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나르시시즘은 공포를 양산하는 강력한 도구다. 정신의학자 등 미국 전문가 27명이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란 서적을 집필한 게 그 증거다.

직접 진단을 하지 않은 채로 공인의 정신을 감정하는 행위를 금지한 원칙인 ‘골드워터 규칙’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비판에도 저자들은 위험한 지도자로부터 인류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출간을 강행했다.

남북대화와 맞물려 북미관계의 복원이란 문제에 대한 해답 찾기에 가속이 붙으면서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낮아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날아온 비판과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북한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문재인 대통령의 뚝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하나 이에 못지않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건 군사적 공격을 보류하면서 남북의 협상 결과를 기다려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다.

상황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결정의 간결함을 담보하는 요인 중 하나인 기다림은 지도자가 지녀야할 덕목 중 하나다. 지구촌의 명운을 결정지을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응당 갖추고 있어야 할 품성이다.

책을 펴낸 전문가들의 우려가 시작된 건 이 지점에서다. 자기애가 편집증적으로 매우 강한 나르시스트인 트럼프 대통령은 특성상 자신의 판단과 행동에 과도한 믿음을 갖는 반면, 타인의 조언은 가벼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집단지성은 오류를 수정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나침반이다. 독재보다 만인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우월한 체제로 평가받는 이유다.

보호무역보다 자유무역이 세계는 물론 자국의 경제를 위해서도 긍정적이란 의견과 총기소유의 제한 등 지도자의 의견과 반대되는 주장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민주주의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나르시시즘에 빠진 대통령은 대다수 여론을 묵살하며 국정을 이끌고, 전 세계는 핵전쟁과 무역전쟁 등 평화를 해치는 사건들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사실 나르시시즘이 그리 나쁜 건 아니다. 자기애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건 그만큼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자존감이 높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자신의 삶에 흠집이 나는 거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행동 하나와 말 한마디 등을 조심하며 살아간다. 또한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오류를 걱정하기에 타인의 조언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행복만큼이나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바란다. 이른바 ‘이상적 나르시시즘’의 전형이다.

‘삐뚤어진 나르시시즘’은 겸손이 결여되고, 보상심리가 만연할 때 발생한다. ‘내가 이 자리까지 올라온 건 내가 잘 나서고,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이니 이 정도는 해도 된다’는 심리는 불법과 타협하게 하고, ‘많이 배웠기에 남들보다 뛰어난 두뇌를 갖고 있으니 내 결정은 완벽하다’는 자만심으로 점철된 자아 파괴적 현상은 높은 자존감으로 포장된 것일 뿐이다.

장애인들이 이런 함정에 빠질 확률은 비장애인들보다 높다. 장애를 극복하고, 높은 자리에 올랐다는 비장애인들의 칭찬은 정체성을 부정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장애인이지만 스스로에게 비장애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특권을 부여하고, 이로 말미암아 장애감수성이 사라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안으로는 장애를 꾀하고, 밖으로는 부단히 장애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던 이중적 욕망이 비로소 일차원화 되는 묘한 순간일 게다. 그토록 뿌리 뽑고 싶던 장애∙비장애의 수직적 관계는 자신의 위치 변화로 인해 사수해야할 유물이 된다. 그러한 구조만이 자신의 희소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2개월 후 있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장애인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바라는 점은 ‘삐뚤어진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않게 당선 후에도 의회가 아닌 현장으로 나와 장애인들과 함께 호흡해달라는 거다. ‘나는 장애인이지만, 장애인은 내가 아니다’란 마음가짐으로 다른 장애인들의 목소리에도 주목해주시길 소망한다. 지도자가 아닌 장애인들의 기다림은 콜택시에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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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용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중앙일보 대학생 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에 5년간 기명칼럼을 연재했다. 2013년 12월부터 1년 간 KBS <사랑의 가족> 리포터로, 2017년 5월부터 약6개월 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블로그 기자로 활동하며 장애 문제를 취재해 사회에 알리는 일을 했다. 장애 청년으로 살며 느끼는 일상의 소회와 장애 이슈에 대한 생각들을 칼럼에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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