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면 한국의 초등학교들이 개학을 한다. 친한 지인의 아이들 몇 명이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드디어 학령기라고 불리는 공교육의 시작이라니, 엄마들의 목소리에 설렘과 걱정이 묻어났다.

그런데 특수반에서 초등학교를 시작하는 아이를 둔 한 지인이 아이를 어느 학교를 보낼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한다. 특수 교육을 해주는 통합반이 있는 학교가 사는 동네마다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엄마들이 인근 학교 중에서 통합반을 제공하는 학교를 몇 군데 알아보고 그 학교에서 받아주는 학생 수와 결원에 따라서 지원을 하고 입학 결정이 된다고 한다.

그럼 주소지 내의 학교가 아닌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다니게 되는 거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특수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도 주소지에 따라 가장 가까운 학교를 배정받아 입학하는 게 아니라 거리가 좀 떨어진 학교를 찾아서 보내야 한다니,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아침 등교 준비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텐데 솔직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그래도 대신에 학교를 골라서 보낼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 될 수 있을까? 여기서 아이를 키우지 않는 나로서는 이 상황에 섣부른 판단은 접어두기로 했다.

미국에서 장애가 있거나 발달 지연이 있어서 특수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은 조기 개입 프로그램이 끝나는 만 3세부터 초등학교에 입학이 가능하다. 여기 일반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배정받듯이 주소지에 따라 배정되는 공립 초등학교에 미취학 아이들(만 3세에서 만 6세까지)을 위한 특수반이 있다.

만약 내 주소지의 초등학교에 특수반이 없어도 괜찮다. 한명의 아이라도 그 지역에 특수 교육이 필요한 아이가 있으면 주소지의 해당 학교는 특수반을 개설해야만 한다. 만약 부득이한 경우 부모가 주소지 밖의 학교로 아이를 보내게 될 경우, 아이의 통학은 백 퍼센트 교육부가 책임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 공립 초등학교에는 만 3세에서 만 6세 꼬마들이 공부를 하고 사회생활을 배우는 특수 어린이집 겸 유치원(미국에선 프리스쿨이라고 부른다)이 따로 있다. 미국의 대부분 사설 프리스쿨이 상상을 초월하는 원비를 내야 하지만 공립 특수 프리스쿨은 물론 무료이다.

아이의 발달 정도에 따라 언어 치료, 물리 치료, 작업 치료 등 교육부에 소속된 치료사들이 아이들에게 테라피를 학교 안에서 제공한다. 발달 지연이 있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학교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간단한 생활 기술이나 사회성 등을 배우는 데는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시작하기 전, 아이들이 다니게 될 바로 그 공간에서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시키는데 몇 년간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우리는 아이가 만 세 살이 되던 해에 이미 초등학교에 아이를 등교시키는 학부모가 되었다.

재작년 8월 초(하와이의 새 학년 시작은 8월이다)는 우리 아이와 동갑인 일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였다. 이미 신입생이 아닌 딸과 덩달아 3년 차 학부모가 되어버린 내가 다른 일반 부모들과 예비 소집일에 참가했던 날이 문득 기억난다.

강당에 빼곡히 100명 가까이 되는 학부모들이 모였다. 들어서자마자 아이가 어느 반에 소속하는지 찾는 명단이 보였다. 명단을 보고 필요한 서류들을 도와주는 선생님께 다가가 조심스레 우리 아이는 특수반과 일반반을 왔다 갔다 하는 통합 프로그램의 아이인데 명단상에 소속된 반이 일반반인지 특수반인지 조심스레 물었다. 당당하게 일반 학급 명단에서 아이 이름을 찾아보는 부모들에 비해 위축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특수반이라고 얘기할 때 목소리가 떨려 나오는 건 아직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 선생님들 무리에 서계시던 교장 선생님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셨다.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6번이나 열렸던 아이의 특수교육계획 미팅에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해 담당 선생님과 치료사들에게 잘 이끌어달라고 지시하고 물심양면 아이를 밀어주시던 교장 선생님이다.

나를 보더니 너무 반갑게 아이가 방학 동안에 어떻게 지내고 있냐 새 학년을 즐겁게 잘 보내면 좋겠다고 하신다. 새 학년 시작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자기한테 연락하라는 말도 잊지 않으신다. 교장 선생님의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 신입 학부모 사이에서 특별한 부모로 특별하게 환영 인사받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분의 따뜻한 환영 덕에 한없이 움츠려 들던 어깨가 당당하게 펴졌다. 옆에 섰던 인상 좋아 보이는 젊은 선생님이 우리 아이가 일반 학급에서는 자기 반이라고 명찰을 건네 주신다. 활짝 웃는 선생님의 얼굴에서 앞으로 일 년이 어렵지 않겠구나 마음이 놓였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모들이 아이보다 더 떨리고 설레는 초등학교 입학식, 아이들 모두에게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한 주가 될 테지만 학교와 제도의 전폭적인 도움이 없이는 많은 것을 해내기 힘든 우리 아이들을 특별한 관심으로 더 크게 안아주고 더 많이 환영해주는 학교가 많아지면 좋을 텐데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장애 자녀를 둔 모든 부모들이 움츠려들고 작아지지 않는 한 주가 되기를, 눈물보다 웃는 날이 더 많은 초등 학교에서의 시간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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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니 칼럼리스트 현재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 도시가 속한 베어 카운티의 지적발달장애인 부서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바다 수영과 써핑을 사랑하는 자폐증이 있는 딸과 한발 한발 서로의 세상을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바다 꼬마가 사람들의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는 게 인생의 목표이다. 이곳에서 체험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와, 바다 꼬마와의 서툴지만 매일이 배움과 감동인 여정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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