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은 직업재활의 날이다. ‘일0 삶0’이라 해서 일이 없으면 삶도 없다는 뜻에서 10월 30일을 직업재활의 날로 정했다. 그렇다보니 10월에는 직업재활과 관련해서 이곳저곳에서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이나 근로 장애인들에게 크고 작은 표창장들이 수여되기도 한다.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직업재활시설이 582개소 정도이고 시설 종사자수가 3,133명 정도 되며, 직업재활시설을 이용하는 훈련생과 근로 장애인을 합친 것이 17,131명 정도이다.

약 2만명 가량이 직업재활시설 이라는 곳과 직접 관련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극히 일부만이 10월에 그간의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 표창장 등을 수상하게 된다.

물론, 표창이라는게 어찌 생각해보면 단순한 종이 하나에 불과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부상이 지급되는 경우도 많지 않아 노고에 대한 보상이라 하기에도 부족한 감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에 대해 누군가 알아준다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표창은 분명 기분좋은 일이다. 하지만, 표창장이라는게 수량이 제한되어 있기에 2만여명 모두에게 주어질 수는 없고 이들 중 극히 일부에게만 수여 기회가 돌아간다.

결국 직업재활시설들의 10월 잔치에는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할 수 있겠다. 올해 10월 잔치에는 내가 일하고 있는 직업재활시설에서도 초대받은 이가 한 명 있다. 요즘은 해외 여행이 흔한 일이 되었기에 국제선 항공기를 타 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긴 비행시간 동안 좁은 공간에 앉아 있어야 하는 탑승객을 위해 각 좌석마다 단말기가 설치되어 있고 이 단말기를 이용해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할 수 있다. 옆자리 승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각자의 단말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헤드셋이 하나씩 제공되는데 이것을 사용해 본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헤드셋을 제공하기 위해 시각장애인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전선의 정리와 스폰지 팁의 교체, 그리고 비닐포장까지 모든 과정이 시각장애를 가진 근로 장애인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우리 직업재활시설에서 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근로 장애인 한모씨(남,41세)가 올해 10월 잔치라 할 수 있는 표창을 수상하게 되었다.

한씨는 2004년부터 14년째 우리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고 있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해 특화된 직업재활시설이 극소수이기에 출퇴근이 왕복 4시간 가까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무단 결근 한 번 없이 성실히 일하고 있다.

동료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일에도 앞장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업 담당 사회복지사 보다 더 작업장 운영에 대해 큰 관심과 걱정을 아끼지 않는다. 한씨는 최저임금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다.

직업재활시설에서야 최저임금을 받기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저임금 자체가 그리 높지 않기에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씨는 늘 검소한 생활로 꾸준히 저축을 하였고 가정에서도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한씨가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해 모은 돈으로 얼마전에는 주택도 구입했다. 평소에는 커피 한 잔도 몇 번을 망설이고서야 사 먹는 한씨지만 동생이 결혼을 준비할 때 보태라고 목돈을 내 놓기도 했다. 그런 그이기에 그의 수상 소식이 내 일보다 더 기쁘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근로장애인 한씨가 수상한 표창장. ⓒ조봉래

한씨의 수상 소식이 이렇게 반가운 일이지만 한씨만이 주인공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직업재활시설과 관련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2만여명 모두가 장애인의 직업재활과 관련하여서 만큼은 주인공이다.

근로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적은 급여에도 불구하고 그 급여로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일들을 하는데에 요긴하게 쓰고 있고, 또 한 가정의 가족이자 우리 사회의 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또, 시설에 종사하는 종사자들도 마치 시설의 수익이 늘면 자신의 삶이 풍족해지기라도 하는양 자기 사업처럼 여기며 늦은 밤시간까지 일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누군가 경쟁고용시장으로 취업하여 나아가기라도 하면 자기 일처럼 기뻐하곤 한다.

법률로 정해 놓아도 그 의무비율조차 지키지 않는 곳들이 허다하기만 한 장애인 고용시장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 장애인들도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결정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만여 직업재활 관계자들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노력하고 있다.

비단 ‘직업재활의 날’만 이들이 주인공인양 대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알아주는 것이 이들에겐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표창장과 기념식도 이들에게 새로운 힘을 주겠지만 이들이 만든 제품과 제공하는 서비스에 한 번 더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장애인 생산품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걷어내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애써 주는 것이 진정 이들을 위하는 일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