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이 제조업 분야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가라고 생각해 보자. 기업 운영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각자 가치를 두는 분야도 다르고 관심을 가진 영역도 다르기에 저마다 다른 답변들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매출증대와 이윤추구가 중요하지 않다고 답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매출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까? 새로운 제품의 개발과 우수한 품질, 고객만족도, 생산원가 절감 등에서부터 시장상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매출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무엇보다 기본이 되는 것은 제품과 품질일 것이라 생각한다.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여 시장에 공급한다면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되고 이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만족도 또한 높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품의 등장은 시장상황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수한 품질의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또 무엇일까? 아마도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여 고객 입장에서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당사자 주의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장애인복지 서비스의 소비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장애인 복지서비스나 장애 관련 정책을 개발함에 있어 우리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 삶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경우도 많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의 제품을 개발하지 못하는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들도 많은 것이다. 기업이 만든 제품이야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제품을 구매하면 되지만 공공정책이나 서비스는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장애인 복지 실천 현장에 우리 당사자들이 보다 많이 진출하고 종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공직이나 장애인복지시설 관리자 등 어느 정도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위치로의 진출이 더욱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설장 모임이나 회의 등에 참석해 보면 나와 같은 장애 당사자는 아직 많지 않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는 사회적 인식이나 제도 등이 장애 당사자들이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권한을 가진 자리에 진출하기에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은 것들부터 하나하나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겠다. 먼저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장애 당사자 시설장들이 보다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현장에서는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지원되는 서비스들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다. 그러나 장애당사자인 시설장들은 장애인 근로자들이 받고 있는 서비스나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첫째, 시설장이라는 신분 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몇몇 기관은 시설장이라 해도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고용보험에 가입 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되지 못한다.

시설장의 급여 자체도 대부분 보조금을 통해 지급되고 있으며 시설의 세입이나 세출과 무관하게 급여가 책정되고 있는 등 근로자와 다름없는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뜻하지 않은 실직을 경험하더라도 실업급여 등을 받을 수 없다.

둘째, 고용보험과 마찬가지로 산재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산재보험의 경우 사업주도 가입할 수 있는 특례조항이 있다. 하지만 그 요건이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는 사업주와 50인 이하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 등으로 제한되어 있어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규모의 복지시설이나 다수의 근로 장애인이 일하고 있는 직업재활 시설 등의 시설장은 산재보험에도 가입이 불가능하다. 결국 일을 하다 뜻하지 않은 사고 등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셋째,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제공되는 근로지원인 서비스 이용도 불가능하다. 한국 장애인 고용공단에서 장애인 근로자들을 위해 업무를 지원해줄 수 있는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복지시설의 시설장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외부활동이나 행정 업무 등 장애인 시설장은 업무상 장애와 관련하여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서비스조차 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업무상 더 많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넷째, 고용공단의 보조공학기기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장애 유형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장애로 인해 수행이 어려운 업무들을 기술로 보완해주는 보조공학은 장애인의 직업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시설장들에게는 이러한 기기조차 지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업무를 위해 보조공학기기를 사용해야 할 경우 고가의 장비를 직접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장애인 복지시설의 시설장으로 일하고 있는 장애 당사자들은 고용된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신분상 특성으로 인해 장애인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여러 가지 지원들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서비스와 정책 등이 보다 장애인의 삶에 밀접한 것들이 되기 위해서는 분명 이들의 활약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들은 기본적인 지원제도로부터도 소외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장애 당사자의 의견을 사회변화에 담아내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먼저 이루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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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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