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초 연휴기간에 거제도 부부여행을 다녀왔다. 푸른 바다와 청정한 공기로 몸과 마음이 힐링이 되는 시간이 되었다. 외도여행을 위해 여객선에 올랐지만 외도에서 내리는 접안시설이 불안하여 아내만 보내고 배안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직원 중에 항해사라는 분이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배에서 내리지 못함을 안타까워하시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이 분의 아내도 3개월 전에 척수손상으로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되었다고 말을 건네서 동병상련의 마음이 되었다. 애정 어린 눈빛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현재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여쭈어 보니 간병비의 문제라고 선 듯 말씀을 하신다. 현재 재활병원에 입원중인데 병원비 150만원과 간병비가 300만원이고 기저귀 등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면 월 500만원이 병원비로 나간다고 한숨을 내뿜으셨다.

본인은 오랫동안 선장으로 배를 탔었고 이제는 은퇴의 여유로운 생활을 꿈꾸었는데 또 생활전선으로 나오게 되었다고 하시며 그나마 일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지만 노후준비가 걱정이라고 하신다. 장애의 책임을 국가가 아니라 가족이 맡고 있는 슬픈 현실의 자화상이다.

사실 정부도 간병비의 과다함을 알고 이전 정부에서 이를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현재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불리어지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실’은 환자(장애인) 가족들의 간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좋은 취지로 출발되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_표준운영지침 표지. 아이러니하게 정작 척수장애인은 이 제도의 대상자가 아니다.

하지만 척수장애인과 같은 최중증은 예외가 되어 거동이 가능한 경중의 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중증의 환자에게는 역차별의 제도가 되고 있다. 장애인활동보조제도가 중증 장애인의 가족부담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현재 최중증의 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척수손상으로 입원하는 경우는 보통 2년 정도를 병원생활을 한다. 조사에 의하면 외국에 비해서는 4배 이상을 하고 있다.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이 3~4개월,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도 7~8개월의 병원생활을 하고 지역사회로 나아가 곧바로 사회활동을 하는 외국에 비해서는 비생산적인 병원생활을 하는 것이다.

2년 동안 간병비로 월 300만원을 지출한다고 하면 7200만원의 간병비가 지출되니 어지간한 재력으로는 감당이 어렵다. 빈곤의 빈곤을 낳게 되고 퇴원 후에도 변변한 수입이 없다면 경제적 상황을 회복하기가 어렵게 된다.

간병비 부담의 문제는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까지도 악영향을 미친다. 간병인을 쓰는 것이 부담이 되면 가족 중의 누구는 회사를 그만두고 간병에 전념을 하게 되어 취업이 어려운 이 시대에 슬픈 실업의 반열에 들어서게 된다.

또한 가족 중에 부모님이 간병을 한다고 하면 24시간 케어를 해야 하고 밤에는 체위를 변경하기 위해 2~3시간 간격으로 잠을 깨서 몸을 뒤집어주어야 하고 대변과 소변처리는 물론 휠체어와 침대를 이동하려고 옮기는 과정에 허리 디스크나 근골격계 질환으로 만성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가족은 절대로 간병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족은 환자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데 간병을 하면서는 그 관계가 유지될 수가 없다. 초기에는 미안함으로 간병을 하지만 ‘긴 병에는 효자 없다.’고 감정적으로 사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관계가 퇴원 후에는 애증의 관계로 발전하여 서로 밀착이 되고 당사자나 가족이나 자립(독립)의 시기가 되었을 때 오히려 방해요인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가족이 간호나 간병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한 것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를 최중증의 장애인에게 집중을 해야 한다. 손이 많이 가야 하니 인력을 확충해야 하고 그러려니 우선순위가 밀려야 한다는 논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간병비의 부담을 줄이려는 그 첫 마음을 정부는 제대로 실천을 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산재나 보훈 등은 간병비를 지원하고 있고, 교통사고도 후에 보상을 받는다고 하니 천만다행이지만 문제는 이런 상황이 아닌 MH(맨땅의 헤딩이라고 아무런 혜택이 없는 장애인을 칭하는 은어)들의 자괴감과 무기력함은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부류들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자체 실태조사에 의하면 척수손상이후 30%가 수급권자가 된다고 하니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중도장애인으로 사회로 돌아가서 충분히 ‘세금 내는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척수장애인들인데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제안을 하고자 한다. 병원기간 내내 간병비를 지원하라는 것도 아니다. 당사자의 상황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기간 동안만 지원을 해도 된다. 예를 들어 초기 논의를 통하여 흉수장애인은 6개월, 경수장애인은 1년 동안만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로서 장기입원을 하는 폐단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척수손상환자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에게만 지원하게 되니 과도한 예산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수급자를 양산하지 않아도 되니 장기적으로는 더 이득이 되고, 척수장애인의 활발한 사회활동은 사회인식의 개선과 사회통합의 활력소가 될 수가 있다.

초기 척수환자의 간병비 지원제도는 가족들의 정신적·신체적 건강도 얻을 수 있고 장애인 당사자도 자립심을 키울 수가 있다. 이는 장애인복지의 옳은 방향이고 가족지원의 기본정신이며 가족과 당사자의 자립에도 촉진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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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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