실도 모른다. 매사 짜증이 많고, 신경질적이다.

어느 날, 머리 위에 손바닥만 한 구름이 생겨버렸다.

“저리가, 귀찮다고” 라며 짜증을 내지만 구름은 없어지지 않았다.

후에 동생이 고슴도치의 물건을 만지려고 하자 고슴도치는 소리를 치며

“내꺼야! 만지지마!”라고 말한다. 그때 구름은 식빵만 하게 커진다.

이 때 고슴도치는 자신의 놀이시간을 방해한 동생에게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자신의 물건을 만지는 것에 화가 난 것인지 스스로의 감정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동생의 감정은 장난감에 관심이 있기보다 누나와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었다.

여기서 고슴도치는 자신이 화난 이유를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감정적인 행동만을 보일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읽고 이해한 뒤 그로 인해 상처받은 나의 감정과 요구사항들을 적절한 말로 전달하여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을 알 리 없던 고슴도치의 머리 위 구름은 점점 커져만 간다.

“내가 먼저 탈거야!”

“맛없어! 싫어. 안 먹어!”와 같은 [나]의 감정에만 충실한 대화는 나쁜 말 구름들이 번개를 칠 만큼 감정적인 말들일 뿐이다. 그것은 결코 상황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

타인과의 충돌에서 비롯된 감정은, 상대방이 왜 이러한 말과 행동을 하는지 [타인의 감정]을 읽고, [나의 감정]을 표현한다면 상대를 이해할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상황을 유도 할 수도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말도 없이 나의 자전거를 타려는 동생에게

“내꺼야! 만지지마!” 라는 말보다

“나는 네가 자전거를 빌려달라고 말하고 자전거를 탔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하는 동생의 감정을 읽고, 내가 원하는 상황으로 만들 수가 있다.

[나는]으로 시작해서 [좋겠어] 라고 끝맺는 말이 된다면,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고 나의 감정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대화법이 될 것이다. 스스로의 감정을 내적으로만 쌓아두는 친구들도 이와 같이 말하는 연습을 통해 타인으로 하여금 나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표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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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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