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 시간을 살펴보면 아빠보다는 엄마 쪽이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있게 됩니다. 외벌이 가정은 물론, 맞벌이 가정도 퇴근 후에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역할은 거의 대부분이 엄마입니다.

요즘 같은 변화무쌍한 세상에 이 무슨 불평등한 육아란 말입니까?

아빠보다 엄마가 더 꼼꼼하게 잘 하니까?

아빠보다 아이들이 엄마를 더 좋아해서?

부성보다 모성이 더 열렬하니까?

눼에~~ 눼에~~ ^^

엄마가 꼼꼼한 것도, 아이들이 엄마를 더 좋아하는 것도, 지극한 모성으로 자식에게 열렬한 것도 다 맞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성장해 가면서 ‘생존본능’을 해결하는 육아에서 ‘교육’의 비중이 무거워지는 양육으로 옮겨져 갑니다. 육아를 함께 안 한 아빠는 양육 민감성이 떨어지게 마련이고 뒤늦게 좋은 아빠를 자청하더라도 역할을 찾지 못해 당황하게 됩니다. 그리고 역할이 없는 아빠는 아이의 정서를 균형 잃게 하기 쉽습니다.

심리적으로 사랑과 보호, 안정을 담당하는 것이 엄마라면 아빠는 아이의 신체 발달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줍니다. 아빠와의 놀이는 엄마와 달리 격렬하며 활동적입니다. 아빠와 딩굴면서 몸으로 놀며 어떻게 감정을 분출하는지, 화는 어느 정도 내고 어떻게 멈추는지를 배우면서 아빠와 유대감이 더욱 강해집니다.

주로 ‘말’로 양육하는 엄마보다 ‘놀이와 행동’으로 좋은 규범을 보여주는 아빠의 육아 방법이 아이에게 더 효과적 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활 속 교육을 주로 하게 되는 엄마와, 가치관 교육과 함께 진취성과 성취욕을 키우는 아빠의 훈육법으로 부모가 역할을 나누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가정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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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장황한 글은 소싯적 교육학계에 몸담았던 시절, 잘난 척하며 떠들고 다녔던 ‘개똥철학’입니다.

지금에 와서 ‘개똥철학’이라 스스로 가치폄하 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 사회속의 가족형태는 급속하게 변화 중이고 지금까지 전형적인 가족모델로 생각되어진 부부와 미혼자녀 구성인 가족형태는 감소하고 있고,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다문화가족, 이혼 및 재혼가족, 비혼가족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엄마와 아빠만의 양육 역할분담을 주장하니 시대 뒤떨어진 ‘개똥철학’이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개똥’이 우리 집 ‘약’이 되었습니다.

규재가 자폐 진단을 받고 정신없이 치료실을 헤집고 다니던 그 시절, 이 ‘개똥’이를 남편에게 몇 날 며칠을 거듭거듭 열성적으로 피력하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하며, 분명 장애가 있는 자식을 키우는 아빠에겐 더 절실한 양육 원리임을 강조하고 아빠로서 규재 교육에 동참할 적극적인 방안의 강구를 요구했었습니다.

남편은 꽤 긴 시간을 고민하는 듯 했습니다.

드디어! 남편의 궁리로 우리 집에 만들어진, 그 이름도 거창한 [엄마의 날]!....

매주 토요일은 [엄마의 날]! 엄마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엄마는 규재와 분리가 되어 엄마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로 정하고, 남편과 규재 역시 엄마와 분리되어 이씨 부자만의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와우!!! 열성적으로 피력하고 협박한 ‘개똥’이가 남편에게 먹혔습니다.

와우!!! ‘개똥’이 덕분에 나팔을 불게 되었습니다.

와우!!! 매주 토요일 만큼은 규재를 마음 놓고 남편한테 버리고? 꿀맛 같은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엄마의 날]에 있었던, 남편과 규재의 나들이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 날 남편은 규재를 데리고 과천 동물원에 갔는데, 망아지 뛰듯 산만한 규재 뒤를 쫓아다니느라 강제 다이어트를 당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물놀이를 좋아하는 규재를 위해 땀도 씻을 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우나에 들렀다고 합니다.

탕 속에서 규재랑 가위 바위 보 놀이도 하고, 물 뿌리며 장난도 치고, 기분 좋게 피로를 풀고 탈의실로 나와 몸을 말리며 평상 위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는데, 옆에 온몸에 용과 호랑이 문신으로 뒤덮인 ‘깍두기 형님’으로 보이는 깡마른 남자가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순간! 주위가 쎄~~~한 느낌과 함께 주변 사람들이 조용해지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둘러보는데, 앗!!! 우리의 6살 아들 규재가 어느 틈에 그 깍두기 형님 옆에 서서 올려다보고 있더라는....

게다가 손가락으로 그 깍두기 형님의 엉덩이에 그려진 용을 콕!콕! 누르며 “아찌...용...그렸쪄... 여기,여기 용...있쪄.... 이건 용... 용... 아찌...궁뎅이에... 용...용... 있쪄...” 하며 사정없이 그 깍두기 형님의 엉덩이를 찌르고 있는 광경에 주위 사람들은 숨죽이며 긴장하고, 남편은 놀라 규재 손가락을 움켜쥐고 그 형님 눈치를 살피며 정중히 사과를 하고 서둘러 도망치듯 나왔다는 얘기를 들으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규재가 아찌의 용 문신을 보고와서 그린 그림. ⓒ김은정

규재가 6살 무렵부터 시작된 [엄마의 날]은 20살이 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토요일이 되면 엄마는 꿀맛의 자유 시간을 즐기고, 이씨 부자는 이곳저곳을 구경 다니는 방랑산책으로 부자간의 사랑을 돈독히 하고 있습니다.

잔소리로 무장된 엄마들과는 달리 아빠들이 갖고 있는 다소 무신경한 듯 털털한 남자속성의 편한 정서에 느긋함이 생기는 것일까, 규재는 짜증이 줄고 문제 해결의 유연성마저 보였습니다. 꼭 해야만 하는 강박, 집착을 시간차를 두고 여유를 갖고 기다린 줄 아는 융통성도 아주 조금씩 늘어가는 듯했습니다.

아무래도 아빠와는 박물관, 미술관, 등산, 낚시, 나무심기, 텃밭 가꾸기, 연날리기, 자전거, 인라인 타기 등 기동성 있는 활동이 많다보니 체득하면서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의 특성에 도움이 많이 되는 듯합니다.

매월 6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육아데이(day)”라고 합니다.

날까지 정해서 아이 키우는 것에 유난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젠 육아도 양육도 가정교육도 다양한 질적 발달을 꾀하는 시대가 온 듯합니다.

엄마와 더불어 자녀 양육과 교육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아버지’의 역할이나, ‘아버지 자리를 대신 해 줄’ 역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고민해 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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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칼럼니스트 발달장애화가 이규재의 어머니이고, 교육학자로 국제교육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본능적인 감각의 자유로움으로부터 표현되는 발달장애예술인의 미술이나 음악이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빛나고 있음을 여러 매체에 글로 소개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장애인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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