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무렵이면 부러운 신분이 있다. 바로 학생이다. 그중 특히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가장 부럽다. 그들에게는 방학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생은 그 방학기간이 길어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다.

날씨가 춥든 덥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급여를 받기 위해 출근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요즘은 통하지 않는 말이 되어 버렸다. 예전에는 대학 등록금을 내기 위해 소를 팔고 하는 예들이 많아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 부르던 적이 있었다. 대학 학비를 부모가 납부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은 문화가 변해서인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인지 부모의 수입으로 학비를 감당하는 경우가 크게 줄어든 듯하다. 학생들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거나 학자금 대출을 통해 학비를 부담하고 졸업 후 직장인이 되어 상환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문제나 이슈 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경우를 자주 접하곤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학이 되면 대학생 대다수는 아르바이트를 찾아 나서고 학원수강과 일을 병행하느라 학기 중 보다 오히려 더 분주한 시기를 보내곤 한다.

이런 현실에 대하여 여러 가지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애대학생들과 아르바이트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는 듯 하여 몇 가지 생각들을 이야기해 볼까 한다.

장애대학생과 관련하여 가장 큰 어려움은 취업이 아닐까 한다. 장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배려가 이루어지지 못한 사회적 환경 때문에 장애를 가진 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학교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대학생이던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수업을 따라 가는 것도 힘들고, 교우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요즘이기에 이러한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을 것이라 본다.

장애인고용을 기피하는 기업들이 많기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적다는 것이 장애대학생이 이러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주요한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장애학생의 취업준비 부족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장애학생들이 취업준비를 소홀히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도 취업준비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비장애 대학생들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흔한 외국어 공부를 하기 위해 다닐 수 있는 학원도 제한적이거니와 검정시험에서도 아직 장애 관련 수험편의가 적절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들을 위한 직업체험의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여러 복지기관이나 장애인단체들이 방학이 되면 직업과 관련한 캠프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력서 작성법이나 면접법, 관련분야에 진출한 장애당사자의 특강 정도로 구성되어 있어 직업을 체험해 보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비장애 학생들이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를 버느라 고생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일을 하며 다양한 직업에 대해 체험해 보고, 또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배우는 것들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반면 장애학생들은 이러한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찾기 어렵다. 한 검색사이트를 통해 '장애대학생 아르바이트'를 검색해 보았다. 어떤 청각장애 대학생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에 대해 지식인을 통해 문의한 내용이 눈에 띄었다. 아르바이트를 중계해 주는 여러 웹사이트가 있지만 그곳을 통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지식인을 통해 문의하는 것이 장애대학생의 현실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요즘은 장애대학생을 위한 청년인턴을 모집한다거나, 각 지자체별로 장애대학생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거나 하는 보도들이 드물게나마 발견되기는 하니 그나마 예전 보다는 나아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예전에는 학생들 스스로 학비를 버는 것이 대세는 아니었던 시절이었음을 고려해 보면 마냥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직업체험의 평균수준이라는 측면에서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격차가 오히려 더 커지고 있을 수도 있다. 취업이라는 출발점에 섰을 때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출발점 자체가 달라진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다른 측면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비록 급여조건이 열악하다고는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학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는 장애학생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학비부담도 어렵거니와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어진 소득으로 이런 저런 사회경험이나 자기개발에 활용할 수도 없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장애학생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좋지 못할 것이다. 졸업 후 취업이 비장애학생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기에 대출금의 이자나 원금상환에 따른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장애학생들이 장애만으로도 학업을 이어가는게 힘든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라는 어려움까지 가중시키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애대학생에게 아르바이트의 기회가 적다는 것은 취업에 대한 가능성을 낮출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장애인고용이 보편적인 가치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장애대학생의 아르바이트 기회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장애대학생의 아르바이트가 증가한다면 이들이 가진 근로능력에 대한 인식 제고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장애인의 고용을 더욱 늘리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경제발전과 사회변화를 통해 힘든 노동과 학업을 병행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학생은 무언가 배우고 익히며 미래를 준비하기만 하면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겠지만 적어도 현 상황 속에서 장애대학생들이 장애로 인해 좀 더 밝은 미래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것은 막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장애 대학생을 위한 아르바이트라는 주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나 한국장애인개발원 등이 수행하고 있는 장애인 취업지원 업무의 영역을 이처럼 장애대학생의 아르바이트까지 넓히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이러한 노력들이 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 본격적인 구직활동에 나섰을 때 좀 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줄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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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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