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 (사)경남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거제시지부(인간적으로 너무 깁니다)에서는 발달장애청소년들을 대상으로 3주간의 계절학교를 운영합니다. 필자가 협회를 설립한 2014년부터 시행했으니 올 겨울로 8회 차를 맞이하게 되네요.

처음 2년간은 여름, 겨울 모두 기숙으로 진행하던 것을 작년부터는 여름에만 기숙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숙하는 동안 저를 비롯한 모든 팀원들이 정든 가족을 떠나 거의 하숙생 신분으로 전락합니다. 오죽하면 이 기간만 되면 아내는 휴대폰 속 제 이름을 ‘하숙생’이라 바꿔 놓겠습니까?

그래도 여태껏 기숙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팀원들의 노고와 더불어 그 3주간을 ‘단기하숙생’으로 낙인(?)찍고 그러려니 눈감아주었던 저와 그들 가족들의 사랑의 포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계절학교의 명칭을 두고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발달장애인’이라 분류하였으니 정상적인(?) 발달에 지체가 있는 것이 아닌, 교육을 통해 성장하고 발달해 간다는 의미만 찾으면 되었지요. 마침 순 우리말인 ‘늘품’이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어 ‘늘품학교’라 명명하였습니다.

계절학교 풍경. ⓒ제지훈

문제는 이 학교의 정신이었습니다. 안전! 안전! 하다가는 까딱 잘못하면 3주간의 주간보호 프로그램이 될 것 같고, 교육! 교육! 하다가는 발달장애가 있는 청소년들이 넘어갈 것 같고. 고민! 고민! 하다 그냥 우리 스타일대로 가자고 합의를 봤습니다.

우리협회 사람들 모두가 싸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거든요. 협회 이용자들과 함께 1박2일 그 추운 한겨울 길바닥에 텐트치고 ‘글램핑’은 기본이고, 2박3일, 3박4일 국내·국외 여행도 겁 없이 다니는 터라 우리식대로 계절학교의 주제를 ‘놀면서 배우고 성장할 나’로 정해버렸습니다.

아~ 주제를 정하고 나니 계절학교 운영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습니다. 다 같이 함께 잘 놀면 되거든요. 뭐든 부대끼고 함께하면 공동체성도 길러지고 없던 배려심도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져서 큰소리도 치고 그럽니다.

앞으로 3주간 계절학교의 풍경을 연재할 생각입니다. 1월 2일 신정 이후 바로 시작했으니 벌써 2주차에 접어듭니다. 신나게 놀다보니 한 주가 어떻게 지나 버렸는지 팀원들 모두가 허탈해 할 정도입니다.

계절학교 풍경. ⓒ제지훈

물론 사건·사고가 없진 않았습니다. 처음 참석한 분노조절이 약간 힘든 친구가 다른 사람의 머리채를 잡아끌어 안경이 박살나기도 했고, 모두가 행복한 점심시간을 틈 타 한창 피 끓는 10대의 정욕을 여자 화장실에 몰래 잠입해 원 없이 분출하는 통에 무고한 여성들이 화장실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그러든가 말든가 사고 수습과 뒷정리는 협회에 맡기고 열심히 놀면서 배우고 성장해가는 이들, 그들의 모습을 낯설어하지 않고 이해해주는 상가주민들, 열심히 성장할 수 있도록 재능과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신 분들, 쪽팔림이 일상이 되어 얼마만큼 낯짝이 두꺼워질 수 있을지 임상을 통해 실험해가는 협회 직원들.

늘품학교는 그렇게 영글어가고 그들은 이렇게 성장해 갑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좀 더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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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지훈 칼럼리스트 (사)경남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거제시지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인근대학 사회복지학과에서 후배 복지사들을 양성하고 있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장애인복지의 길에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족과, 좋은 사람들이 함께 있어 오늘도 행복하게 까불짝대며 잰걸음을 힘차게 내딛는다. (발달)장애인들의 사회통합으로의 여정에 함께하며 진솔하게 일상을 그려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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