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관점에서 본 권리옹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탈시설-자립생활 체계 수립, 당사자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위한 정보의 중요성과 지역사회 인식개선, 단체들 간의 강력한 연대, 권리협약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어우러질 때 발달장애인 권리옹호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번 칼럼에선 강연회 때 발달장애인 지원자로 나온 피플퍼스트 뉴질랜드의 자넷 도티 기금조성매니저가 발표한 여러 포인트 중 강하게 느낀 것을 중심으로 나누려 한다.

국회도서관 강당에 붙어있는 ‘발달장애인 자기권리옹호운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강연회 전단 ⓒ이원무

먼저 접근 가능한 정보와 관련, 재정 정보 등의 모든 서류는 읽기 쉬운 형태여야 하고, 초청연사는 회의 구성원인 발달장애인이 요구하는 접근성을 갖추되 발달장애인의 수용능력을 알아 이를 만족하는 연사를 초청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했다.

이를 들으며 초청연사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기술·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느끼는 등 당사자들이 요구하는 쉬운 정보의 필요성을 다시 느끼게 됐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 자넷 도티 기금조성매니저는 회의 속도는 회원들에게 맞추고 안건을 너무 많이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해속도에 맞추어 안건에 대해 천천히, 그러면서도 깊게 고민하도록 만들어 회의에 참여하게끔 만드니 당사자들 힘이 뺏기지 않는 등 당사자들을 존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터넷, 모바일 등의 발전과 정보의 빠른 생산 등 편한 세상이 되고 있을지 모르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이런 걸 이해해 따라가기엔 너무도 어렵고 버겁다. 이러기에 발달장애인은 세상의 빠른 속도에 힘이 빠진다는 생각이 든다. 발달장애인들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성과중심에서 자유롭지 않은 직업재활시설, 복지관 등은 은연중에, 또는 대놓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들에게 빨리 하라고 재촉하고 있다는 말을 지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발달장애인은 자신의 속도로 나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데도 말이다. 폭력적으로 발달장애인을 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비단 회의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등에 있어서도 성과를 내지 않아도 좋으니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참여·결정하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 결국엔 자신의 삶을 바꾸도록 발달장애인 지원자들이 장기적으로 지원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국가, 지자체, 자금지원단체 등은 발달장애인의 삶과 이해속도를 존중하고 지원자들이 성과에 얽매여 발달장애인의 자율성을 무시하지 않게끔 하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한다. 알기 쉬운 정보는 물론 지원 사업에서 기간 2년 이상에 프로그램이 아닌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보는 성과지표로 가는 것 등이 이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강연회 때 발달장애인 지원자로 나선 피플퍼스트의 자넷 도티 기금조성매니저 발표 모습들 ⓒ이원무

자넷 도티 매니저는 또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실수를 배우고 함께 할 수 있도록 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세상이 험하니 자녀들을 최대한 보호하고 싶고, 이런 경향이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강한 것 같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악용한 범죄가 많은 것 등을 보면 그런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발달장애인이 과보호돼 자립하며 자유롭게 살려는 의지가 꺾이게 된다. 사람들과 부딪쳐 실수를 통해 관계를 배우는 것이 늦어지고 사회성 함양이 쉽지 않게 되니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할 가능성은 오히려 커진다고 본다. 이럴 때 발달장애인이 정말 싫어하는 시설에 갈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진다고 본다.

부모들은 자신이 죽어서도 자녀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며 자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가? 그렇기에 너무 자녀들을 과보호하지 않고 발달장애인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하도록 기회를 만들고 실수해도 괜찮음을 평소에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도록 부모들의 인식변화는 꼭 필요함을 말하고 싶다.

자기옹호 지원자들도 실수해도 괜찮음을 알려주고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당당할 수 있도록 평소에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럴 수 있도록 국가, 지자체 차원의 체계적 자기옹호 체계 수립이 중요함을 말하고 싶다. 이렇게 될 때 부모, 자기옹호 지원자들 등이 발달장애인 권리옹호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피플퍼스트 구호 ‘발달장애인도 자립하자!’ ⓒ한국피플퍼스트, 이원무

아울러 발달장애인 모두가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줍음이 많거나 조용한 성격이 회원이 있다면 소그룹으로 해 그 회원이 모임 등에 참여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언급했다.

모두가 참여할 시 문제의 해결에 집중해 팀으로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 때 지원자는 정보제공에 초점을 두어야 함도 강조했다.

문제가 생길 때 지원자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면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겐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원자는 정말로 적절하고 좋은 정보제공에만 초점 맞추고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스스로 해결해나가도록 지원할 때 성취감으로 인해 발달장애인의 자존감은 높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외에도 자넷 도티 매니저는 ▲질문하는 데 전문가가 될 것 ▲발달장애인의 성공을 조력하기 위한 조력자 팀의 중요성 ▲발달장애인 회원들에게 피드백 받기 등을 지원자가 갖추어야 할 것들로 꼽았다.

특히 질문하는 데 전문가가 될 것에서는 지원자가 올바른 질문을 함으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고, 지원자도 오히려 이를 통해 배우게 되니 서로 좋은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지원자 관점의 권리옹호는 무엇인지 나눴지만 두 시각에서 추구하는 공통 지향점은 ‘발달장애인’의 삶과 생각 존중 그 자체라 본다. 이를 당사자와 지원자가 우선순위로 둘 때 권리옹호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말이다. 이것이 나로선 이번 강연회에서 중요한 핵심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부와 전문가 등 제공자 생각 중심으로 발달장애인 정책을 펼쳐왔고 이 때문에 발달장애인은 삶의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우리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성, 정부의 낮은 장애감수성 등이 요인들로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

피플퍼스트 서울센터의 발전을 위해 다 같이 파이팅하는 모습 ⓒ이원무

그래서 발달장애인의 삶과 생각이 존중될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당사자들도 우리 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얼마 전 개소한 피플퍼스트 서울센터와 앞으로 생기게 될 당사자단체 등에서도 우리사회에서 살아가는 당사자로서의 입장을 정부에 당당히 전달하고 삶에서 책임을 다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당사자단체를 지원하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에서도 당사자의 의견을 대신하지 말고 당사자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보제공에만 초점을 두어 진정한 권리옹호가 이루어지도록 지원을 아끼지 마시길 바라는 바이다.

이를 통해 정부가 더 이상 제공자 중심이 아닌 발달장애인의 삶과 생각을 존중하는 이용자 중심의 정책을 펼치도록 당사자, 지원자, 장애계 단체 등 모두가 합심해 노력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당사자성을 대표하는 다음의 말로 이번 칼럼을 마무리하겠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우리를 빼고 우리에 대해 말하지 말라!)

'Nothing about us, without us!'가 붙어 있는 피플퍼스트 뉴질랜드 로고(좌측), 읽기 쉬운 고용계약서 다운로드를 위한 그림 창(우측) ⓒ피플퍼스트 뉴질랜드 사이트 캡처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