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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책임질까 두려워 보호의무 외면

특수학교와 활동보조인 기피로 집에 집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11-17 10:38:45
2차 세계 대전으로 전쟁에서 상처를 입어 척수장애인이 많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그들은 오래 살지 못했다. 불과 몇 년을 살다가 사망한 것이다. 그 이유를 연구해 본 결과 소변을 제때에 보지 못하여 그렇게 된 것이었다.

척수장애인은 운동신경이 손상되어 움직일 수 없기도 하지만, 신경다발인 척수가 손상되면 감각신경도 손상되어 대소변을 보아야 하는 마려운 감각이 없어질 수 있다. 그래서 대소변을 제때에 보지 못하게 되면 장기에 노폐물이 역류하여 감염을 일으키고 이것이 폐혈증이나 장기 기능마비를 가져와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이제 그 원인을 알았으니 문제는 사라진 것일까? 가족이 아니면 누구도 자가 배뇨(CIC)를 도와주지 않는다. 첫째는 남의 바지를 내리는 행위는 서로가 민망한 일이다. 특히 이성이면 그렇다. 장애인을 돕는 전문가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산부인과 의사가 환자를 보듯 장애인의 일상생활의 필수적 요소인 배뇨를 민망해 할 이유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둘째는 배뇨관을 삽입하여 소변을 보게 하는 것이 의료행위로, 활동보조인이나 특수학교 교사가 이를 도와주면 불법의료 행위로 처벌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의료행위는 유자격 의료인만이 할 수 있다. 의료인도 허가된 병원 내에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행위가 의료 행위로서 의료인만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척수장애인은 화장실을 가야 하는 시간에 병원을 가야 한다. 몇 시간마다 병원을 가야 하므로, 하루 종일 병원만 여러 번 왔다갔다 하다가 하루가 다 갈 것이다. 아니 자다가도 일어나 가야 한다. 도대체 어떤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어 병원에서 그냥 살아야 할 것이다.

자가배뇨는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행위이면서 조금의 상식이나 교육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러한 처치를 해 주었다고 별도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배변이라는 생명체는 누구나 하는 일상의 일이므로 활동보조인이 일정의 교육을 받은 다음 도와주어도 불법의료 행위는 아니라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이 있었다.

복지부가 유권해석만 하여 주면 그럼 만사가 해결되었을까? 다른 장애 유형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보조인은 이러한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척수장애인 활동보조인을 맡아서 민망할 수도 있고 힘들고, 밥맛 떨어지는 이런 행위를 굳이 하고 싶지 않다.

활동보조인은 별것 다 하는 사람이고, 개인의 깊숙하고 은밀한 사생활인 신변처리까지 도와주는 천한 행위 같다는 생각을 하는 활동보조인은 이왕이면 쉬운 상대를 골라 상쾌하고 우아한 활동보조인이 되고 싶다.

그러니 활동보조인끼리 중증 장애인은 기피를 하게 되고, 누군가는 활동보조인을 구하지 못해 정부로부터 활동보조 서비스 대상 판정을 받고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등급 판정을 해 놓고 사람을 못 구해 서비스를 전혀 받을 수 없으니 장애인은 약이 더 오른다. 정말 버려진 기분이다.

소아당뇨로 인하여 인슐린 자가 주사를 하여야 하는 한 초등학교 학생이 특수학교 화장실에 들어가 혼자 자기 몸에 주사를 놓았다. 그리고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같은 반 아이들이 보는 곳에서 주사를 맞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고, 양호실에 가서 안정된 환경 속에서 주사를 맡고 싶었으나 학교는 이를 허락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인슐린은 주사약의 정량만 잘 지키면 누구나 안전하게 주사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매일 인슐린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병원을 찾을 수는 없어서 환자 스스로 안전하게 주사하도록 도구들이 잘 개발되어 있다.

학교에서 간호사가 상주하고 양호실을 별도로 두고 있어 장소를 제공해 줄 수도 있고, 주사 투약을 도와줄 수도 있다. 그런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니 혼자 하라고 하면서 양호실 출입도 허가해 주지 않았다.

특수교사들은 그것은 의료행위이고, 교사의 업무 영역이 아니므로 알아서 하라고 하였다. 지방에 있는 특수교사들은 인슐린 주사가 투여되지 않으면 학생이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 되므로 사용법을 배워 도와주는데, 서울에서는 교사들끼리 소문을 내어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분위기가 되었다.

주사를 놓아 주면 부모가 보호나 방어기재가 예민하게 작동하여 따지는 것을 좋아하고, 굳이 기피하면 그만일 것을 의료법을 위반해 가면서 도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가 장애인이니 부모는 더욱 보호를 위해 전투적이다.

