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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의 투병일기-② ‘뇌염 발병 후 실명’

17일간의 혼수상태 후 시신경 세포 모두 손상

수없이 반복되는 응급상황에 4년간 병원 생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3-16 15:01:18
2006년 8월 9일 폭염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날, 나는 갑작스럽게 고열이 발생한 서연이를 업고 급히 신촌 세브란스 응급실에 왔었다.

면티의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잠시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응급실에 왔는데 서연이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생사를 오가는 상황이 이어졌다.

실낱같은 생존확률! 두려움과 절망속의 간절한 기다림 속에서 서연이는 17일 만에 깨어났지만 뇌염 후유증으로 인해 발생되는 질병의 악순환, 수없이 반복되는 응급상황으로 4년 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뇌염발병 후 17일간의 혼수상태…….

어제까지 아장아장 걸으며 재롱을 부리던 서연이가 왜 이곳(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걸까! 나는 믿기지 않는 현실을 부정하며 중환자실 문 앞을 떠나지 못했다. 중환자실의 면회시간은 오전 오후 한 시간씩만 허용되기 때문에 보호자들은 대부분 면회시간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간다.

나는 중환자실 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서연이에게 말을 걸고 텔레파시를 보냈다. 새로운 중환자가 올라오는 침대가 지나갈 때면 비켜서 있다가 중환자실 문이 열렸다가 닫히면 문 앞에 바짝 서서 서연이에게 입이 닿도록 말을 걸고 기도했었다.

“서연이 가지마. 서연아 엄마에게서 멀어지면 안돼. 서연이 엄마 말 들리니? 서연아 꼭 살아야 한다. 우리같이 집에 가야해. 서연아 가지마. 서연아 제발 가지마라, 가면 안돼.. 서연아! 서연아! .............어떤 모습이라도 괜찮아. 서연아 제발 떠나지 말아다오. 사랑하는 내 딸 서연아. 제발 제발...”

나는 아침부터 밤까지 서연이에게 텥레파시를 보냈다. 그러나 어떠한 항생제도 바이러스를 퇴치하지 못하고 하루, 이틀, 사흘, 서연이의 생존확률은 점점 더 미약해 지고 있었다.

자식의 죽음을 기다리는 부모의 애타는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

나는 충격과 고통으로 기운이 없어 쓰러질 것만 같았다. 나는 중환자실 복도에서 하루 종일 텔레파시만 보내다가 기운이 없어 깜박 졸면 힘없이 꿈을 꾸었다.

서연이가 작은 구름을 타고 기도하고 있는 나의 머리 위를 빙그르르 돌기만 할 뿐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다. 엄마가 너무 매달리기에 서연이가 가지 못하고 있는 꿈이었다.

시신경유발전위검사 : 시신경이 모두 소멸하여 실명함(https://blog.naver.com/ja8810). ⓒ김현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시신경유발전위검사 : 시신경이 모두 소멸하여 실명함(https://blog.naver.com/ja8810). ⓒ김현정
“장서연 보호자분 중환자실로 들어오세요, 서연이의 속눈썹이 움직입니다.”

급하게 간호사님이 부르셨다. 드디어 서연이는 17일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서연이는 온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장작처럼 굳어있었으며 입도 열리지 않은 상태로 겨우 목숨만 붙어 있었다.

“장서연 보호자분 서연이가 엄마를 알아보나요?”

나는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서연이의 예전모습은 모두 사라졌고, 죽을 만큼의 통증으로 입술을 열지 못한 채 신음소리만 들렸다. 겨우, 생존한 서연이를 안고 살아준 것이 고마워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서연이에게는 MRI검사, 뇌파 검사, 시신경검사, 엑스레이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가 이어졌다. 생존한 상태를 가늠하고 새로운 처방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검사결과가 나왔다. 시신경유발전위검사에서 신경파동이 전혀 보이지 않고 국수가닥처럼 긴 줄이 서너 줄 보였다. 시신경세포가 모두 손상되어 두 눈이 완전히 실명한 것이다.

서연이는 암흑 속에서 온몸이 마비된 채 장기도 움직이지 않아 죽을 만큼의 통증만을 느낀 상태로 생존한 것이다. 나는 서연이처럼 두 눈을 감아 보았다. 깜깜한 어둠속에서 내 몸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 속에 갇혀버린 서연이의 입장을 느껴보려 애썼다.

