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월 25일, 국제개발협력 정책의 법적 안정성 확보와 정책 일관성 및 원조효과성 증진을 위한 ‘국제개발협력 기본법(이하 기본법)’이 제정되어 2010년 7월 26일에 발효되었다.

기본법은 한국의 개발원조에 대한 목적, 정의, 기본정신 및 원칙,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수행체계 등을 담고 있으며, 특히 유/무상 ODA 통합추진체계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당시 장애계는 “국제개발협력 기본법 제3조의 ‘기본정신 및 목표’에 여성과 아동만 명시함으로써 장애주류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흐름과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MDG(새천년개발목표, 2000~2015)의 정신, 그리고 세계 인구의 약 15%인 10억 명 장애인의 대다수가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는 현실을 간과했다”라고 지적했다.

이후 장애계의 노력으로 기본법이 2013년 7월 개정으로 제3조의 ‘기본정신 및 목표’에 “국제개발협력은 개발도상국의 빈곤감소, 여성·아동·장애인의 인권향상, 성평등 실현, 지속가능한 발전 및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협력대상국과의 경제협력관계를 증진하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것을 기본정신으로 한다.”는 장애포괄적인 개념을 국제개발사업에 적용되도록 하였다.

국제적으로는 2015년 10월 제70차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후 SDGs)'에서는 국제개발목표에서는 처음으로 장애이슈가 포함되어 많은 관심을 모았다. 장애계의 기대도 한껏 달아올랐었다.

그러나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16∼2020년)의 원칙에서는 교육·보건·아동·여성·장애인 등의 분야를 중점 지원하겠다고는 하나 세부내용에는 장애에 관한 계획이 없어 겉과 속이 다른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본법과 SDGs에 장애이슈가 포함되면서 장애포괄적 개발협력사업이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되었다. 장애포괄적개발이란 사업의 기획, 이행, 모니터링 및 평가라는 개발의 모든 과정에 장애관점을 포함시키고, 장애인이 개발과정 및 정책에 의미있고 효과적으로 참여한 것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장애포괄적 개발에서 장애인의 참여는 개발에 대한 기여자로서 그리고 수혜자로서 모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장애포괄적 국제개발협력을 위해서는 국가기관과 NGO의 협력이 더 필요하다. 장애문제를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없이 진행된다는 것은 그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렇듯 장애포괄적 개발은 기존의 국제개발협력사업과는 전혀 다른 긍정적인 양상으로 결과가 나타날 수가 있다. 훨씬 직접적이고 강력한 결과가 도출될 수가 있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의 정신이 이 사회의 장애문제의 변화에 촉진이 되었듯이 말이다.

장애인단체와 장애인 당사자들도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이 되었으나 전문인력부족과 사업비의 자부담문제는 커다란 장벽으로 다가와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판은 벌려 놓았는데 왜 안하느냐는 볼멘소리를 듣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간 당사자들이 국제개발협력사업의 참여 기회부족으로 당사자 전문가가 매우 부족하다. 비장애인 전문가 위주로 사업이 진행되어 우리의 문제임에도 철저히 소외되었던 것이다. 2010년 이후에 몇몇 장애인단체에게만 국제개발협력사업의 기회가 주어졌으나 매우 힘들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한번 사업을 한 장애인단체가 사업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주 드문 현실이다. 출발이 늦었으므로 인프라가 부족함을 감안하면 인큐베이팅 차원에서라도 충분한 지원이 있었으며 하는 바람이다.

다행히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에서 국제개발협력사업을 희망하는 장애인단체를 위하여 매년 NGO 전문가 양성교육을 통해 PCM(Project Cycle Management)기본교육을 실시하고 사업 대상국을 방문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 당사자에게도 KOICA의 현지 인턴으로서의 기회도 제공이 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장애인들도 국제교류를 위한 연수원이 필요한데, KOICA의 연수원을 장애 친화적으로 개조하여 전 세계의 장애인들과 교류하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국제개발협력 본 사업을 위한 자부담문제이다. 총사업비의 20%정도를 장애인단체에서 자부담을 제공해야 하는데 만만한 상황이 아니다. 1억짜리 사업이면 2천만원이고, 5억이면 1억이 자부담이다. 이는 열악한 장애인단체의 형편상 거의 불가능한 규모이다. 많은 장애인단체들이 좋은 아이템으로 기초교육을 받고도 이 단계에서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한 다양한 해결방안으로는 장애포괄적 국제협력사업을 실행하는 장애인단체를 위한 ‘자부담 펀드’를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KOICA의 사업은 선정되기가 무척 까다롭고 절차도 복잡하다. 이런 절차를 통과한 사업이라면 자부담 편드를 통해 지원해도 되지 않을까 한다.

또 하나는 자부담 20%의 일괄적인 비율이 아니라 전체 금액에 대비하여 차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억 이하이면 20%, 5억 이하이면 10% 등 차등도 제안한다. 한편 전문적인 모금교육을 강화하여 자부담을 준비하는 방법을 교육시키는 대안도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애인단체의 자부담을 전액 감면하는 파격적인 결단이 있어야 한다.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을듯하다. 그래서 한시적 조치를 강조한다. 이 기간 동안 운영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더 철저한 중간평가와 결과에 대한 평가를 전제로 하여도 좋다. 국제개발사업을 하는 장애인단체도 대단한 결심과 의지로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도 장애전담부서를 설치하여 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인력양성과 재원지원에 힘을 써주기를 바란다. 그리하면 한국 장애인단체의 뜨거운 열정이 국제포괄적 개발사업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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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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