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지마비 척수장애가 있는 중증장애인이 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활발히 사회활동을 한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도 전혀 문제가 없고 설득력과 이해력도 뛰어나다.

대학공부도 했고 남을 가르칠 정도로 어학실력도 좋다. 최근에는 석사학위도 받았다. 이 정도면 고급인력이다. 최근 그에게 취업을 권했다가 정중히 거절을 당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라 소득이 있으면 자격이 박탈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굴뚝이지만 의료비 부담 때문에 함부로 소득활동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 단호했다.

이런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중증장애인들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면 장애인 당사자의 근로의지를 탓하기 전에 기초생활수급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주변의 많은 장애인들이 의료비 걱정을 많이 한다. 직장의료보험보다는 입원비를 무료로 지원하는 1종 의료급여가 훨씬 매력적이긴 하다. 어설프게 일하다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그 비싼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을 탈피하려는 장애인 중 72.5%는 의료비지원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장애인고용개선을 위한 정책포럼 자료 중에서)

작년 말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주최로 열린 장애인고용개선을 위한 정책포럼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김용탁 연구원이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기초생활수급을 탈피하려는 장애인 중 72.5%는 의료비지원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근로를 희망하는 중증장애인의 의료비 지원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인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되는 것을 보면 정부는 장애인의 근로를 원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그냥 국가에서 주는 시혜적인 혜택으로 조용히 살기를 원하는 속내가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수급권자 중에서 일하고자 하는 장애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가 있다. 관계부처는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기를 희망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쌓여 있는 기업의 비고용분담금을 근로 장애인의 의료비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고치는 방법도 있고, 보험회사가 일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목적의 실비보험제도를 만들어 판매하고 이로 인한 손실분을 공단에서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이번 정부에 들어와서 문제인케어라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했고 이는 기존의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보장성 건강보험에 포함시켜 개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말하고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은 정책이다. 이 제도를 보완하여 기초생활수급제도를 탈피하여 근로를 희망하는 장애인들에게도 강력한 의료지원을 해주기를 희망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필요한 급여를 행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최저생활을 보장한다는 것에만 방점을 찍는 것 같다.

자활을 조성한다는 것에는 정부도 당사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정부의 의무가 최저생활보장이 아니라 수급자에서 탈피하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주민센터의 담당 공무원이 수급자격을 주는 것만큼 수급을 탈피하는 것에도 노력을 하는지가 궁금하다. 수급자가 되면 이런 저런 다양한 혜택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설명을 하고, 허위 사실이나 신고, 기타 부정함이 발각되면 탈락이 된다는 엄포를 놓겠지만 빨리 수급자에서 탈피하도록 자세한 설명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우리 주변에 수급자가 되거나 유지되는 방법은 잘 알려 주는데 수급자에서 탈피하는 방법을 잘 알려주는 사람들은 많이 없다. 용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핀잔을 주기도 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는 이 제도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근로능력이 없는 어르신들이나 장애인에게는 분명히 사회보장차원의 보살핌이 있어야 된다. 이마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장애인들이 기초수급제도에 발이 묶이고 처음에는 빠져나오려고 몇 번 시도를 하다가 안주를 하고 마는 이 현실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우리가 책에서 배우는 신성한 근로에 대한 이념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 일하고자 하는데 일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인 장벽을 제거해주는 것이 선진 복지국가이다.

우리 중증의 장애인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근로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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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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