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8월 21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광화문 농성 3주년을 맞아 개최한 문화제 진행모습(좌측), 문화제를 보고 있는 청중들 모습(우측). ⓒ이원무

촛불시민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보건복지부가 8월에 ‘제1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발표내용에선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우선 폐지한다고 했지만 부양의무자인 부모가 장애인 또는 65세 이상 노인일 때만 부양의무를 없앤다는 거다.

하지만 65세 이하의 부모에게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말이다. 이 기준을 적용할 때 장애인 개인 소득이 없으면 오롯이 장애인의 생계를 부양의무자인 부모 등이 책임진다. 국가가 생계보장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길 뿐만 아니라 특히 발달장애인 가족의 경우에는 발달장애인을 부양하는 부담이 상당히 커 개인생활 영위는 정말 쉽지 않다.

더군다나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은 각각 기대수명이 50.6세, 28.2세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 부모가 65세 이상일 때 부양의무에서 제외한다고 해도 발달장애인 가족의 부양부담은 거의 줄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 등 원가정에 있는 발달장애인의 가족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면 부양부담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텐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과연 그럴까? 여기서는 장애인가족지원사업과 장애아동 입양을 중심으로 간략하게나마 보려 한다.

우리나라에선 장애인가족지원사업을 통해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 휴식지원프로그램, 부모심리상담 등으로 발달장애인 가족과 관련한 가족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의 경우 장애등급 1~3급에 전국가구 평균소득 100%이하로 지원대상을 제한하고 돌봄지원 서비스량은 연 480시간이다.

그런데 발달장애인 가족의 경우 부모의 돌봄소요시간은 전체 발달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의 경우 각각 연 1350시간, 2370시간이다.

결국 480시간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양육 및 부양부담을 경감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또한 의료적 등급에 따른 지원이지, 가족욕구에 기반한 것이 아니기에 욕구에 따른 지원을 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 사업이 장애아동에게 전문화된 돌봄제도이긴 하지만 장애아돌봄인력의 월평균 수당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60만 9,474원이다. 돌봄인력의 처우는 열악하니 돌봄서비스의 질이 좋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휴식지원프로그램의 경우 중증장애아동에 전국가구평균소득 100%이하일 때만 지원받을 수 있다. 실제 발달장애인 가족과 관련해 2015년 12월 31일 기준 실적으로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각각 1,567명, 2,261명 지원받았다. 발달장애인 전체인구 21만 855명(지적장애인 18만 9,752명, 자폐성장애인 2만 1,103명)에 비하면 극소수만이 지원받은 셈이다.

필자가 연구소 생활을 하던 당시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연구소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쉼을 위한 힐링캠프를 경북 영덕에서 실시했을 때 부모프로그램 장면들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이외에도 발달장애인 부모심리상담의 경우 역시 전국가구 평균소득 100% 이하의 가정만 지원받을 수 있다. 종합해보면 장애인 가족을 지원하는 제도는 발달장애인 가족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부양부담은 상당해 부모가 자살하거나 장애가 있는 자녀를 시설에 맡기게 된다. 게다가 발달장애아동을 유기할 가능성이 상당한데 장애아동 입양 및 입양특례법 등과 관련해 보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장애아동 입양과 관련해 입양특례법에서는 국내 가정에 양육보조금을 지원함으로 장애아동의 국내입양 활성화와 건전한 육성을 도모하도록 하고 있다. ‘입양특례법 상 허가를 받은 입양기관에 의해 같은 법의 요건과 절차를 갖춰 장애아동을 국내 입양한 가정’이 입양특례법에 나온 지원대상이다.

유기아동 입양 시 양육수당은 발달장애가 심한 아동(1, 2급 및 중복3급)의 경우엔 62만 7,000 원, 발달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아동(3급)은 55만 1,000원을 지급하지만 만 18세나 18세 이상이어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지급한다. 이외에도 연간 260만원 한도 내에서 진료·상담·재활 및 치료비용을 지원받음은 물론 고등학교 교육비 및 입양 축하금까지 받는다.

한편 원가정에서 보호하는 발달장애아동의 경우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양육수당이 0세~36개월 미만은 월 20만원, 36개월~취학 전(84개월)까지는 월 10만원이다.

즉 입양한 발달장애아동이 원가정에서 보호하는 발달장애아동보다 지원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발달장애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가 아동 유기라는 몹쓸 행동을 할 가능성을 높여주며 실제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원가정 보호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2017 아동분야 사업안내 보건복지부 책자 표지 ⓒ보건복지부

따라서 발달장애인 가족 지원을 위해서는 먼저 부양의무제를 전면 폐지하고 국가가 발달장애인의 생계에 필요한 소득을 실제로 충분히 지원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하도록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및 발달장애인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장애인가족지원사업의 지원대상은 모든 장애인가족에게 열어두고, 장애등급, 소득수준의 2열 종대가 아닌 가족 욕구에 기반해 지원하도록 부모상담사업,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 등의 장애인가족지원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아울러 원가정의 발달장애아동 양육·교육비와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의 지원수준을 현재에 비해 많이 늘리고 이에 대한 예산도 증액해야 한다. 그래서 발달장애아동을 포함한 장애아동 관련 양육수당 및 입양수당을 원가정을 보호할 목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이럴 때 부양부담을 상당부분 해소하며 발달장애인 가족 모두가 사회 안에서 각자 소중한 구성원으로 존중받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가족을 충분히 지원해 결국엔 발달장애아동을 유기하거나 발달장애인을 시설에 맡기거나 발달장애인 가족이 자살하는 등의 비극이 더 이상 발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발달장애인 가족들, 특히 부모들은 부양부담에 너무도 지친 나머지 살려달라고, 지원하라고 정부를 향해 외치고 있다. 필사적인 절규에 가깝다. 정부는 이 필사적인 절규에 더 이상 외면 말고 진정으로 경청하며 가족지원제도를 만들 때 부모들의 요구를 깊이 반영·실행하길 바란다. 부모들의 외침을 이제는 더 이상 피눈물 나는 절규로 만들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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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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