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산행을 한다.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중증장애인들이... 과거처럼 장애극복이라는 미명아래 팔 힘만으로 바닥을 짚고 기어서 산을 가는 것이 아니고, 장애인들을 들고 엎고 가는 일차원적인 산행이 아니다.

특수 제작된 트레킹전용 휠체어로 장애인들을 안전하게 휠체어마다 8명 정도의 전문 산악인들이 밀고 끌고 안전하게 함께 산행을 즐기는 형식이다. 벌써 6년째 이 아름다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행사는 사단법인 한국트레킹연맹(이하 트레킹연맹)이라는 전문조직에서 시행하고 있다.

트레킹연맹은 2011년 트레킹 활동을 통해 심신 건강을 유지하고, 자연과의 동화를 통해 풍요로운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트레킹 문화 개발과 보급 및 트레킹 문화를 지켜 나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자연과의 지속적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서, 공익의 증진과 산촌과 도시의 문화 교류를 통한 행복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설립 취지를 가지고 산림청 산하 법인으로 설립되었다.

트레킹연맹의 활동 목표는 전국 트레킹 단체 연맹체 구축과 효율적인 트레일 운영 매뉴얼 보급 및 가치 있는 트레킹 문화 장착과 지역과 도심간 교류를 통한 사회 건강성 회복이다. 이를 위해 공정 트레킹 문화 보급, 산림교육전문가 양성 교육(산림청 산림교육전문가 숲길체험지도사(등산, 트레킹 교육지도사) 양성 교육 기관), 산림복지 전문업 등록하여 2017년부터 산림복지 서비스 제공 사업을 적극 추진 할 계획이다.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인 ‘행복 나눔 장애인 트레킹’은 2011년 장비개발을 시작으로 2012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행사를 진행해 오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자연과 의 소통과 공감을 공유하며 참가 장애인들에 자존감 제고 및 사회 계층 화합에 기여하고 행복을 나누는 숲길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47회 행사에 중증 장애인 및 가족 552명, 비장애인 1,776명 총 2,328명 행복 나눔 장애인 트레킹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특히 척수장애인과 근육장애인처럼 휠체어를 사용해서 산행이라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던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있다.

지난 5월 7일 일요일 오전 10시 우이동에서 출발하는 우이령에서 2017년을 여는 처녀 산행에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구근회 회장 등 6명이 참가를 하였다. 특히 이번 산행에는 전문산악인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5개의 바윗길과 암릉길을 개척하여 산악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지만 2006년 인수봉에서 추락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경수의 척수장애인이 되신 김기섭씨와 같이 산행을 한 것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이며 용산역 추락사고로 하반신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된 최 석씨와 그 어머님도 함께 해서 의미가 더 했다. 어떤 과정으로 장애인이 되었던 자연의 큰 품은 우리를 위로하고 그 가족들도 같이 품어 주었다.

올라가는 중간 중간 숲 해설가 선생님의 나무와 숲에 대한 해설을 듣고 나뭇잎 냄새도 맡고 만져보게 하는 체험형 산행이었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최 석씨에게는 직접 만져보고 촉감을 느끼게 하는 배려도 고마웠다. 오봉이라는 바위를 배경으로 팀별로 사진도 찍고 특별한 체험을 하는 순서도 있다.

이 전문봉사를 하는 분들은 전문 산악인도 있고 숲 해설가 과정중이거나 졸업한 분들도 참여한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말처럼 모두 마음이 선하신 분들이다. 가족단위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았다. 중학생 자녀들과 함께 와서 봉사하는 가족도 있다.

점심시간에는 트레킹연맹 측에서 준비한 맛있는 도시락을 오순도순 들러 앉아 먹으면서 이야기꽃이 끊이지 않는다. 봉사자들이 개인적으로 챙겨 온 과일과 음료수도 나누어 먹는 그야 말로 소풍을 온 기분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큰 소리로 웃고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낀다.

식사를 마치고 재주 많은 봉사자가 나뭇잎을 악기삼아 풀피리로 찔레꽃을 연주하니 모두가 따라 하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과 아름다운 5월의 자연에서 함께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그간 6년 동안 이곳 우이령뿐만 아니라 경기도 송추, 가평, 양평, 강원도 정선, 대전, 경남 등 전국의 산속을 자연을 그리워하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누비었다고 한다. 한정된 예산 으로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트레킹연맹 김주연 국장님의 고민은 아름다웠다.

7대의 트레킹전용 휠체어도 성능개선이 필요한데 예산 부족으로 중증장애인들을 편히 모시지 못하는 것을 많이 미안해하신다. 구조적으로 등받이의 각도가 조절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장애인들의 목근육에 손상이 덜 가게 되고, 휠체어 자체의 완충장치 보완 필요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사고이후 처음 느껴보는 자유로움에 함께 도움을 주시는 산악인들과 금방 동화가 된다. 처음에는 나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습이 미안해하지만 기꺼이 함께 해주시는 자원봉사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흔쾌히 몸을 맡기고 그들과 하나가 된다.

특히 동반한 가족들의 만족도는 너무 높다. 늘 장애인 곁에서 수발을 들다가 봉사자들이 장애인들을 정성껏 케어를 해주니 가족들도 오랜만에 진심으로 힐링을 하였노라며 얼굴이 환해지시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힐링 프로그램임을 자랑하고 싶다.

장애인 당사자의 만족도와 가족의 만족도도 높고 함께한 봉사자들의 만족도도 높으니 이보다 좋은 장애인식프로그램은 없을 것이다. 장비를 더 늘리고 전국적으로 이 사업을 확대하고픈 트레킹연맹 관계자의 바람은 늘 예산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 막힌다. 바라건대 정부뿐만 아니라 산과 관련된 기업체 등에서 다양한 후원을 통해 이 사업이 확대되기를 바랄뿐이다.

‘산이 그곳에 있어 간다.’는 말이 우리 중중의 장애인과는 관계가 없는 말이 아니라 함께 하는 마음들이 있으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 아름다운 산행이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5월의 햇살을 만끽하며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담소를 나누고 있는 척수협회 회원들. ⓒ이찬우

모두 모여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구근회 회장님의 인사가 있었다. ⓒ이찬우

우이령 탐방소의 소장님이 우이령에 대한 역사와 국립공원에 대해 소개를 해주셨다. ⓒ이찬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모두들 긴장된 표정으로 산행을 시작하고 있다. 하나의 트래킹용 휠체어 마다 전문 산악인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이찬우

숲 해설가 선생님께서 소나무에 대한 설명을 맛깔나게 해 주신다. 학습과 체험을 함께하는 유익한 시간이다. ⓒ이찬우

함께한 최 석씨가 어린 나무줄기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서 즐거워하는 표정이다. 자원봉사자 분도 함께 즐기는 모습이 정겹다. ⓒ이찬우

뒤의 오봉이라고 불리는 바위들을 배경으로 김기섭씨와 일행이 기념촬영. 사고전 산악인이셨던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이찬우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 봉사자 한 분이 풀피리로 연주를 하는 숲속의 작은 음악회 장면. ⓒ이찬우

모두가 함께한 기념촬영. 올해도 무사히 모든 행사가 마무리되기를 기원하였다.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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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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