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아·태장애인10년의 중간평가를 위한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고위급회담에 시민사회(CSO)의 일원으로 다녀왔다. 벌써 이 행사가 중반을 넘어 하반기로 넘어간다니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한다.

행사가 열리는 곳은 중국 장애인선수들의 훈련을 위한 스포츠센터였다. 우리나라 이천에 있는 장애인훈련원과 같은 곳이다. 북경 외각 한적하고 넓은 대지위에 건설된 이곳은 새로운 중국을 경험하게 했다.

중국에 올 때 마다 가장 불편한 것이 화장실이었다. 아직까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에 대한 준비가 많이 부족한 나라이다. 숙소로 쓰이는 이곳은 그나마 휠체어를 사용하는 필자도 큰 불편 없이 사용이 가능했다.

객실의 화장실은 큰 문제가 없는데 회의장 곳곳에 있는 화장실은 조금 불편했다. 장애인 화장실에 대한 규격이 정확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는 것 같았다. 휠체어를 회전시키기에 충분히 넓지 않은 공간은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다른 일행들이 머물고 있는 외부 모 호텔의 1층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은 좌우 손잡이가 고정이 되지 않아 불안했고, 북경의 1번가라고 불리는 왕평 거리의 대형쇼핑센터는 각 층에 장애인 화장실은 있었지만 문을 잠가 놓아서 관리인을 찾으러 다니느라 얼마나 헤매었는지 모른다.

동양최대의 LCD 전광판이 있다는 유명 쇼핑센터(THE PLACE)에는 화장실이 층과 층 사이에 있었고 계단으로 내려가거나 올라가야만 갈 수 있게 설계가 되어 있어서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예술인의 거리인 798거리에 화장실은 재래식 화장실이어서 감히 접근조차 못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곳곳에 공중화장실이 있지만 접근성이나 구조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관광 안내를 했던 가이드나 건물 안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시는 아주머님이 안내했던 장애인 화장실은 좌변기가 있는 좁은 칸막이의 화장실이었다. 장애인 화장실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증거이다.

몇 년 전에 가보았던 상해나 장가계에서도 장애인화장실을 편하게 가본 기억이 없다. 그 만큼 중국이라는 나라는 필자와 같은 휠체어를 타는 척수장애인에게는 그리 편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나라로 인식이 되었다.

중국 장애인화장실 표시. ⓒ이찬우

다행스럽게도 현재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이번 당대회에서 강조한 ‘샤오캉(小康)사회 건설’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한다. 샤오캉 이란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는 물질적으로 안락한 사회를 말한다. 즉, 현재와는 달리 잘사는 중산층이 많아지도록 사회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2002년 장쩌민 국가주석이 2020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만들겠다고 발언 한 이후부터 중국발전을 위한 상징어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장애인과 같은 소외계층들의 삶도 함께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화장실문제로 봐서는 시간이 필요 하겠단 생각이 든다.

공교롭게 회의 기간 중에 중국은 2년간 3조원의 돈을 투자하여 화장실혁명을 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간 중국 관광국은 2015년부터 3년간 관광지역을 집중적으로 화장실 혁명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연이어 전 도시와 특히 농촌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화장실은 그 나라의 국격을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88올림픽을 계기로 화장실이 크게 개선되었다. 특히 장애인화장실은 모든 곳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필자가 장애인이 되었던 30년 전보다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발전되어 왔다. 이제는 양적인 성장과 함께 질적인 발전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아태지역의 장애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장애인 화장실의 확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척수협회는 네팔 척수장애인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장애인화장실을 만들어주는 국제협력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화장실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제3차 아·태장애인10년의 주도국인 한국은 우리나라의 발전된 장애인 화장실기술을 지원할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BF)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좋은 기술들이 전파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아·태10년의 하반기를 향하는 우리나라가 아태지역의 장애인을 위해 널리 전파하여야 할 좋은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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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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