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한자성어로 감정이입하여 다른 사람의 기분, 행동을 이해해보라는 말이다.

필자가 20대에 소아정신과에 근무하며 장애아동과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아직 부모가 되지 않았던 시절, 처음엔 모든 환자들을 그저 치료를 받는 내담자로만 생각하고 상담에 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녀를 출산하고,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만나 양육을 하고 각종 사회기술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큰 산으로 느껴질까?’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한 장애 아동의 어머님이 너무나 까다로운 제안을 많이 하셨다. 상담시간 외에도 아동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문의를 하시며 불안해하시기도 했다.

처음 상담을 할 때는, 가정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알고 보니 이 가정은 재혼 가정이었다. 너무도 놀랄만한 것이, 누구도 친엄마가 아니라고 생각이 안 들었다. 눈빛도 따스하며, 온화했고 진정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었다.

장애를 앓고 있는 것에 너무나 마음이 아파, 자신의 온 시간을 자녀에게 투자를 하며 모든 치료를 쫓아다니셨다. 처음으로 이제까지의 행동들이 너무나 대단하다 생각이 되고, 어머님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다.

한번 여쭤본 적이 있다. 장애아동이 있음에도 재혼 결심을 하신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텐데.. 라고, 그분의 답변은 남달랐다.

‘처음 나를 보고 꼭 안더라고요, 얼마나 아이혼자 힘들었을까.. 그래서 엄마가 되어주고 싶었어요’

그날 필자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처음으로 그 사람이 되어보았다. 이후 내담자에 대한 나의 태도도 바뀌었다. 누구든, 얼마나 힘들까. 그래서 치료현장에서 만이라도 내가 엄마가 되어 도와주고 싶었다.

필자는 꼭 이 이야기를 아동들에게도 해준다. 마음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은 이해와 사랑 속에 있다고 말을 한다.

표정을 보고 기분을 느껴보기ⓒ김지연

불행하게도 아이들은 처음 학교에 가고 친구를 만나면서 서로 이해하고 사랑을 나누기도 전에 모든 것을 분류한다. 어쩌면 사회적으로 만나온 우리네 어른들이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키가 큰아이, 키가 작은 아이 또는 말을 잘 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 깨끗한 아이, 지저분한 아이 등등 신체적으로 행동적으로 많은 분류를 하여 나의 친구를 고른다.

그로인해 장애아동들은 이유 없이 완전히 소외되기도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어쩌면 왕따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분류를 하는 우리들이 아닐까 싶다.

어찌됐든, 그렇게 분류를 한 아이들 중 친구를 만든다. 하지만 완벽히 내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을리 만무하다. 싸우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다가 ‘안놀아!’ 하며 절교 선언을 하기도 한다.

상대의 기분을 이해하기도 전에, 나의 억울한 감정만 중요하게 생각되어 몹쓸 말을 내뱉는다. 다시 아쉬워져 찾아가보지만 이미 그 친구는 뒤돌아서 있을 때가 많다.

아이들은 상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친구의 상황은 어떠한지, 지금 기분은 어떤지. 그 친구가 매우 혼란스러워 하거나 화가 많이 난 것처럼 보일 때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선택해 보아야한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잠시 피하거나, 적어도 내가 더 나쁜 말은 안해야지 등 정확한 행동 방침이 필요하다.

동일 선상에서 각자의 감정이 있음을 인정하고, ‘네가 소리 지르는 거 보니 화났구나. 왜 화났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있다가 말하자.’라고 말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이는 아동이여야 한다.

이것이 감정을 이해하고 이해를 보여주는 단계이다.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친구들에게 늘 권하는 방법은 ‘피하라’ 이다.

적어도, ‘나 지금 화가 났어. 좀 있다가 말해’라고 먼저 피하고 상대방 기분이 어떨지 이해해본 뒤 다시 풀어보는 것이다.

‘자녀를 길들이다’라는 말이 있다.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부모식대로 길들여 부모의 피규어로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양상은 또래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친구를 내가 편한 식으로 길들여서 이것이 원활한 우리의 관계인 냥 우정을 논한다.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하고 이해를 보여주게 되면 서로를 길들일 필요가 없다. 각자의 날개를 펼침과 동시에 정상적인 관계가 유지 될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