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에 ‘동문서답’이라는 말이 있다.

질문과는 딴판인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보통 집중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다가 질문자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잘못 대답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최근 모 프로그램에서는 역발상으로 이 동문서답을 이용한 게임을 재미있게 이끌었다. 이 게임은 소통 따윈 아무 상관없이 PD의 질문에 전혀 상관없는 대답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늘 식사는 뭐 하셨어요?” 라는 질문에는 “빵을 먹고 싶다.” “아, 배고파”와 같은 식사와 관련된 대답이 나오면 틀리는 것이다. 전혀 엉뚱한 “청소를 해야 하는데” 라는 식의 대답을 해야 이기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의 규칙이 있다. 사회성훈련프로그램에서 <대화하기> 의 기술처럼, 파트너는 서로 다른 곳에 시선을 둘 수가 없다. 눈이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서로 질문과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의 칼럼 중 <대화하기>에서 대화는 서로 풍선을 주고받는 것과 같다고 했다. 시선을 놓치지 않고 풍선을 잡으며 질문에 대답하는 것처럼, 대화시 시선처리라는 어려운 룰을 지켜가며 동문서답의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이다.

동문서답게임을 하다보면 대부분 상대방의 시선과 소리에 빠져들어 자신도 모르게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하게 된다. 이 때 서로에게 눈으로 집중해야만 하는 [대화]에서는, 엉뚱한 대답을 말 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필자에게는 엉뚱한 말만 늘어놔야하는 동문서답 게임이 무엇보다도 대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게임이었다.

비난으로 상처받는 마음. ⓒ김지연

[ 가슴이 콕콕 ] 이라는 동화책에도 이 대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사이좋은 두 친구인 여자아이 A양과 B양이 있다. 두 친구는 대화를 나누다가 A양이 바다소가 보고 싶다고 말을 한다. 바다소를 보기위해 둘은 일요일 11시에 만나기로 한다.

하지만 바다소가 보고 싶다던 A양은 수족관 앞에서 40분 이상을 기다렸고 B양은 오지 않았다. A양은 B양에게 전화를 걸었다. B양은 동물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A양 :“무슨 말이야? 내가 바다소가 보고 싶다고 말했잖아.”

B양 :“바다소? 나는 ‘소’ 라는 말만 듣고는 동물원이라 생각했나봐.”

A양 :“참나. 바보같이. 동물원에 바다소가 어딨어? 남의 말을 늘 귀담아 듣지 않으니까 그렇지!“

B양 :“네가 어디라고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았잖아. 정확하게 말안해준 네탓이야!”

두 친구는 서로 상처를 받았고 앞으로 함께 놀지 않겠다고 한다.

두 친구의 대화법에서 잘못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A양과 B양의 부족한 경청의 기술 이었고 , 두 번째는 ‘너’대화법에 해당되는 비난하는 말이 들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친구가 약속을 잡을 때 정확히 [동물원]이 아닌 [수족관]이라고 지칭하지 않았기에 서로는 오해가 있었다. 정확한 대화기술을 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의사전달을 위해 서로를 바라보며 ‘바다소는 수족관에 있으니까 수족관에서 보자’ 라고 말했어야 하고 경청했어야 했다.

그리고 대화 시 이해하지 못했거나, 못 알아들은 내용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묻고, 혼자만의 예측은 삼가는 것이 좋다.

정확히 전달하지 못한 자신의 문제는 인지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부터 비난하는 말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거기다 예전에 했었던 일을 되새기며 [언제나, 늘, 네가] 와 같은 표현과 함께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이전까지의 쌓아왔던 신뢰조차 깨는 말이다.

위 동화는 ‘너’ 대화법으로 대화를 한 결과, 오해로 인해 약속이 어긋나 화가 난 감정으로 시작하여 서로 비난하는 바람에 마음에 상처를 입는 또 다른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 이야기의 끝은 해결자로서 삼촌이 등장하여 동문서답하지 않고 정확한 전달을 하는 대화의 방법을 알려준다.

“꼭 사과해, 만나서 [눈]을 보면서 말해. 전화나 문자하지 말고” 라고.

친구간의 신뢰를 깨트리는 의미가 모호한 표현이나 ‘너’ 대화법 같은 부족한 대화법보다 서로의 이야기에 관심을 쏟는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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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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