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역은 지하상가와 환승역으로 인하여 미로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은 혼자서는 방향을 잡을 수가 없어 인적 서비스를 요청하면 역 주변까지 너무 범위가 넓어 도대체 어디까지 안내해 주어야 하는지 정해진 규정도 없어서 서비스해 주기 힘들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온 역사이다.

그리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건널목을 건너기가 너무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려서 너무나 불편하다고 말하지만, 주변 상가의 상인들은 복잡한 중앙 집중식 보행선이 분산되면 영업에 지장이 많다고 편의시설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2011년 에이블뉴스에서는 부평역 장애인 화장실 출입문이 투명하게 되어 있어 실루엣이 그대로 비추어지는 곳이라 프라이버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여 시정한 바 있기도 하다.

2011년도 에이블뉴스가 보도한 부평역사의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남성장애인화장실. ⓒ에이블뉴스DB

부평역은 1899년 개통 이래 가장 역사가 깊은 역이고, 일일 평균 10만명 이상이 승차하는 이용객 최다의 역사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장애인에게는 힘이 드는 피하고 싶은 역사이다.

코레일에서 역사를 관리하기 위하여 구간별로 구분하여 책임자를 정하고 있는데, 수도권서부본부는 경인선(인천에서 노량진까지), 경부선(구로부터 평택까지), 과천안산선(선바위부터 오이도까지) 관장하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구역이다. 이 수도권서부본부 산하에 부평관리역장이 있는데, 이는 인천선 중 중동·송내·부개·부평·백운·동암·간석역을 관장하고 있다.

이렇게 구간을 여러 개 묶어 역장을 두니 단순히 한 역사만의 사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각종 편의제공과 지역사회 문화향상, 안전캠페인, 나눔 문화 확산 등 다양한 공익사업들을 펼치는 데에도 매우 효율적이다.

헌혈운동을 하기도 하고, 책 나누기 행사도 하고, 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찰빵 만들기를 하여 지역 장애인시설에 나누어주기도 하는 등 지역사회 문화의 리더로서 관리역장은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고객으로서는 한 역사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 역사는 승차나 하차의 지점일 뿐이고, 이동하고 생활하는 공간으로서는 여러 역사가 연결되는 입체이므로 역사의 관리도 권역별로 함으로써 표준화되고 더 큰 눈으로 지하철의 발전을 도모하고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관리역장을 두어 역장이 실수를 하면 여러 곳 역사가 세트로 실수가 일어나게 된다. 그 만큼 책임이 더 커지고 문제를 막지 못하면 사건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화장실은 편의증진법에 의한 위생시설로 시설물을 갖추고 픽토그램을 부착하여 안내하면 된다. 그런데 이 장애인마크는 2013년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일대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지하철 유아보호석에는 항상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은 치마 입은 여성으로 픽토그램이 제작되어 성차별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국제표준(ISO)을 따르는 것으로 결말이 났지만 아직도 장애인의 능동적 마크가 더 의미가 있다며 혼용하고 사용하고 있어 픽토그램은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2011년 장애인고용인식개선 공모전을 하였는데, 티셔츠에 장애인 픽토그램을 넣고 빈곤이라는 영문자를 새겨 장애인이 빈곤하지 않아야 한다는 작품을 제출하였다. 이는 역으로 장애인은 당연히 빈곤하다는 고정관념을 오히려 정당화하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영문자의 내용도 모르고 티셔츠 회사명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2011년 장애인고용인식개선 공모전' 응모작품 장애인 빈곤 픽토그램. ⓒ서인환

보통 장애인들이 편의시설을 요구하면, 예산이 없거나 구조상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계속 요구를 하면 성가시다고 여겨 오히려 화풀이식으로 역행하는 경우가 있다. 부평역사의 안내문은 그러한 행동으로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장애인화장실에 픽토그램의 안내만을 한 것이 아니라 이 화장실은 비장애인은 절대 이용하지 말라는 문구다. 이 안내문은 경고장으로서 매우 강렬하다. 붉은 글씨로 강조를 하고 있다.

이러한 글은 장애인 화장실은 장애인만이 사용해야 한다고 정말 그렇게 잘못 알아서 장애인을 위해서 안내한 것인지, 장애인화장실을 강조하여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과 이간질을 하기 위해 보복성으로 의도된 장난을 친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후자의 감정적 조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문제는 한 역사가 아니라 괸리역장의 관할 여러 역사에 일제히 공고된 것이다.

부평역사의 장애인화장실에 부착된 비장애인 사용금지 안내문. ⓒ서인환

장애인 전용은 장애인주차구역뿐이다. 그 외의 모든 편의시설은 장애인 전용이 아니다. 법에서는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또는 ‘접근 가능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법은 장애인 편의증진법이 아니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다.

장애인의 이용 빈도가 높지 않으니 가끔 청소를 하면 되는데, 비장애인도 이용하면 청소할 범위가 많아지니 전용으로 하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안내문 부착은 오히려 장애인 인식 개선에 역효과를 낼 것이고, 장애인을 위해서라기보다 장애인들에게 화가 나서 과잉행동을 한 것처럼 느껴진다. ‘장애인을 위해 이렇게 부담스럽게 차렸습니다.’라는 광고판과 같다.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은 정상인이란 단어가 한 몫을 하고 있다. 부평역사 쇼핑센터에는 정씨 성을 가진 상인이 한 명 있다. 그 사람이 미워서 이런 안내문을 붙였을 가능성은 더욱 없을 것이다.

필자가 어느 장애인시설의 건물 1층에는 장애인화장실 하나 외에 일반 화장실이 없어서 그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들어갔는데, 청소하는 아주머니께서 들어오시더니 장애가 없어 보이는데, 장애인화장실도 모르느냐며 호통을 치셨다. 남자화장실에서 여성에 의해 쫓겨난 이상한 경험은 장애인화장실은 장애인만 사용한다는 오해에서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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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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