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가 하루 종일 울기만 하여 감당하기 너무 힘들었다. 배고프거나 잠이 올 때, 또는 기저귀가 불편하거나 움직이고 싶을 때 등, 모든 필요나 욕구를 ‘울음’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초보 엄마로써 당황한 적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듯 아기는 울음으로 감정과 의사를 표현한다. 하지만 차차 성장하며 울음은 줄어들고, ‘물’ ‘엄마’와 같이 간단한 단어를 말하거나, 좋고 싫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등 부모와 대화하고 싶어 한다.

장애 아동의 경우 이런 반응들이 느리게 찾아 올 수도 있다. 물론 최근에는 부모님들의 의식 변화로 자폐나 발달장애 아동이 조기에 발견되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 간단한 언어적인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계속 우는 것으로 표현 하는 것은 자폐 아동들이 부모들을 길들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몇몇 부모들은 아이가 울음을 계속해서 보이는 것에 짜증이 나고 힘이 들어 최대한 빨리 원하는 것을 해결해 주려한다. 특히 자폐 아동의 부모님들은 자녀를 아픈 손가락으로 여기며 훈육에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줄 세우기를 좋아하는 자폐아동이 위험하거나 쉽게 파손되는 물건을 가지고 놀려고 한다면, 부모는 당연히 그것을 제지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자폐 아동들은 자신의 활동을 부모가 방해했다고 생각하고 소리 지르거나 울음을 터트린다.

부모들은 상황을 바꾸려 다른 물건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아동의 특징 상 금세 추슬러지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위험한 물건들을 주는 부모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를 훈육에 일관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아동은 자신의 행동에 따른 부모의 반응을 잘 살핀다. 그런 반응들을 재료로 스스로 판단하여 부모를 길들이기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가 운다고 마음약해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부모와의 공감과 수용 적인 태도, 의사소통이다.

울며 보채는 상황을 종료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고 고집을 부리더라도 아이의 속상함을 먼저 이해해주고,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하며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울고있는 아이 ⓒ김지연

동화책 중 [울지 말고 말하렴] 이라는 책이 있다.

유아들이 보는 동화라 생각하고 필자의 자녀가 나이를 먹으면서 책장에서 치웠던 책이었지만, 울음이라는 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감정 표현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지금도 필자의 아이가 울 때마다 함께 이 책을 읽고는 한다.

징징이 라는 곰이 있다. 징징이는 그네가 타고 싶어도 ‘앙앙’ 울고, 장난감이 망가져도, 친구와 부딪쳐도 운다. 하지만 여러 상황들 속에 타인을 통해 말로 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네가 타고 싶을 때는 “나 한번 타게 해줄래?”

장난감이 망가지면 “아빠 이거 고쳐주세요.”

친구와 부딪치면 “ 아파. 넌 괜찮니? 다음부터는 조심하자.”라고 말하는 것이 그것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우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배운다. 처음부터 친구들처럼 하고 싶은 것을 말로 했더라면 각 상황을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간혹, 부모님들 중에 [울지 마]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울음은 인해 감정표현의 방법이기도하지만 감정을 해소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무조건 ‘울지 마’라고 하는 것은 ‘너의 감정을 표현하지 마. 알고 싶지 않아.’ 와 같은 의미일 수 있다.

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단어들을 사용하여 적절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의 각 상황에서 일관성 없는 부모의 태도로 울 때마다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당장 아이의 울음은 멈출 수 있을지 몰라도, 아이들이 말로 요구하는 법은 배우기 어려울 것이다.

말로 표현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었을 때 아이는 그 것을 배우게 된다. 아이가 부모를 길들이려 하기 전 부모가 아이를 긍정적인 의미로 길들여보자. 오랜 시간 울더라도 감정을 추스르도록 기다려주거나, 말로 요구하도록 훈련시키는 등 일관성 있는 태도로 대하면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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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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