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누워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정 최선영

깊은 잠에 빠진 민정이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새하얀 볼살을 요리조리 찔러보는 햇살의 짓궂은 장난질 때문에 민정이는 커튼으로 햇살의 손짓을 가립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졸음으로 조용했던 교실은 활기를 띠며 금세 시끌벅적해집니다

“아~ 이 여름이 가고 나면 우린 이제 책상과 하나가 되어야 하는 신세야”

“지금도 그렇잖아 이제부터 고3인 거지..."

민정이와 여진이는 앞으로 보내야 할 힘든 시간을 걱정하며 한숨을 내쉽니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오늘은 우리의 배를 채우러 가자”

“요즘은 입맛도 없어...”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어야지 어서 가자”

입맛 없다던 민정이 오물오물 잘도 먹으며 여진이와 재잘재잘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민정이의 깊은 잠은 그렇게 꿈속을 걷고 있습니다

“여보 우리 민정이... 깨어날 수 있을까요?”

“걱정 말아요 우리 희망을 놓지 말고 믿고 기다립시다”

아빠와 엄마는 깊은 잠에 빠져있는 민정이의 손을 잡으며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매일 물수건으로 민정이 얼굴을 닦아내며 어제 보다 조금 더 야윈 것 같은 딸을 안타깝게 바라봅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어.. 그래 여진이 왔구나 어서 와”

여진이를 반갑게 맞아주는 민정 엄마는 “학교 다녀왔습니다”하며 가방을 메고 들어서는 건강했던 민정이를 떠올립니다

“우리 민정이도 저랬는데...”

민정 엄마는 누워있는 민정이의 손을 어루만지며 또 눈물을 흘립니다

“어머니... 민정이 꼭 깨어날 거예요..."

“그래그래 미안하구나 민정이 일어날 거야 그래 그래야지”

민정이가 깊은 잠에 빠지던 날 아침...

“엄마 저 가족 여행 가고 싶어요 여행 가면 하루 종일 예쁜 풍경을 담을 거예요”

“그래 우리 민정이 대학 가면 우리 가족 다 같이 여행 가자 엄마가 카메라도 좋은 걸로 새로 사줄게”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는 것을 좋아하는 민정이는 길을 걷다가도 폰을 꺼내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하늘과 꽃 나무를 담아오곤 했습니다

엄마에게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민정 ⓒ최선영

“넵!! 그럼 오늘도 열공 하고 오겠습니다 어머니~”

환하게 웃으며 학교를 향하던 민정이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뇌출혈... 고등학교 2학년 어린 여학생이 뇌출혈이 온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민정이 부모님은 갑작스럽게 닥친 현실이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 믿기지 않는 현실에 더해진 것은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피해 민정이가 깊은 잠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매일 기적을 바라는 가족과 친구 선생님...

오늘은 민정이가 깨어날까?... 아침에 가졌던 희망이 저녁노을 앞에 무너질 때면 그들의 마음도 부서집니다

“민정아 제발 일어나자... 이제 그만 잠에서 깨어나야지...”

간절함을 담은 기도 속에 민정이 가족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두 달 만에 민정이가 깨어났습니다

민정이가 잠에서 깨어나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 소식과 함께 뒤따라 온 뇌병변 장애 1급...

부모님은 장애를 안고 살아갈 민정이를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다시 깨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받아들였습니다

민정이는 부모님과는 달랐습니다 걷는 것이 불편하고 말이 어눌해졌습니다

“난 학교 갔잖아요 그런데 왜 내가 여기 누워있는데... 엄마... 말이 내 맘대로 똑바로 안 나와요”

꿈같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새로 만나게 된 현실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스로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여진이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민정은 여진이 미치도록 부러웠습니다

“내가 이렇게 주저앉아 있는다고 시간이 되돌려지지도 않고 내 장애가 없어지지도 않겠지...”

열심히 공부하는 민정 ⓒ최선영

민정이는 대학을 가고 싶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검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학에 들어간 민정이는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조교로 근무하는 관찬과 그의 활동보조인이었던 다영을 만납니다

셋은 곧 친해졌고 교회도 함께 다니며 친 형제처럼 지냈습니다

2015년 다영이 영어 통역 담당으로 장애청년드림팀에 합류해서 미국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친한 다영이 미국을 다녀오는 것을 보고 민정이는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2016년 시청각 중복 장애를 안고 있는 관찬까지 미국을 다녀오는 것을 보고 민정이는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불가능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장애청년드림팀에 참여하고 싶어 다영과 관찬에게 많은 것을 묻고 또 물었습니다

2017년 민정의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장애청년드림팀 팀원이 되어 아프리카 콩고를 다녀왔습니다 세상은 넓고 민정이가 보아야 할 것, 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부터 장애인이었다면 덜 힘들었을까?...”

잠에서 깨어나 보니 장애인이 되어있었다며 민정이는 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선천적 장애인보다 후천적 장애인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장애인이 되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 장애를 받아들이고 민정이는 열심히 살았습니다

한계를 뛰어넘어 꿈을 이루는 민정의 모습들 ⓒ최선영

무더웠던 올여름 장애인 기능경기 대회 컴퓨터 부분 2등을 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렸습니다

“엄마 저 이번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보고 싶어요”

민정이는 올해 열린 마라톤 대회를 나가겠다고 합니다

“민정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좋은데... 너무 힘들지 않겠니...”

엄마는 걷는 것도 많이 불편해 보이는 민정이가 마라톤을 나가겠다고 하니 대견하면서도 걱정이 앞섭니다

“엄마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어요 힘들다고 포기했다면 전 아프리카도 못 갔을 거고 장애인기능경기대회도 못 나갔을 거예요“

결국 민정이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서 5km 완주를 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그런 민정이를 보며 장애인이기 때문에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부터 앞세웠던 엄마는 부끄러워졌습니다

“민정아... 엄마도 마음 한 편에 편견이라는 것을 숨겨두고 살았나 봐... 미안해”

"아니에요 엄마 저도 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그랬어요”

민정이는 엄마를 보며 활짝 웃어 보입니다

민정이에게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 또 하나 있습니다

장애인이 편하게 입고 운동할 수 있는 옷을 알리는 장애인 모델이 되는 것입니다

키가 크고 늘씬한 그럴듯한 몸매는 아니지만 민정이는 모델이 되기 위해 지금도 한걸음 한걸음 려갑니다

장애인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홍보하는 모델 민정이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모델이 되고 싶은 민정 ⓒ최선영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장애인이 되어버린 민정이... 우리는 누구나 민정이처럼 어느 날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향한 편견의 시선을 지금 내가 가지고 있다면 나를 향해 던지는 돌이 될 것입니다

꿈을 이루어 행복한 민정이 또 이루어야 할 꿈이 있기에 여전히 달리고 있는 민정이

민정이를 보며 내 안에 숨겨둔 편견이라는 돌을 내려놓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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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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