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방송토론에서 청각장애인 시청권을 제한한 방송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하는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소속 회원들 ⓒ김철환

“어느 후보자가 하는 이야기인지 헛갈리네요.”

“후보자마다 말투가 다를 텐데 한 사람의 수화언어(수어)통역사의 통역으로는 그걸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해요.”

“수어통역을 보다보면 통역창이 작아 눈이 너무 아파요.”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 기간 동안 선거 방송토론의 수어통역을 보았던 청각장애인들의 하소연이다.

선거 방송토론을 준비 중은 MBC 방송사 앞에서 청각장애인 방송시청 환경개선을 요구하는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회원들 ⓒ김철환

이제 대선이 끝났다. 선거와 관련한 내용도 큰 후유증 없이 마무리 되었다.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도 이전의 대통령들과 다른 행보를 보여 대선 기간에 있었던 잡음들은 잊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 대하여 지금까지 속앓이를 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청각장애인들이다.

이번에 치러진 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후 치러진 것이라 준비기간이 짧았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자신의 면모나 공약을 충분히 인지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대선기간 동안 치러진 방송토론은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2차 토론에는 시청률이 40%를 육박할 정도로 대선 방송토론에 온 국민의 귀와 눈이 집중이 되었다.

하지만 대선 방송토론에 대한 청각장애인들의 불만은 컸다. 방송통역 창이 작아 청각장애인들의 시청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더욱이 방송토론에 대선후보와 사회자까지 6명이 참여를 하였는데 수어통역사는 1인이었다. 그리고 토론시간 2시간 내내(문제 제기 후 일부 방송은 중간에 통역사를 교체하기도 했지만) 통역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방송토론 초기부터 장애인정보문화누리(장애누리)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성명을 발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해당 방송사를 장애인 차별로 진정 하였다.

그리고 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장애누리는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 방송토론에 다수의 후보자가 출연할 때 3인의 수어통역사를 배치할 것 등 5개의 요구서를 보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지청 앞에서 청각장애인 참정권 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철환

하지만 3인의 수어통역사 배치 요구와 수어통역창 확대 등에 대하여 ‘수어를 사용하지 않는 유권자의 시청권과의 조화’, ‘방송제작 현실’, ‘토론 진행방식’, ‘공정성 등’을 고려할 때 3인의 수어통역사 배치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등 대부분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답변은 수어통역에 대해 일반 시청자의 민원이 우려되어 수화통역의 문제는 뒤로 미루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수어통역사 추가를 위하여 카메라와 인력 추가가 필요한데, 그런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청각장애인들의 참정권은 일반국민들 시청권, 방송사 운영에 도움이 안 되어 뒷전으로 밀린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국가는 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통하여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지난 해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에는 청각장애인은 수어를 통하여 충분히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선거정보 등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보면, 청각장애인의 올바른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청각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수어통역을 해야 한다. 선거 방송토론은 일반 방송과 다르다. 자신의 권리를 올바로 행사하기 위하여 정보를 얻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수어통역사 3인 배치나 수어통역 창 확대 요구에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일반 시청자와의 조화”, “방송사의 제작 현실 고려”를 이야기하는 것은 청각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에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답변처럼 ‘공정성’을 우려한다면 수어통역사 3인을 배치하여 일반 국민이나 청각장애인들이 방송의 내용을 공정하게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가 만든 선거 방송토론에서 수화통역 3인 배치 예시 동영상 갈무리 ⓒ김철환

방송 제작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지상파방송민이 아닌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등 채널도 다양해졌다.

증강현실의 구현 등 과거와 다른 시대를 살 고 있다. 이러한 방송환경을 반영한다면 지상파 방송이 아닌 다른 방송에서 장애누리가 요구하는 내용을 구현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참정권 문제는 유보할 수 없는 권리라는 것이다. 일반 국민과 같은 시간에 같은 방송에서 후보를 검증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선거가 끝났다고 선거관리위원회나 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2018년 6월에 진행할 지방선거를 대비하여 방송사를 설득하고, 수어통역에 대한기준을 만드는 등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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