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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로스팅하다" 낭만커피공작소

함께 살아감이 진정한 의미의 낭만입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11-15 16:19:31
낭만.
사전적 의미로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낭만이 이렇게 어려운 단어인 줄 미처 몰랐는데요, 어째 낭만의 사전적 의미는 참 낭만적이지 않네요.

사람이 살아가는데 낭만이 참 중하지요. 낭만 없는 연애. 낭만 없는 결혼생활. 오우~ 야무지게 씻고 바디로션 안 바른 마냥 생각만 해도 겁나 건조해집니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인과 낭만 사이에는 무슨 개연성이 있을까요?

하루 종일 흉내도 내기 어려운 말에 틈만 나면 일어서서 돌아다니는 심군. 입에서 나오는 말의 95%가 부도수표인 공군.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면서 절대로 안 그런 척하는 염군. 끄떡하면 삐지고 하던 일도 팽개쳐버리는 김양. 오면 온다, 가면 간다 인사도 없는 윤양B. 이랬다 저랬다 귀는 얇아가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윤양A 등등.

도무지 이들에게서 낭만을 찾아보기란 우리 부부가 넷째를 가질 확률보다 더 희박해보입니다. 하루 종일 함께 있다 퇴근하면 이들의 목소리가 환청 비스 무리하게 귓가에 맴 돕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협회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문제더군요.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 11월 말부터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카페를 운영합니다. 필요한 재정과 장소를 구하고 인테리어 하는 것 보다 카페이름 작명이 더 어려웠습니다.
① 더디 가도 함께: 너무 흔해서 패스
② 미워도 다시 한 번: 속마음을 너무 노골적으로 표현해서 패스
③ 나무아래 쉼터: 다 좋은데, 카페 근처에 나무가 없어서 패스

그렇게 몇 달을 머리를 쥐어뜯고 고민하던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문세 형님이 출현한 ‘빤따~스틱 듀오2’에서 ‘옛사랑’을 함께 부르며 우승을 거머쥔 주인공의 닉네임이 바로 ‘낭만기타’였습니다.

“오호~ 저거다, 저거. 낭만, 낭만커피.”
캬~ 역시 문세형님은 절대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 바로 ‘낭만커피공작소’입니다. 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열심히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서두에 열거한 인물들 중 염군과 김양이 함께 일하게 됩니다. 직장이 공작소이니 이 두 사람은 앞으로 ‘공작원’으로 불리게 되겠지요.

“어이~ 염 공작원, 김 공작원”
생각만 해도 웃깁니다.

낭만커피공작소 간판 ⓒ제지훈 에이블포토로 보기 낭만커피공작소 간판 ⓒ제지훈
어쩌다보니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낭만’적인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월요일이 기다려지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먹고 마시고 일하면서 요즘 같은 삭막한 세상에 크게 웃을 일도 잦으니 말이지요.

그러고 보면 낭만은 복잡한 정의도, 감성으로 포장되어지는 것도 아닌 그냥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장애가 있든 없든, 나이가 많든 적든, 건강하든 약하든, 부하든 가난하든 모두가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갑’질하지 않는 세상. 참 낭만적이고 살아볼만한 세상 아니겠습니까?

이제 다음 주면 공작원 염씨, 김씨는 협회가 아닌 또 다른 낭만의 현장에서 일하게 됩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될 테니 앞으로는 표정관리며 언어생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라 신신당부하였건만, 가끔 한방씩 터트려 주시는 두 사람의 기행(?)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당황한 손님들을 위한 접대 매뉴얼’을 따로 만들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

혼자 하는 연애, 혼자 하는 결혼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피터지게 싸워도 함께하니까 좋은 것이지요. 혼밥, 혼술이 유행이라 해도 밥이나 술도 함께 먹고 마셔야 제 맛입니다. 암만 폼 난 것도 혼자 하면 청승입니다. 같이 해야 뽀대가 나지요.

낭만의 멋은 함께 누릴 때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뭔들 낭만적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인생을 낭만적으로 살고 싶으면 먼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낭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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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제지훈 (sumgim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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