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주일 후면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다. 고3 수험생이었던게 어느새 20년도 더 지난 일이니 요즘의 수험생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어떻게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시험과목도 그때와는 달리 수험생별로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의 폭이 넓어지기도 하였고 그 결과를 가지고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아직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여전히 수학능력시험은 인생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학진학과 관련된 중요한 시험으로, 이 시험에 임하는 수험생들에게 막중한 부담감을 주는 시험으로써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모두 마찬가지로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특히 통합교육을 받는 시각장애학생의 경우 좀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있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몇 가지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먼저, ‘수능은 부담스러운 시험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의외로 즐거운 행사 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칼럼을 통해 통합교육 환경 속에서 겪어야 했던 애로사항들에 대해 몇 차례 이야기 한 바 있다. 아이들의 놀림이나 괴롭힘, 이런 것들은 아무리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고질병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학교생활의 일부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시험을 보고 나면 이제 그 지긋지긋한 일상과 작별할 수 있다. 결과가 좋지 않아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놀림과 괴롭힘과는 작별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해도 마찬가지이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다들 어느 정도 성인이 되었기에 장애를 이유로 친구를 놀리거나 괴롭히지는 않는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에도 적어도 내 시력이나 눈을 가지고 놀림이나 괴롭힘을 당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런 걸 생각하면 수능은 얼마든지 즐거운 행사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동안 수험생활 뿐만 아니라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묵묵히 뒷바라지 해 주신 어머니에게 자신이 이만큼 성장했음을 확실히 보여드릴 수 있는 날이 수능시험일이다.

사실, 나는 12년간의 학교생활이 너무나 힘겨웠기에 높은 시험 점수나 이런 것에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시험 전날 이 책, 저 책 들여 본다고 점수가 크게 올라 갈 일도 없었겠지만 수능이 행사로 느껴졌기에 그동안의 일들도 생각해 보고, 앞으로의 편안한 날들에 대해서도 생각하느라 바빴다.

그러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나를 돌보느라 늘 고생하며 조용히 눈물 짓는 날이 많으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수험장에 입실하고 나면 또 그렇게 하루를 수험생인 나보다 더 걱정하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본인 탓인 양 자책하며 1년처럼 긴 하루를 보내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청심환을 사 먹고 수험장에서 쉬는 시간에 볼 요점정리 페이퍼를 작성하는 보통의 수험생들과 달리 어머니께 드릴 청심환을 사고 수험장 밖에서 떨지 말고 집에 가 계시라는 내용과 학교에 다니는 12년 동안 나보다 더 고생 많이 하신데 대해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어머니께 그것들을 건네 드리고 수험장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그것 때문에 어머니는 또 한번 눈물을 흘리셨지만 아직도 가끔 그 때 이야기를 하시며 우리 막내아들이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을 하셨다고 이야기하신다.

여기까지는 통합교육을 받으며 수능시험을 준비해 온 시각장애 수험생들이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이야기들이고 이제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수학능력시험 공식 홈페이지(http://www.suneung.re.kr)를 살펴보면 시각장애를 가진 응시생은 시험시간의 1.7배~1.5배 연장, 점자문제지 제공, 1, 3, 4교시에 음성평가자료(화면낭독프로그램용) 파일 또는 녹음테이프 제공, 2교시 수학영역 필산기능 활용 가능한 점자정보단말기 제공, 확대문제지(118%, 200%, 350% 중 택1), 확대독서기 지참 허용 등의 수험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미 오래 전에 시험접수를 끝냈기에 자신에게 맞는 편의제공을 신청했을 것이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수험생들은 자신이 신청한 편의제공에 맞게 모의고사 등을 진행하며 실전감각을 익혔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통합교육을 받는 시각장애 수험생들은 충분히 연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잔존시력 활용을 잘 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비장애학생들과 동일한 형태의 문제지로 동일한 시간 동안 여러 차례 모의고사를 보았을 수도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실제 시험에 임할 때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시험을 보기 위해 수험편의 제공을 신청한 경우는 미리 연습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음성파일을 이용해 시험을 치르는 경우 시험지의 문제나 지문 등에서 밑줄 친 부분들에 대해 낭독되는 방법들을 확인하고 익숙해지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소리만으로 밑줄이 쳐진 곳을 표기하기 위해 '밑줄시작', '밑줄끝'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문제를 푸는데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확대문제지를 신청한 학생들의 경우 실제 자신이 받게 될 시험지와 유사한 크기의 글자와 용지로 연습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118%, 200%, 350%처럼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어 있지만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는 이게 어느 정도의 글자크기인지 알기 어렵다.

그리고 큰 배율의 시험지일수록 고개를 많이 움직여야 하고 자주 페이지를 넘겨 가며 시험에 임해야 하기에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시험시간이다. 1.5배, 1.7배 등의 시험시간 연장은 언뜻 보기에 굉장히 여유로운 문제풀이가 가능해 보이지만 막상 실제 시험에서는 생각보다 여유롭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모의고사를 보느라 통상적인 시험시간에 익숙해 진 학생이라 해도 이 추가시간이 어느 정도의 시간인지 경험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에 임하면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런 점들에 유의하며 수능 준비를 마무리하면 좋겠다.

우리는 시험이 중요할수록 현장에서 크게 긴장하여 자신이 가진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들을 자주 보게 된다. 긴장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실제 수험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유사한 문제를 자주 풀어보며 현장 감각을 익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수험장은 시각장애학생들에게 낯선 공간이다. 또, 통합교육을 받는 시각장애 수험생은 같은 학교 친구들과 다른 수험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긴장하기 쉽다.

게다가 이들은 통합교육을 선택한 까닭에 자신에게 제공되는 수험편의를 반영한 모의고사 등을 충분히 접해보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더 어렵게 공부한 학생들이니 최소한 자신이 가진 실력이라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통합교육 현장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실제 고사장에서 접하게 될 상황들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해마다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날은 한파가 몰아치곤 한다.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통해 묵묵히 공부해 온 시각장애 수험생들이 올 수능에서는 자기가 가진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무리 한파가 온다 해도 시험을 마치고 나온 마음들은 하나같이 따뜻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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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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