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좋은 사람 좋은 느낌’ 봉사자들과 여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 장애인들의 롯데 아쿠아리움에서의 문화 허그 기념 촬영. ⓒ서인환

아쿠아리움은 물속에 사는 동식물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대형 수족관을 다양하게 갖추어 놓은 전시관이다. 사람들은 바다 속에 사는 생물이 아니므로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바다 세계에 대하여는 모두 이방인이다.

직접 가보지 못하는 세계를 가상으로 만들어 놓고 바다 속을 여행하는 것은 비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물고기들과 같이 살아보지는 못한다. 그리고 직접 만져볼 수도 없다. 그러니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신비한 세계를 경험하고 즐긴다.

장애인은 조금 더 불편하고 접근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만, 아쿠아리움에 대하여는 비장애인을 포함한 모두가 생소하고 접근에 한계를 가진 동등한 입장이기도 하다. 이런 곳을 같이 여행하면서 서로 동행자가 되어보는 것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화의 허그는 서로에게 가장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좋은 사람 좋은 느낌’은 2013년 서울사이버대학교 복지시설경영학과 학생들이 졸업여행을 갔을 때 배운 학문을 당장 직업으로 사용하지는 못할지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해 보자는 누군가의 제안에서 결성되었다.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 들어왔지만 대부분 만학도들로, 지하철공사에 근무하는 사람도 있고, 탈북자로서 한국 사회에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사람,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 검역소에 근무하는 사람 등등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이 기수의 학생들은 유독 온라인대학에서 오프라인 모임에 열성이 많았던 사람들로 서로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며, 무엇인가 사회봉사 활동을 통하여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했다.

‘좋은 사람 좋은 느낌’은 먼저 매달 첫째 토요일 홍파복지원을 방문하여 시각장애인 노인들의 목욕봉사를 시작하였으며, 년1회 장애가족 및 장애인 초청 문화 향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에 사는 회원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회원들은 천 리가 멀다 하지 않고 참여해 주고 있다.

‘좋은 사람 좋은 느낌’은 2015년에는 한국프래더 윌리 증후군 환우회의 가족캠프에 참여하여 식사봉사를 하였고, 2016년에는 경기도 광주 소재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서울랜드 초청행사를 하였으며, 올해에는 5월 27일 여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내 장애인 초청행사로 롯데 아쿠아리움에 동행을 하였다. ‘좋은 사람 좋은 느낌’의 회장은 김진숙씨로 회원은 34명이다.

이번 아쿠아리움 문화 허그 동행 행사는 베스트 모션 주식회사가 행사비 일체를 후원해 주었는데,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기업으로 구동장치 및 시뮬레이터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로 신영환 사장이 힘을 보태겠다며 기꺼이 후원해 주었다.

자원봉사가 아름다운 일이기는 하나, 일회성의 행사로 지속적인 문화향유권에는 미치지 못하니 효과성은 낮은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질문에 ‘좋은 사람 좋은 느낌’ 사무국장 이은영씨는 “우리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래서 특별한 행사가 평범한 일상이 되는 날이 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부끄럽지만 그 작은 행동을 위해 손을 내밀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첫발의 의미가 약하다고 첫발을 내딛지 않으면 자유로운 걸음은 할 수 없다는 우문현답을 들려주었다.

그 많은 자립생활센터 중 여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초청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이은영씨는 “모임의 사무국장인 제가 여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가까운 이웃을 초청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렇듯이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이웃 장애인들을 초청해 주면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문화가 확산되지 않겠습니까?” 라고 말했다.

선교하는 사람이 가장 가까운 이웃에게 권하면 전 세계로 퍼져 나가지 않겠느냐는 식의 매우 논리적인 말이었다. 단순히 봉사를 하는 착한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나름 철학과 장애인의 인권을 생각하는 발언에 행사 위주의 일시적인 동행에 대한 과소평가로 접근한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수족관 앞에서 상황을 설명하는 지적장애인과 그 설명을 듣고 환타지에 감탄해 하거나 추가적으로 오히려 설명을 보태어 지적장애인을 돕는 시각장애인(시각장애인은 보이지 않는데 부족한 설명에도 보는 것처럼 어떻게 이해를 잘 하는지 감탄했다고 지적장애인은 말한다.). ⓒ서인환

여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용자 초청 아쿠아리움 초청 행사는 두 달 전부터 기획하여 장애인 이용에 불편이 없는지 시설물 접근 답사까지 하였으며, 5월 27일 오전 9시 여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근의 여주중앙교회 주차장에서 만남은 시작되었다.

