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인의 장기입원화가 심각하다. 실태조사 결과 평균 30개월의 입원생활을 한다. 25년간 병원생활을 하는 척수장애인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입원기간 내 4주간의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포함해서도 하지 마비인 흉수는 3~4개월, 사지 마비인 경수는 6~7개월 만에 퇴원하는 경우와는 비교가 불가능 하다.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하루아침에 척수손상으로 인해 치료를 위해 들어간 병원에서 치료만 마치면 나와야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지역사회로 나가면 죽는 줄 안다.

수동적인 삶에 만족하며 병원이 더 편하다는 사람도 있다. 장애인이 된 가장은 (가족들을 위해) 내가 희생하면 모두가 편하다며 퇴원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중도장애인에게 지역사회 전환서비스에 눈감고 의료적 재활에만 몰두한 폐해이기도 하다. 의료적 재활은 물론 심리적 재활, 직업적 재활, 가족 교육 등 사회적 재활을 포함하여 종합적인 재활에 대한 즉각적인 제도화와 강력한 실행이 요구된다.

전국의 병원에 자의반 타의반 장기 입원(사회적 입원)을 하고 있는 중도·중증의 척수장애인들이 많이 있는데 이에 대한 실태도 파악되지 않고 아무런 지원제도가 없이 수수방관 되어지는 현실이 더 암울하다.

왜 척수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개인의 문제가 제도적인 문제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커뮤니티케어 개념도. ⓒ이찬우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는 기존의 단절된 지역사회와 복지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안에서 주거지원을 주축으로 하여 일상생활, 활동지원, 가사지원, 건강의료, 소득지원, 일자리 등의 서비스가 연계, 통합되도록 하는 ‘지역사회 중심 서비스 지원’이다.

사회적 약자가 시설에 있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 수 있는 선진국형 복지체계로의 전환에 역점을 두고 있다.

탈시설, 정신장애인의 사회복귀, 아동 재활과 노인들의 요양문제까지 지역사회에서 품겠다는 정책인데 그런데 장기 입원화된 중도·중증장애인의 대책이 빠져있다는 것은 이 사회가 중도장애인에 대한 체감도가 그만큼 없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중도장애인의 삶의 질은 체계적인 계획에 의한 초기지원에 따라 그 방향과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사회경험이 있는 척수장애인은 스스로의 결정으로 장애이전보다 더 활발히 사회활동도 가능하다. 이는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병원 생활을 15년간 하고 있는 척수장애인 회원이 있다. 자동차 사고로 사지마비 최중증의 척수장애인이 되었지만 12년간 병원을 전전하며 생을 원망하며 수동적이고 까칠한 삶으로 주위와 담을 쌓고 지냈지만 그 누구도 적극적인 개입 없이 방관을 했다. 시스템 자체가 그렇다.

다행히 3년 전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의 정보메신저(동료상담가)에게 발각(?)이 되어 12년간 세상과 쌓았던 담을 조금씩 무너트리고 있다.

장애를 수용하고 자존감을 높이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고, 그동안 만나지도 않았던 가족과도 만나게 되었다. 메신저들은 교통사고 후유 장애인에게 주는 재활보조금도 연결시켜 주었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핸드폰도 개통시켜 주었다.

세상에 홀로 있다는 극도의 외로움과 공포감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었고 처음에는 휠체어를 타는 것조차 거부했으나 이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당당히 지역사회의 행사에도 곧잘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의 노력 끝에 임대주택을 분양받게 되었고 입주 전에 마지막 병원생활을 하고 있다.

15년이라는 병원생활 동안 사회로 나갈 아무런 준비 없이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시설 안의 장애인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법적인 시설에 한계하지 말아야 한다. 지역사회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르고 지원이 없다면 병원이든 가정이든 모두가 시설이다.

지자체 중 가장 먼저 탈시설정책을 펴고 있는 서울시의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를 통해 탈시설장애인을 위한 자립생활체험과 자립생활주택 지원 등의 촘촘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장기입원을 하고 있는 중도장애인과 가정에서 운둔하고 칩거하는 장애인들에게는 기회조차 없다.

서비스를 받으려면 시설에 들어가 1년간 있다 나와야 되는 웃픈 현실은 얼마나 비생산적인지 모르겠다.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디테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입원초기부터 척수장애인들을 추적하여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척수장애인이 병원에 입원을 하면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와 즉시 연계하여 지역사회의 연착륙을 위한 계획이 수립되어 촘촘한 그물망식의 지원이 되어야 지원 대비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의료적 재활에 집중을 하고 사회적 재활은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콜라보레이션이 필요하다. 병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중도장애인의 지역사회 함께 살기는 남의 일이 된다. 이것이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이지 않은가?

지금 보건복지부에는 커뮤니티케어추진본부가 조직되었다. 이곳에서 탈시설의 고전적인 개념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커뮤니티케어의 방법 찾기를 희망한다.

선을 긋고 너는 되고 너는 안 되는 이분법적인 손쉬운 방법보다 제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논의되기를 바란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대의를 어긋나는 일도 아니다.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No One Left Behind)가 일반적인 통념이 된지 오래이다. 맞춤형 복지도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 근간이다.

원치 않지만 장기입원을 할 수 밖에 없는 척수장애인들의 현실에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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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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