섬찟하고 무서웠으며 고통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에 눈물이 수없이 빰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나, 현실은 서연이의 실명을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투병 후 신촌세브란스 병실에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https://blog.naver.com/ja8810). ⓒ김현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투병 후 신촌세브란스 병실에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https://blog.naver.com/ja8810). ⓒ김현정
서연이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죽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통증과 뼈가 부러질 듯한 심한 강직이었다.

난 의료상식이 전혀 없으니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무척 괴로웠었다. 실신할 정도로 아파서 우는 서연이에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모든 상황이 생소하고 낯설어 가슴이 답답하고 타들어갔다.

나는 시행착오 끝에 나름대로 방법을 찾긴 했는데 두 다리를 쉬지 않고 세게 흔들어 주면 울음이 좀 덜하였다.

그래서 하루 종일 다리를 흔들면서 주물러주고, 저녁에는 남편이 퇴근하고 와서 주무르고, 밤 12가 넘으면 친정어머니께서 인천에서 막차를 타고 세브란스로 오셔서 밤을 지새우며 서연이를 간호해 주셨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3교대로 시간을 정하여 서연이의 온몸을 흔들고 주물러 주기를 일 년간 반복 했었다.

서연이는 강직으로 인하여 온몸이 플라스틱처럼 뻣뻣하니 다리를 흔들면 서연이 머릿속까지 흔들려서 손상된 뇌세포가 흔들려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통증의 강도가 죽을 만큼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서연이는 강직이 너무 심하여 30분만 주물러주어도 내 팔이 끊어지는 것 같았다. 두 다리를 흔들어 주기를 할 때도 심한 강직으로 굳어있으니 나의 체력은 급격히 소진되어 갔다.

주무르기를 몇 초만 멈추면 서연이는 통증으로 죽을힘을 다해 울어 머리와 환자복이 땀에 젖어 흥건했다.

내가 화장실에 몇 분만 갔다 오면 서연이가 통증으로 인해 너무 고통스럽게 울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물을 마시지 않았다. 나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체력이 소진되었지만 목이 마른 것이 가장 힘들었었다.

일반병실로 옮겨졌을 때도 응급상황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서 다양한 검사, 엑스레이 촬영, 병실 이동이 빈번하였다.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극박한 상황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서연이 아빠는 퇴근 후 하루도 빠짐없어 세브란스에 와서 서연이를 간호하고 간이의자에서 쪽잠을 자고 인천으로 출근을 했다.

연년생인 서연이 오빠(그 당시 26개월)는 친정아버지가 건축 사업을 그만두시고 양육을 도맡으셨고 친정어머니는 낮에는 미용실에서 일하시고 집에 들러 서연이 오빠를 돌봐주고는 밤이면 자정이 넘은 시간에 막차를 타고 세브란스 병실에 오셨다.

친정어머니의 세브란스 도착시간은 항상 밤 12시 30분이었고 밤새워 서연이를 돌보시고 새벽 첫차를 타고 인천으로 오가기를 일 년간 반복하셨다. 친정어머니는 손님이 없을 때 쪽잠을 자면서 매일 밤 세브란스에 와서 서연이를 간호해 주셨다.

내가 서연이를 지금과 같이 키울 수 있었던 것은 가시고기처럼 자식을 위해 혼신을 다하시는 친정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라왔기 때문이다.

남편의 타이어가게는 일이 밀려 엉망이었고 하는 수 없이 내 남동생이 대학 졸업 후 직장에 취직하는 것을 포기하고 타이어가게를 도맡아 운영해 주었었다. 우리 가족은 서연이를 살리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세브란스에서의 긴급했던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

세브란스 어린이 병동에서는 절대 안정을 위해 중증 환우들만 한 병실에 모여 생활하였는데 옆에 있던 환우가 중환자실로 옮겨지면 며칠 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난 그 당시에 옆 침대에 누워있던 아이들이 중환자실로 가고 나서 며칠 만에 이렇게 쉽게 세상과 이별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타고 숨이 답답하였으며 슬픔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몇 년간 중환자실에서 아이를 붙잡고 살리기 위해 혼신을 다하던 엄마들의 울음소리와 병든 자식과 이별하는 엄마들의 슬픈 장면들을 보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을 느꼈었다.

서연이도 안정권이 아니었으므로 초조함과 불안함에 숨이 막혀왔었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내게 왜 이런 엄청난 일이 있게 된 것인지 무섭고 두려웠으며 벗어날 수 없는 절망의 늪에 들어왔다는 생각을 했었다.

-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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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현정 (ja88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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