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애인 해변캠프 모습. ⓒ서인환

벌써 서울시 장애인 해변캠프가 24년째 이어지고 있다. 곰두리봉사협회에서 매년 캠프를 알리는 초대장을 보내왔으나, 나는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렇게 초대를 해도 오지 않았으면 이제 초대장을 보내지 않을 만도 한데, 매년 꼬박꼬박 초대장을 보내어 온 것도 고맙고 나는 여름에 휴가를 간 적도 없어도 금년에는 캠프를 가 보기로 했다.

전화로 예약을 하고, 6명의 텐트 사용료 12,000원도 송금했다. 매년 캠프를 다녀온 사람들은 장애인 캠프라 좋지만, 모든 여름휴가가 그렇듯이 오가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차도 막혀서 고생을 했다거나 너무 거리가 멀어서 찾아가기가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길을 나섰다.

서울에서 2시간 정도 걸려 양평을 거쳐 홍천을 지나 현남 IC를 빠져 나가자 스마트폰에 설치된 내비게이션 앱인 티맵에서 서울시장애인해변캠프라고 안내를 해 주었다. 현남중학교를 치고 찾아오면 된다고 하였는데, 티맵이 주변의 행사까지 이렇게 자상하게 안내를 해 주니 신기하기까지 했다.

텐트는 6인이 머무를 수 있는 정도의 몽고텐트로 해변 모래사장의 양쪽에 도열하고 있었는데, 운영본부에 가서 숙소 배정을 하고 텐트에 가 보니 매우 넓은 텐트 안에 선풍기도 있고, 전기를 연결한 조명도 설치되어 있었고, 해충을 모아 처리하는 장치도 천정에 매달려 있었다.

숙소는 평상으로 되어 있는데, 허리가 좋지 않은 장애인을 위해 쿠션을 넣은 다음 장판을 깔아 두었다. 대학 시절 동해에 가서 벌레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거의 모기가 없는 해변이 너무나 좋았다. 아마 동해의 해충들을 해충을 잡는 장치가 이미 다 잡아버린 것 같았다.

화장실은 장애인화장실로 양변기가 설치되어 있었고, 샤워장에는 온수까지 잘 나왔다. 거리고 해변 주변과 숙소를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판넬을 설치해 두었는데, 해변 파도가 치는 부근에는 여분의 판넬을 쌓아 두어 가고자 하거나 포토존을 만들어 휠체어가 갈 수 있도록 판넬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샤워장과 화장실, 운영본부, 안전 전망대 등은 모래를 높게 하여 상하수도관을 묻어 두었고, 안전사고를 대비해 감시를 하기 편하도록 해변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장애인 캠프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위해 무대도 마련해 두었는데, 콘서트를 하기 좋았다.

밤이 되자 곰두리봉사협회 직원들은 이불을 넉넉히 가져다주어 새벽에 추울 수도 있는 장애인들이 건강을 챙기도록 세심하게 물품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베개는 공기튜브처럼 만들어 곰두리봉사협회 이름을 박아 두었다. 만약 이름이 없었다면 집에 하나 가져오고 싶을 정도였다.

너울 파도가 심하고 간간이 비가 내렸는데, 입수를 할 수는 없었지만, 시원한 바람과 파도소리와 비 소리를 가장 근접하여 들을 수 있어 황홀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서울시에서 장애인 상설 해변캠프를 설치하고자 하였을 때, 주민의 반대가 심하였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설비를 갖추고 휴가를 선물해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음날 휴휴암을 들러 방생한 바다물고기도 보고, 하조대와 아들바위공원에서 맛있는 식사도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새로 난 도로 덕분인지, 바캉스의 끝물이라 사람들의 이동이 적어서였는지는 몰라도 길은 전혀 막히지 않았다.

장애인 해변캠프는 장애인도 자연을 즐기고 휴식을 통해 세상의 한 사람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참가한 모든 장애인들의 웃음 띤 얼굴 속에 행복이 깃들어 있었다. 장애인들의 모든 권리는 행복추구권으로 모아진다. 장애인들이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너무나 수고가 많은 주최측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비록 늦었지만 아직도 폐장하는 오는 21일까지는 며칠이 더 남았다. 행복해지고 싶은 장애인, 휴식이 필요한 장애인, 여행을 통해 자연을 즐기고 싶은 장애인들은 지금이라도 장애인 해변캠프로 떠나면 좋을 것 같다.

장애인도 편한 세상, 살만한 세상이 바로 강원도 양양 광진리의 큰바다 해수욕장에 펼쳐져 있다. 이런 세상을 해변만이 아니라 온 세상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장애인 활동가들의 목표라면 충전과 새로운 다짐도, 장애인 운동의 의미도 여기서 재무장할 수 있을 것이다.

광복절에 중복장애인 시설에서 단체로 해변캠프를 찾은 장애인들은 장애로 인한 편견과 억압을 모두 잊고 노래자랑에 무엇을 준비할지를 이야기하며 해변을 거니는 모습은 마치 외국의 복지촌을 온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했다. 해변캠프는 장애가 없는 세상이었다.

나는 지긋지긋한 여름의 더위를 장애인 해변캠프에서 완전히 날려 버리고 돌아왔다. 숙소의 천막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바다의 이야기는 내가 바닷가에 온 것이 아니라 용궁에 온 것 같은 착각까지 가지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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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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