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텍사스 샌안토니오로 가족과 함께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주를 하고 아이를 새로운 학교에 전학 시켰다.

하와이 학교에서 받아온 교육 계획법을 새 학교에서 어떻게 잘 이어나갈지 전학 수속을 하면서 특수학교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과 함께 간단한 전학 미팅을 하였다.

이런저런 서비스 계획을 이야기하던 선생님이 문득 다음 주에 1학년 아이들이 현장 학습을 갈 예정이라고 스케줄을 알려주신다.

장소가 모건의 원더랜드(Morgan’s wonderland)라는 놀이공원이라고 혹시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신다. 모건의 원더랜드, 장애아이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살면서 한 번은 꼭 가봐야 하는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억만장자 아빠가 발달 장애가 있는 딸이 다른 놀이공원에서 받는 불편함을 깨닫고 장애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알려진 놀이공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모건의 원더랜드 안에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 중고등학교도 있다. 학습과 동시에 직업 훈련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뉴스에서 봐서 안다고 하자 교장 선생님이 아주 훌륭한 곳이라고 샌안토니오의 자부심이라고 자랑스럽게 설명을 덧붙인다.

이번 주 드디어 1학년 꼬마들과 현장 학습을 다녀왔다. 전학 온 지 얼마 안 된 딸이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과 야외 활동에 어떤 돌발 행동을 보일지 걱정이 앞서 부모 자원봉사를 신청하고 참관 자격을 얻어 아이들과 함께 원더랜드로 들어갔다.

우리 아이의 학교 외에도 줄줄이 여러 학교의 버스들이 들어온다. 놀이공원의 직원들은 스쿨버스가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안전히 내릴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아이들을 가장 먼저 줄 세워서 데려가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첫 번째 체험관으로 다가가니 휠체어를 타신 분이 나와서 우리를 안내한다. 함께 온 학교 선생님은 뒤로 빠지고 휠체어를 탄 신체장애가 있으신 분이 아이들을 인솔한다. 아이들은 휠체어를 미는 인솔자의 뒤를 졸졸 따라 영양소를 배우고 물건을 구입하는 체험을 해본다.

두 번째 체험관은 실외 호수에서의 낚시터였다. 지적 장애가 있으신 직원분들이 아이들에게 그 호수에 사는 물고기 종류와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신다. 말도 어눌하고 천천히 이야기하는 저 일일 선생님이 된 직원분이 답답할 법도 한데 아이들은 낚시를 해본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서로 손을 들고 질문을 한다. 낚시 시간이 시작되자 여기요 저기요 앞다투어 그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서툴지만 천천히 그들만의 속도로 직원분들이 아이들을 이끌어준다. 아이들은 그들의 도움으로 물고기를 잡고 사진을 찍고 신이 나있다.

세 번째 체험관의 인솔자는 왜소증을 가진 분이셨다. 아이들과 비슷한 키를 가진 직원분이 아이들과 함께 할 놀이를 알려준다. 아이들은 놀이 규칙을 배우고 놀이기구를 탄다는 사실에 신이 나있다.

퀴즈에 대답하기 위해 서로 앞다투어 손을 드는 아이들에게 성인인 인솔자분의 키가 왜 우리만큼 작은지는 이미 관심 밖의 일이다. 장애가 있건 없건 아이들의 눈에 그들은 학교 선생님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일 선생님으로 비춰질 뿐이었다.

그 외에도 우리를 따라다니며 도움을 주고 아이들을 이끌어 주신 많은 직원분들에게 장애가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그 공간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돌봐주거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이건 어떻게 열어요?", "물고기가 잘 안 잡혀요", "게임에서 찾아야 할 물건을 못 찾았어요" 부터 시작해서 "반대쪽 입구는 어딘가요?", "화장실은 어디에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인 선생님과 부모들 조차 끊임없이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원더랜드에서 그들은 주인이었다. 아이들은 그들이 다름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하였다.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라는 게 보통 그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거나 인턴쉽을 하는 등, 그들을 돕는 존재로서 참가하던 나에게도 그들에게 도움을 받는 존재가 된 하루는 매우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제 만 7살인 아이들에게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었을까, 그 하루 동안에만 여러 학교가 원더랜드에 현장 학습을 다녀왔다. 참가한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었다.

장애가 있다는 것이 그냥 다름일 뿐이라는 것, 상황에 따라 그들이 우리를 이끌고 우리를 돕는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장애를 단순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넘어서서 함께 사는 법을 익히는 소중한 경험을 체험 학습이 아이들에게 남겨주었다.

교실 안에서 교과서로는 도저히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교훈을 어린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감동적이었다.

나의 칼럼방 제목이기도 한 원더랜드, 이곳에서 만난 원더랜드에서의 특별했던 하루가 매일매일 세상 어느 곳에서도 펼쳐질 수 있기를, 온 세상이 우리 장애 아이들을 위한 원더랜드가 되는 날이 오기를 속으로 조용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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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니 칼럼리스트 현재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 도시가 속한 베어 카운티의 지적발달장애인 부서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바다 수영과 써핑을 사랑하는 자폐증이 있는 딸과 한발 한발 서로의 세상을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바다 꼬마가 사람들의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는 게 인생의 목표이다. 이곳에서 체험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와, 바다 꼬마와의 서툴지만 매일이 배움과 감동인 여정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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