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 학생 중에 함묵증 아동이 있었다. 함묵증은 전혀 소리를 내지 않는 철저한 무언증을 말하는데 이 아동은 선택적 함묵증이였다고 보면 될 것이다.

PDD(전반적 발달장애)아동이 보이는 언어장애 특징 중 하나인 함묵증은 상호작용의 결여에 따른 사회성 결핍에 나타나기도 하는데 주로 화용론적 측면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아동은 또래와의 관계에서 뿐아니라 부모와의 관계에서 조차 말하지 않았고 심리적인 위축과 정서적인 고립으로 인해 치료단계상 많은 치료기간을 잡아야하는 최상위아동 중 하나였다.

특별히 이 아동을 기억하는 이유는 이 아동 입에서 나오는 첫 단어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표정도 눈빛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아이가 그룹 내에서 했던 첫 번째 말이다.

[아니잖아]

보통 PDD아동들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당연한 것들, 규칙이나 예의 등에 신경 쓰기 힘들어서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기가 쉽다. 특히나 인지 능력이 낮은 학생들은 사회전반적인 예의보다 학급 내에서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못해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이 친구는 그룹 내에서 약속된 규칙을 어기는 행동을 하는 다른 아동을 보고 자신이 억울하고 화가 나자 10회기정도에 이르러서 처음으로 한 말이 [아니잖아] 였다. 이는 반칙을 했다고 알리는 말이었다.

이 아이에게 기본적인 규칙이라는 것은 스스로의 입을 열게 할 만큼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이때 새로운 개념을 그 그룹에 도입하게 되었고 그룹 내에 새로운 방향을 잡게 되었다.

그것은 <기본 상식> 이라는 것이었는데, 단순한 규칙과 예절들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러한 기본상식이 전제된 그룹 내에서는 입을 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식과 비상식을 알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하도록 하며 좀 더 구체적으로 하는 배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놀이를 통해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놀이중의 행동에 적용을 하며 문제해결과정을 추가하여 서로 의논하게 하였다. 물론 이 친구는 여전히 말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놀이 중간에 자신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보이면 한 번씩 입을 열곤 하였다.

학교나 복지관에서도 여러 가지 사회적인 공부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직접 경제활동에 참여해 보거나 심부름을 해보거나 하며 사회에서 지켜야 하는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사람 앞에서 코를 후비거나 방귀를 끼는 것은 비상식이다. 또는 지하철에서 작은 소리로 통화하는 것은 상식이다 등 기본적인 이야기를 부모님과 많이 나누길 바란다.

주의 안내판의 예 ⓒ김지연

또 이 상식과 비상식알기에서는 그림 자료를 통한 대화도 도움이 된다. 사회생활과 관련된 상황과 표정이 그림으로 표현된 그림책도 좋고, 특정장소에서 나타나는 안내판도 좋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도 휴대폰은 진동, 뛰지 않기, 먹을 것 금지 등의 그림으로 표시된 안내판들이 있다. 그림들을 찾아보며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하고 같이 생각을 나누며 상식과 비상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최근 많은 일반 사람들이 감정적인 행동을 보인다. 상식이 존재함에도 특히 자신보다 나약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하대하며 기분대로 말을 하거나 행동하여 상처를 준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표현하지 않는다고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불편한 것은 싫어하고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보편화 된 상식들을 이들에게도 적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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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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