의변(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의 한 변호사는 인슐린 주사의 경우, 별도의 비용을 받는 것이 아니라면 일상생활이지 의료행위를 보지 않으며, 생명의 위험성도 매우 약하고 일상에 필수적 요소이므로 불법의료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소한 학교는 양호실을 내어주고 간호사로 하여금 도와주도록 하는 것이 학생이 자신의 만성질환이 케어를 받고 있다는 생각도 할 것이고, 버려져서 숨어서 해야 하는 행동은 아니라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육이다. 숨어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 아니다. 학교측은 양호실이란 장소 제공도, 잘못되면 학교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고, 학부모 중에는 아무나 걸리면 물어뜯는, 자기 아이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용감해질 수 있는 사람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취한 기피였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걱정이 되면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것이 어떨까?

또 서울시 소재 한 특수학교 중등부에 다니는 한 학생은 중증장애인임에도 정말 운 좋게도 기피하지 않고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는 활동보조인을 만났다. 이 학생은 셕션기(가래배출기)를 사용하는 학생으로 하루에도 서너 번 가래를 제거해 주어야 한다.

목에 가래를 제거하기 위해 선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일어나면 다른 질병을 얻을 수도 있으니 이는 의료행위이지만 간호사들이 좀 불결하게 느껴지는 이러한 행위를 하기 싫어서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기피하는 것이라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중증환자의 석션은 분명 의료 행위이다. 그러나 자가배뇨나 인슐린 주사와 같이 숨을 편하게 쉬도록 하는 행위는 일상적 행위이다. 코를 풀거나 기침을 하거나 가래를 뱉는 것처럼 석션을 해야 숨을 잘 쉴 수 있는 일상의 장애인이 있을 뿐이다.

이 역시 별도의 비용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특수교사 누구나 이를 도와주기 위해 나서지 않고 가족이 하든지 제자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든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 특수학교장에게 장애인이 수업을 제대로 받도록 하는 것에는 석션도 필요한 정당한 편의제공이고, 학교는 간호사도 있으므로 보조교사의 업무과중이란 이유로 석션을 지원하지 않고 기피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시정을 권고한 바도 있다. 그러나 달라진 결과는 없다.

석션을 도와주던 활동보조인이 일을 잘 하는 것을 본 학교는 인력확충을 위해 그를 보조교사로 채용하였다. 그러자 활동보조인이 없어진 장애 학생은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이제 학교에 취직이 되어 더 이상 돌봐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는 바로 그날로 장애학생 곁을 떠났다.

이 학생은 석션을 할 수 없어 학교를 그만 다니게 되었다. 장애학생에게 서비스를 하는 학교가 아니라 장애인을 도와주던 사람을 빼앗아가 집밖에 나올 수 없도록 한 결과를 낳았다. 물론 법적으로 학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간호사가 비상시 다치면 약 발라주고 병원에 가야 할 경우 잠시 머무르게 하면서 119를 불러주는 역할만 한다면 굳이 비싼 인건비를 들여 의료인력을 학교가 고용할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무사안일하고 자기보호만 일색인 학교에서 무엇을 장애인은 기대할 수 있을까?

이 정도면 학생은 교사를 위해 필요한 존재일 뿐, 학교는 교사의 직장일 뿐이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다. 학교는 학생이 아니라 교사를 위해 존재할 뿐이다. 학생도 교사를 위해 존재한다.

보건복지부는 중증 장애인이 활동보조 인력을 확보하도록 고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활동보조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으니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의 권리인 서비스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 사람이 기피를 당하고 고통 속에 있음을 외면하여서는 안 된다. 배뇨나 석션, 주사 등 별도의 인력을 양성하고 시급(보수)의 차등을 두든지, 별도의 중계기관을 정하든지 대책을 내어 놓아야 한다.

학 학부모는 학교에서 장애학생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매뉴얼을 교육부가 만들어 그 안에 투약, 석션, 산소호흡기, 심폐소생, 배뇨 지원, 주사 등 서비스를 안전하게 하고, 책임을 매뉴얼대로 했으면 면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 역시 적극적 수용의 태도를 가졌을 때에 가능하다. 기피하고 있는 사람에게 매뉴얼은 필요가 없다. 아예 만들지 않을 것이다. 자기구속 행위로 생각해 버릴 것이다.

정말 가장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도록 제도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 서비스 1등급을 받고도 활동보조인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 가족에게 다른 직장을 구하지 않고 생계가 가능하도록 활동보조 인력으로 인정해 주든가, 아니면 활동보조인을 구하지 못한 실태조사를 철저히 하여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주든가, 그것도 어려우면 활동보조인의 서비스 시간 중 일정 비율은 반드시 중증 장애인에게 서비스하도록 강제화해서라도 장애인이 제대로 숨쉬고, 화장실 가야 할 제때에 볼일을 볼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

가장 서비스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을 이제 그만 울렸으면 한다. 더구나 활동보조인은 자립을 보조하는 인력이지만, 교사는 보호의무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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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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