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는 동안 이들의 다양한 성적 관심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갖게 된 궁금증은 ‘발달장애인들이 성적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였다.

이 궁금증은 발달장애성인의 이성교제에 대한 친밀감 연구라는 주제의 특수교육학 박사학위 논문으로 풀어내는 노력을 하게 만들었다. 논문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친밀감이 반드시 발달장애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욕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관계의 가까움을 표현할 때 흔히 친하다, 친밀하다는 말을 사용한다. 그래서 친밀감이 성적 요소가 내포된 용어라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한다. 친밀감을 표현하는 영어의 ‘intimacy’는 성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말이다.

그래서 이 용어를 사용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외국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부부와 같은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가까움을 가장 극대화시켜 표현하는 활동이 성관계(sex)라 하겠다.

이 활동에 참여하는 두 사람은 가장 취약한 벌거벗은 상태에서 자신의 존재를 상대에게 내어준다. 그래서 성관계는 서로에 대한 가장 깊은 신뢰를 드러내는 사랑의 활동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어떤 사람에게 성 욕망을 품었다고 하면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이 상대와 성적 활동, 즉 성관계를 갖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가? 어쩌면 누군가를 향한 갈망에는 성관계가 내포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한 존재를 욕망하는 것을 반드시 성관계를 꿈꾼다든가 혹은 성관계를 해야 하는 것으로만 해석한다면 다양한 인간의 다양한 마음, 특히 발달장애인들의 성 욕망을 너무 단순화시키는 일을 저지르게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쉽게 이끌리지만 성적 활동을 하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한 발달장애인들이 성 욕망을 드러낼 때 이것이 반드시 다른 사람과의 성관계에 대한 욕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필자의 논문에서는 이를 친밀감으로 표현하였다. 친밀감에는 성관계와 같은 매우 내밀한 성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반드시 그것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친밀감은 그 수준이나 강도에서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들이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껴 사랑에 빠지면 비장애인들처럼 손잡기, 포옹, 키스(대개는 뽀뽀), 애무 등과 같이 친밀한 활동들을 하고 싶어 하고 또 그렇게들 한다.

성 경험이 없거나 성적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발달장애인들이 행동으로 나타내는 성 욕망은 비장애인들의 시선으로 볼 때 굉장히 순진무구한 경우가 많다.

발달장애인들이 친밀감을 나누는 방식은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이 있거나, 서로 눈을 바라보며 얘기를 나누거나, 서로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하거나, 포옹이나 뽀뽀하는 것 등이 대부분이다.

성관계를 지향하지 않지만 상대와 가까운 관계를 갖고자 하는 이런 행동들을 통칭해서 친밀감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성관계를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있지만 다른 인간 존재와 친밀감을 나누지 않은 채 살아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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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의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20년 동안 조기교육실, 그룹홈, 생활시설, 요양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일하였다. 특수교육에서 발달장애인의 성에 대한 주제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사회복지에서도 석·박사학위를 지니고 있다. 97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발달장애인들에게 성교육을 제공해 오고 있고, 부모교육과 종사자교육, 교사교육 등을 해 오고 있다.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에서 상·하반기에 걸쳐 발달장애인성교육전문가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숭실대학교, 단국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등의 외래교수로서 사회복지와 특수교육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 칼럼을 통해서는 발달장애인의 성과 성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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