여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역주민 회원과 이용자 등 장애인 31명(활동보조인 포함)과 ‘좋은 사람 좋은 느낌’의 회원 16명과 그 가족들이 장애인을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 그들을 찾아간 것이다. 베스트 모션 직원들도 10여명 일일 봉사를 자처해 주었다.

리프트 관광버스 차량을 이용하여 10시 30분 아쿠아리움에 도착하여 점심 식사를 마친 후 2시까지 아쿠아리움을 관람하였다. 그리고 1시간 가량 롯데 쇼핑몰을 구경하는 등 자유 시간을 가진 후 5시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다. 점심은 돈까스, 간식으로 롯데리아 불고기버거를 준비했으며 기념품으로 기념타올을 선물해 주었다.

행사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도 있었고, 흰지팡이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도 있었다. 장애인들의 미소 속에서 봉사자로 참여한 사람들은 많은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첫째, 사람 냄새, 즉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아쿠아리움의 동식물의 신기함을 서로 나누며 얼마든지 정을 나눌 수 있으며, 이렇게 정을 나누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았다.

둘째, 서로 이해하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고, 동행을 통해 장애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잘 알지 못하던 새로운 세계는 아쿠아리움만이 아님을 알았다. 장애인의 생활도 봉사자들은 잘 알지 못하는 세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이 고정관념을 없애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셋째, 여주시 장애인들에게 롯데 아쿠아리움의 환타지를 선사하며 선물을 주는 기쁨을 느끼고자 하였으나, 오히려 불편함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동행해야 서로 멀리 갈 수 있는지를 오히려 배웠다고 참석한 봉사자들은 입을 모았다.

롯데 아쿠아리움의 마스코트 벨루가 고래의 귀여움과 가오리의 깜찍한 미소 속에 더욱 빛을 발하며 함께 웃고 즐거워하며 하루를 보냈다. 2~3명의 장애인과 봉사자 2명이 한 조가 되어 식사부터 여주로 돌아갈 때까지 함께 하였으며, 특히 3조는 시각장애 1급, 지적장애 1급 장애인들로 구성된 조라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입장해서부터 자세히 설명해주는 장주희 봉사자(지적장애인)와 그 설명에 “우와!”하며 반응하며 즐겁게 다니는 시각장애인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지적장애인이 쉬운 말로 동물의 모양과 크기, 하는 행동을 설명하면, 시각장애인은 자신이 아는 범위 안에서 추가 설명을 해 주기도 하고, 상상을 하며 감탄사를 발하는 등 너무나 잘 맞는 짝꿍이 되었던 것이다.

너무 재미있었다는 시각장애인과 설명만 했는데 본 것처럼 어떻게 다 아는지 신기하다며 자신의 설명을 잘 알아듣는 시각장애인의 반응에 의아해 하기도 하고, 자신감을 얻어 기뻐하기도 한 지적장애 어린 봉사자의 모습에서 그날 피곤은 드링크제를 마신 듯 지켜보는 이들도 행복했다.

또한 장애인 부부 커플이 2팀이 있었는데, 계획 당시 정보가 없어서 다른 조로 배정되었지만 포토 존에서 일부러 두 분들을 찾아서 커플 사진을 찍게 유도하였던 순간들에서 그들의 해맑은 미소 속에 번지는 행복감을 보면서 제도적 복지도 이런 행복을 주는 것인데, 왜 헌신적이지 못하고 예방적 차원이나 우는 사람 젖 주는 수준에서, 계산적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매번 봉사 후 나오는 이야기지만, 행사에 참여한 봉사자들은 장애인들보다 더 얻은 것이 많다고 했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날은 진하게 가슴에서 울리는 메시지였다. 복잡한 곳에서 행여 일행을 놓치지는 않을까? 헤어져서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함도 있었지만 참여했던 이들이 생각했던 장애 1급의 무게감이 그날의 시간 속에서 많이 가벼워지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좋은 사람 좋은 느낌’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사에 만족하거나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동행이 일상화되고 보편화되기를 바라면서 장애인들과 함께 할 특별한 기회를 선물 받았다고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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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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