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식당에서 겪은 이야기이다.

이 식당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특별하게도 놀이방이 아닌 작은 영화관으로 만들어서 어린이용 DVD를 연속해서 틀어주고 있었다. 아이들이 별도로 공간을 따로 만들어주고, 어른들은 대화와 식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작은 영화관에 들어간 아이들은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 일은 그곳에 있던 필자의 자녀를 데리러 갔을 때 목격한 일이다.

고개를 숙이어 표정은 보이지는 않았지만 엄마 손에 이끌려간 한 아이는, 아마도 이 작은 영화관에서 처음 만난 아이와 다툼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의 엄마는 화가 나서 아이를 영화관으로 끌고 왔고, 아이들에게 소리를 쳤다.

“누구야! 그 애가!” 말없이 손가락질을 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말했다.

“가서 너도 때려! 쟤가 때리면 넌 더 때려야지 그냥 맞고 있어! 너는 그것도 못하니?!” 라고 했다. 과연, 그 엄마는 이러한 행동이 자녀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을까?

필자는 내 아이를 데리고 나오느라 그 사건의 결말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아이의 표정은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아이의 엄마는 그 과정으로 인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 그 아이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감정은 [부끄럽다] 였다.

아이들에게 든든한 조력자, 혹은 친구 같은 부모가 되라고 한다.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방법은 슈퍼맨처럼 앞장서서 적을 무찌르는 사람도 아니며, 모든 것을 알아서 대신 처리해주는 알파고가 아니다. 우리가 할 일은 속상한 일, 힘든 일이 있었을 때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 따뜻하게 [위로]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공감] 해주면 된다.

우리 아이들은 [부끄럽다]는 감정을 느끼고 싶어 자신의 이야기를 부모에게 털어놓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 상황으로 자녀는 누군가에게 맞고 부모님께 야단맞았다는 속상한 감정에다, 하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더 얻게 되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누군가를 때리면 안 된다는 규칙 속에, 이 아이는 때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때리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너는 그것도 못하니?!] 라는 말로 때리지 못하는 아이,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로 엄마가 자기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한 것이다.

단단한 돌멩이 ⓒ김지연

한 동화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소개할까한다.

[눈보라도, 시간도, 아무도 날 움직이지 못해] 라고 말하는 작은 돌멩이가 있다.

‘돌멩이’라는 동화책이서 본 문구이다.

이 돌멩이는 우연히 강아지가 주워간 돌멩이 일 뿐이었는데 멀리 던져서 새둥지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돌멩이는 말한다.

‘나는 여기에 있는 다른 알들과 달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알이야’

둥지로 돌아온 어미 새가 돌멩이를 발견하고는 둥지 밖으로 던져버린다. 그리고는 개울가로 굴러가 쌓여있는 돌들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여기서 돌멩이는 말한다.

‘이제 난 성이 되었어!’

한 아이가 이 돌멩이를 주워 흙바닥에 그림을 그린다.

여기서 돌멩이는 이렇게 말한다.

[내일은 또 다른 내가 될 꺼야.

무엇이 되면 좋을까?

걱정하지 않아.

나는 뭐든 될 수 있는 돌멩이니까!]

이 돌멩이를 통해 자존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스스로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소중한 존재라 여길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인 자존감은 앞으로 돌멩이에게 펼쳐질 새로운 미래를 견디게 해 줄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앞서 식당에서의 사건은 자기 아이의 자존감을 부모님이 떨어뜨려버리는 일이었다.

이야기 속 돌멩이처럼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 가 아니라, 앞으로 작은 상황에서도 실패감과 좌절감을 자주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자존감은 앞으로 겪게 될 많은 사회성 훈련들을 함에 있어 첫 번째로 지녀야할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자존감 높은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지지적인 부모님의 사랑과 안정감 있는 가정환경, 그리고 많은 성공경험이 필요하다.

아이가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모님의 불안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잘한다. 잘하는 점을 발견해주고 지지해 주는 것이 부모님의 역할이다.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다. 부모님이 먼저 돌멩이처럼 단단해져 아이들이 돌멩이처럼 되는 길을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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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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