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를 방문할 기회가 생겨서 샌안토니오에 위치한 모건스 원더랜드(Morgan’s wonderland) 라는 장애인을 위한 테마파크를 방문했다.

기사에 따르면, 지적장애와 자폐증을 가진 모건의 아버지는 딸을 위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개인 자산 380억원을 들여서 2010년 원더랜드를 완공했다.

놀라운 이야기에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입구에 들어서는데 60대 후반쯤 보이는 인상 좋은 직원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왔다. 나는 한국에서 온 학자이고 시설들을 구경하고 싶다고 했다.

그분은 각국에서 탐방 오는 분들이 많다며 “매니저를 불러줄까요?”라고 물었고, 나는 당신이 직접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했더니(매니저에게 허락 받은 후) 친절하게도 투어를 도와주었다. 행운의 시작이었다!

첫 시설은 회전목마였다. 목마는 일반용 목마와 휠체어용 목마로 구성되어 있었다. 휠체어용 목마는 휠체어를 단단히 고정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었고 또한 동반자도 안심하며 탈 수 있도록 긴 의자가 부착되어 있었다.

저쪽에 외로운 목마 하나가 서있었는데, “저것은 무엇인가요?” 물었더니,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서 겁을 내는 아이들이 미리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놀이기구들도 연습용이 하나씩 있었다. 섬세한 배려가 돋보였다.

길가에 슈퍼 히어로 캐릭터들이 보였다. 장애를 가진 히어로들로 묘사되어 있었다. 그는 많은 아이들이 “천국에 온 것 같아요!”라고 고백한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듣는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주변에 나비모양의 장식이 많아서 나비가 이곳의 상징이냐고 물었더니 모건이 나비를 좋아해서 그렇게 꾸미게 되었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도 ‘초심을 잃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흐뭇했다.

놀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놀이터도 휠체어를 탄 상태로 놀 수 있도록 편리하게 구조되어 있었다. 휠체어를 탄 채로 좌우로 흔들릴 수 있는 그네도 보였다. 어른인 내 눈에는 그냥 일반적인 놀이터였는데 어떤 아이들은 모래밭에 앉아서 하루 종일 노느라 다른 시설들은 보지도 못한다고 했다.

턱이 없는 사방을 보면서 장애를 경험하지 않는 이런 공간들이 얼마나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편안함을 안겨줄 수 있을지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우리는 호숫가로 이동했다. 살아있는 잉어들을 그물망으로 잡는 놀이 공간이라고 했다. 가장 큰 물고기를 잡은 이에게는 기념 배지를 달아주는데 아이들은 엄청 좋아한다고 했다.

그 옆에는 기차가 다니고 있었는데, 호수를 끼고 인디안,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다양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구경하면서 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기계를 통한 인공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생태학적인 공간으로 구성한 모습에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여서 참 좋았다.

그는 나에게 이곳이 가족들이 쉴 수 있는 쉼터 공간들, 편의시설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하여 언급하였다. 아, 어쩌면 놀이 시설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솔직히 세계 유일이라는 거창한 문구 때문에 처음에는 원더랜드가 웅장하고 화려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래서 유원지 같은 소소함에 입구에서는 약간 실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들 중심의 시각에서 가족들의 실제적인 의견을 반영해서 만든 현장적인 공간이라는 것이 점점 가슴에 다가왔다.

지금은 겨울이라서 잠시 폐장했지만 워터파크의 안내를 부탁했다. 물놀이는 누구나 좋아하지만 안전사고를 생각하면 어떻게 운영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원더랜드측은 배터리 대신 압축공기로 작동하는 방수 휠체어를 대여해주고 물의 온도를 따듯하게 조절함으로써 체온유지에 민감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했다.

또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 미끄럼틀이 있는데 직원들이 안전을 위해 한명씩 내려 보내도록 하고 있고, 물길을 달리는 기차의 경우에도 스릴보다는 물길의 높이를 낮게 제한하여 안전을 유념한다고 하였다.

특수제작된 방수용 휠체어를 비롯한 다양한 설비들은 의사, 대학 연구진, 치료사, 장애인 부모 등의 조언과 기술 지원 등으로 마련되어오고 있으며 공원에는 의료진들이 상주하고 있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설명을 도와준 이분은 은퇴하고 자원봉사자로 이곳에 처음 왔다고 했다. 지금은 직원이 되었지만 자발적으로 급여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원더랜드는 많은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이 활발히 활동한다고 했다.

그는 원더랜드는 적자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기업의 후원이나 대학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더 많은 후원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부적으로는 지역 노인들을 위한 파티행사, 보이스카우트 행사 등에 공간을 대여해줌으로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했다.

듣고 보니 원더랜드 같은 곳은 노인이나 극심한 스릴감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적당한 휴식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공원을 나오면서 우리나라가 시각을 넓혀서 전 세대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테마공간 조성에도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세계에서 외국인이 여행하기에 가장 안전한 국가’로 꼽히고 있는 명예로운 우리나라가 각종 유흥이나 먹거리뿐만 아니라 편안한 가족 중심의 놀이공간을 만들어 따듯한 여행의 면모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김미혜 칼럼리스트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에게 진정한 쉼은 무엇인지, 자유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은 무엇인지를 가르쳤으며, 현재는 미국 센트럴 미시간 대학교(Central Michigan University)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장애인의 여가를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여가와 행복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제공하고, 미국의 현장감 있는 소식을 전달할 예정이다. 장애인의 삶에 대한 관심은 열정과 패기로 가득했던 20대 청년시절의 첫 직장,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