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초등학생 시절, 짝으로 전학을 왔던 친구를 성인이 된 후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반갑게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친구가 필자에게 “전학 왔던 날 네가 정말 고마웠었어.”라는 말을 하였다.

전학을 온 그 친구는 낯선 환경이 무섭고 두려워 많이 울었었는데 어깨를 토닥이며 “괜찮아, 세상은 다 그런 거야”라고 말한 나의 말에 힘을 냈었고 친해지고 싶었다고 한다.

그 어린시기에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는 내 기억에 없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친구에겐 새로운 시작에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필자는 새삼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칭찬은 참 묘하다. 반갑게 나누는 대화 속 이 칭찬으로 인해 이 친구의 이미지가 더 긍정적으로 되었고, 우리 서로 참 멋지게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 친구가 말을 건네지도 않았고 어떠한 표현도 없었기에 그저 누군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친구였던 것으로 기억했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친해지고 싶은 상대를 선택해야한다. 또 상태를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현재 상태를 알기위해서는 관심을 표현해야하고 관찰해야한다. 곧, 나의 ‘선택’으로 친구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관심의 표현’을 통한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간혹, 어떤 이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거나 표현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상대를 알아 가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아동의 경우, 보통 발달상의 문제나 기능상의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대인관계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시고 기관을 방문하시는 경우가 많다.

대인관계에 대한 특별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친구들은, 관심을 가지기도 어렵고 이름, 인사, 대화 등 표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들은 사회적 기술 훈련을 통해 많은 연습을 해야 하고 훈련을 통한 간접경험이 필요하다.

우선,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결정, 선택한다. 어쩌면 상대를 결정하는 것도 힘든 일 일수도 있다. 부모님이 다그치지 않고 친구에 관련된 책이나 상황들을 경험해 볼 것을 권한다.

다음, ‘친구 만들기’ 칼럼에서와 같이 관심을 표현하는 대화를 시도하고, 소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관심 있는 친구의 특징을 알아야한다.

좋아하는 색깔, TV프로그램, 음식, 운동 등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서 특징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를 스스로 깨치기 어려운 아동의 경우에는 지도자에 따라서 퀴즈 프로그램을 통한 훈련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도자는 사전 조사를 통해 각 친구들의 관심사들을 알아놓고 [o, x] 퀴즈를 진행한다.

“철수가 좋아하는 색은 파랑이다”, “영희는 피아노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다” 등 문제를 제시하여 추측을 통해 팻말을 들어 다수의 득점자가 이기는 방법이다.

친구들은 퀴즈를 맞히는 것도 즐거워 하지만 서로에 대해 알게 되기도 하고 관심사가 같은 부분에서는 “나도 피아노 잘 치는데”라며 공감대를 형성해 볼 수도 있겠다.

초상화 미술활동 ⓒ김지연

상대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미술활동도 있다.

누구의 얼굴인지 이름은 적지 않고 그린 얼굴그림을 벽에 붙이고 예상이 가는 아동의 이름을 맞춰 보는 것이다. 이때 특징적인 부분을 흉내 내어 친구들 간에 서로를 알아 가는데 도움이 되도록 해줄 수 있다.

친구를 알아가는 것에서 가장 우선적인 것은 정한 대상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해야한다.

타인에게 관심을 전혀 가지지 않는 아동들에게는 가정에서 각종 표정들이 많은 잡지나 기사 속 사진(몸짓, 행동 등도 추가된 사진)을 오려서 감정을 추측해보고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퀴즈풀이나 역할극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을 키우는 부모가 하교길에 겪은 일이다. 학교 버스에서 하차하는 아이를 맞이하던 중 아파트 같은 라인의 한 학생과 자녀가 눈이 마주쳐 “안녕” 하고 인사를 했다.

하지만 특수학교 버스에서 내리는 것을 본 그 학생의 부모는 아이 손을 끌며 그 자리를 피해버렸다. 아스퍼거 아동의 부모에게 이 일이 매우 불쾌했는데,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자녀의 행동에 더욱 속이 상한다는 말을 들었다.

장애아동들은 조금씩 관심을 가져 보려하고, 친구들을 관찰하고 알아보고 싶어 한다. 친구로서 알아가기도 전에 잘못된 시선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는 일이 없는 사회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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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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