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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미술이,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

"장애는 ‘결핍’이 아니라 ‘가능성’의 다름입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1-10 11:52:33
가끔 그림 그리기에 초집중하고 있는 규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규재는 왜? 그림을 골랐을까.... 규재에게 그림은 집착인가? 강박인가? 놀이인가?....
저 아이는 왜? 그림에 저리도 몰입을 할까....‘

규재가 중2때 김정은도 무서워한다는^^ 중2병이 왔었습니다.

장애 특성과 사춘기가 범벅이 된 고집과 상동행동, 중얼거림이 괴성으로 커져가면서 엄마인 내가 이 아이에게 어떻게 성장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하는지 많이 고민하며 힘들었습니다.

그 무렵 쿠사마 야요이 설치미술가의 그 유명한 ‘호박땡땡이’ 전시가 한창이었습니다.

규재랑 손잡고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난 ‘아이구야! 저 땡땡이들땜에 눈이 돌 지경이네..이거 예술 맞아??’ 하며 질려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늘 짜증과 불안 가득이었던 중2병인 규재 얼굴이 급환해지면서 전시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땡땡이 스티커로 이벤트 작업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면서 ‘저 많은 땡땡이들이 규재에게 익숙함과 편안함을 주는 걸까?...엄마인 나는 저 꿈틀거리는 땡땡이들이 이렇게 불편한데....’ 한동안 생각에 잠겼습니다.

쿠사마야요이 전시를 즐기는 중2때의 규재. ⓒ김은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쿠사마야요이 전시를 즐기는 중2때의 규재. ⓒ김은정
강박적인 패턴반복, 무수히 증식된 땡땡이덩어리들, 주렁주렁 집요한 땡땡이들.....

순간!!! ‘어!!! 이건 규재다!’ ‘규재 그 자체의 모습이다!’ 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규재는 지금 저 반복되고 집요한 땡땡이들을 통해 성장통을 겪고 있는 자기 자신을 달래고 통제하고 다스리면서 자신의 정신을 붙들고 생존하려는 본능을 해결하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마치 절대적인 자기 편을 만나 속 터놓고 수다 삼매경에 빠진 듯...

엄마인 나는 그동안 규재의 자폐적 양상을 인정하지 않고 패턴, 반복, 강박, 집착이 보일 때 마다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가차 없이 단호하게 내 잣대를 들이대며 규재에게 무조건 깨고 나오라고 잡아끌기만 했었습니다.

엄마에게조차 인정받을 수 없었던 규재 내면의 패턴, 반복들이 그 곳의 땡땡이들을 통해 위로 받고 있었나봅니다. 규재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편견의 트라우마를 그 땡땡이들이 치유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난 규재가 자신의 자폐적 특성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매일 1시간씩 허용했고 조금씩 규재의 중2병은 한결 부드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규재와 나는 그림이... 미술이...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을 믿게 되었습니다.

요즘 장애인들의 예술 활동을 에이블아트라고 합니다.

그 관습적이지 않은 아이디어, 정교한 공상 세계로 표현되는 작품들의 매력에 예술적 평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무능력한, 불가능한 존재가 아니라 그들만이 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장애로 인해 예술성이 풍부해지는 것, 장애로 인해 예술의 창조적 힘의 근원인 무의식 세계가 더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시대는 깨닫고 있는 것입니다.

장애는 ‘결핍’이 아니라 ‘가능성’의 다름이다 라는 명제를 저는 규재를 보며 통감하고 있습니다.

예술 활동을 통해 장애인들 스스로 살아있는 존재감과 존엄성을 느끼고, 우리들의 에이블아트가 오히려 ‘병든 사회’에 치유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이트는 “백일몽”의 해석을 머리 속에 떠오르는 공상 이야말로 창작의 중요한 근원이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공상이 즐거운 우리 자폐성장애인들은 기발한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극대화된 인재들이 아닐까요?

우리 함께 생각해봄직한 행복한 솔루션을 제안합니다.

우리 자폐성장애인들이 보여 주는 여러 가지 모습들을 ‘우리’ 방식으로 결정짓고 판단해서 ‘우리화’ 시키려는 과한 이론적 교육이 아니라, 이젠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존재하는 것의 존엄성을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을 인정하고, 즐기며 누릴 수 있는.... ‘책 속의 이론’이 아닌 ‘우리 사회 속에서의 기회’가 많아지길 우리 모두에게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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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은정 (boktt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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