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상처를 잘 받는다.

남편의 말 때문에 입은 상처는 빠르게 내게 꽂힌다.

차에서 덜그럭 덜그럭 소리가 난다.

운전을 하는 동안 신경이 쓰인다.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밤이 깊어서 깜깜하다.

휴게소에 차가 많지 않다.

남편이 의자에 앉아서 차 밑을 본다.

남편은 하반신 마비 장애가 있어 차에서 쉽게 내리질 못한다.

내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본다. 그러나 아무것도 원인을 알 수 없다.

남편이 화를 낸다.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간다고 한다. 남편의 휠체어를 내려줬다.

휠체어에 탄 남편이 보조석 문을 연다. 말없이 올라탄다. 배는 안 아프다고 한다.

그리고 내게 운전을 하라고 한다.

나는 뜨악했다.

갑작스런 짜증과 행동이 또 하나의 상처가 생겼다.

아무말 없이 차는 굴렀다. 두어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의 목적지인 통영에 도착했다.

출발 전 예약했던 호텔 주차장이었다.

주차장은 타워 주차장이었다.

차가커서 주차타워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차에서 내려 프론트로 갔다.

주차에 대해 물어봤다. 호텔 옆 도로에 주차하라고 한다.

차로 돌아왔다. 차로 올라타 호텔 옆길로 몰았다.

일단 남편을 먼저 내려줘야 했다.

남편은 주차를 한 뒤 내려줘도 되지 않겠냐고 소리를 친다.

상황을 보니 차가 다니질 않는 골목이었다.

그래서 난 일단 남편을 내려줘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남편은 주차를 안전하게 한뒤 내려 주라고 짜증을 냈다.

최대한 안전한 자리에서 휠체어를 내리고 남편을 내려줬다.

그런데 주차하기 전 짐들을 내려놔야했다.

나는 짐들을 차에서 내려 아스팔트 바닥에 내려놨다.

그때였다.

남편은 또 소리쳤다.

“젓은 바닥에 짐을 내려놓으면 어떡해?”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주차하는 내내 잔소리가 이어졌다.

말의 상처를 또 입은 듯 했다.

기분 좋아야 할 여행이었다.

그러나 엉망이 되었다.

방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심부름은 계속이어졌다.

남편은 자기만 생각하는 것 같다.

갑자기 마음이 울적해 졌다. 아니, 쓰라렸다.

남편과 약 스물다섯 해를 살았다.

남편은 성실해서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변했는지 남편이 변한 것인지 시간이 지나오며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상처로 돌아오기도 한다.

남편이 결혼 후 얼마 안 되어 다쳤고.

그러다 보니 대부분 소소한 것은 참고 넘어가는 일들이 많아졌다.

특히 말에 있어서는 아픈 사람들은 저럴 수 있지 하는 생각들을 많이 했었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나는 미안하단 말이 듣고 싶었다. 부드러운 배려를 받고 싶었다.

내가 맘이 약해진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아무 일도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매번 참을 일도 아니다.

방법은 솔직하게 내가 남편에게 표현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스물 다섯해를 나와 함께 산 남편이다.

대화가 안 될 것도 없다.

상처는 내가 스스로 치유해야 한다.

길고 먼 부부의 여행을 가기위해서는 말이다.

이젠 내 상처를 들어내고 치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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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주 칼럼리스트 결혼한지 5개월 만에 남편이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됐고 그 뒤로 평범하지 않은 결혼생활로 24년을 살고 있다. 장애를 가진 남편은 비장애인이 봐도 부러워할 정도로 멋진 삶을 살고 있고 아들도 하나있는 47세의 주부이다. 살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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