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난 장애인 주택 모습.ⓒ에이블뉴스DB

국민의 안전문제는 생명권으로 어떤 것보다 우선하여 다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안전에 대한 약속은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국민안전처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는 세상이 된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 장애인에 대해 대책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피난 장비 자체가 전무한 실정임에도 기본계획을 전혀 세우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에 “특히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따른 장애인 등이 사용하는 소방시설(경보설비 및 피난설비를 말한다)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장애인 등에 적합하게 설치 또는 유지·관리하여야 한다.”라고 법률이 제정되었으나 편의증진법에 청각장애인 시각경보기만 있을 뿐 대피에 대한 아무런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나 걸을 수 없는 지체장애인은 대피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위 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였으나, 전 대통령은 정신이 없었고, 현 대통령은 아직 너무 바빠서 시행령을 만들지 않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법 개정 후 1년의 준비기간을 두었고, 1년 후에 시행한다고 하였으면 그 기간 내에 시행령을 만들었어야 한다.

새로운 약속의 거창함이나 달콤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난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 약속도 지키지 않은 상태라면 새로운 약속은 이미 신용을 잃은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 27일부터 개정된 법률이 시행되어야 하는데, 시행령이 없어서 시행되지 못하고 있으니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 산불로 한 장애인은 대피를 못하여 집을 완전히 태워버리고 말았다.

이미 시행 다섯 달이 지난 상태에서도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는 장애인 등에 적합한 피난설비도 지정하지 못한 채 방관만 하고 있다.

국민은 법을 어기면 전과자로 평생 살아야 하고, 벌금이나 징역 등 엄청나게 처벌을 하는데, 국가나 공무원은 법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으며, 국민들은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니, 사회는 근본적으로 갑이 존재하는 태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무관심하고 행동이 느려서야 어떻게 믿고 생명과 안전을 맡겨 놓을 수 있겠는가? 기다리고 있으라는 어른의 말만 착하게 믿고 있다가 생명을 잃어야 했던 상황이 장애인의 안전에서는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은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눈 밖이라 죽어도 노란리본 하나 달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에게 동정은 장애인 인식에서 부정적 시각이라지만 정말 사회가 장애인을 불쌍할 수밖에 없도록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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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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