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창밖 풍경 그림 ⓒ최선영

"우르릉 쾅쾅 우르릉 쾅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잔뜩 찌푸린 심술궂은 얼굴을 하던 하늘은

두둑 두두둑 좀 더 굵은 물줄기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아빠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젓가락을 들다 창밖을 내다봅니다

엄마 품에 비스듬히 안기며 딸아이가 말을 꺼냅니다

“엄마~하늘도 은비처럼 마음이 슬픈가 봐요~”

엄마는 말없이 은비를 토닥여 줍니다

1시간 전

​은비네 가족은 놀이터에 있습니다

이리저리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은비가

퉁명스레 허공을 향해 한마디 툭~던집니다

“좋겠다”

“은비야 아빠가 은비 업고 엄마랑 달리기 시합할까?”

“아니오”

“왜? 은비 달리기 놀이 좋아하잖아”

“이젠 재미없어요”

은비는 뾰로통하게 대답을 합니다

“은비야 엄마가 저 친구들한테 여기 와서 같이 놀자고 말해볼게”

엄마는 은비의 표정을 살피며 말합니다

“지난번에도 같이 논다고 와서는 과자만 다 먹고는 가버렸잖아요 싫어요”

은비는 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도리질을 하며 말합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은비 그림 ⓒ최선영

시무룩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뛰어노는 아이들만 바라보는 은비에게

아빠가 말을 건넵니다

“은비 밥 먹으러 갈까? 너 좋아하는 자장면 먹을까?”

“그래 엄마 배고프다 자장면 먹으러 가자~” 엄마도 아빠의 말을 거듭니다

“네...” 마지못한 듯 은비는 대답을 흐립니다

아빠는 은비의 구겨진 마음을 풀어주려고 어젯밤에 읽었던 동화책 이야기도

꺼내보고 은비가 좋아하는 자장면을 곱빼기로 주문하고 탕수육까지 시켜주었습니다

평소에는 절대 안 된다고 하던 콜라도 엄마가 시켜주었습니다

그런데 은비의 표정은 여전히 먹구름입니다

우르릉 쾅쾅 우르릉 쾅쾅

두둑 두두둑

한두 방울 똑똑 떨어지던 빗물이 은비의 마음을 담은 눈물이 되어 쏟아져 내립니다

“큰일이네 우산도 없는데...”

아빠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창밖을 보며 말합니다

“갑자기 이렇게 오는 걸 보면 아마 지나가는 비인가 봐요 천천히 먹고 그치면 나가죠”

엄마는 걱정할 것 없다는 듯 아빠를 보며 말합니다

온종일 내릴 것 같던 비는 엄마 말대로 어느새 뚝 그쳤네요

“은비야 또 비가 올지 모르니까 이제 집에 가자”

아빠는 은비가 탄 휠체어를 밀어주며 말합니다

“아빠 공원에 잠깐 가보면 안 돼요?"

“음... 빗물 때문에 땅이 많이 젖어 있는데... 가보고 싶어?”

엄마가 젖은 땅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다시 공원을 간 은비 그림 ⓒ최선영

“네... 비 온 다음은 어떤지 궁금해요”

은비는 꼭 가보고 싶다는 듯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합니다

은비의 휠체어는 다시 공원을 향합니다

공원에는 뛰놀던 아이들의 흔적이 사라지고 덩그러니 은비 가족만 있습니다

“엄마 전 언제쯤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요... 저도 친구랑 놀고 싶어요...”

“학교에 들어가면 친구들 많이 생길 거야... 은비 내년에 학교에 갈 거니까 조금만 참자...”

아빠는 은비의 작은 어깨를 토닥여 주며 말합니다

​어느새 해가 어둑어둑 해졌네요

이제 은비네 가족은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피곤하다며 엄마 무릎에 누워있던 은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하늘을 한참을 바라보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어요

"엄마~저 달이 자꾸 나를 따라와요~"

은비의 말에 엄마도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은비네 차를 따라오는 달 그림 ⓒ최선영

군데군데 먹구름이 흩어져 있는 사이로 살며시 보름달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어요

"어~정말 달이 나왔네~ 음... 우리 은비랑 친구 하고 싶어서 따라오는 것 같은데~"

엄마의 말에 은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에게 친구하자고 말했어요

잠시 후

은비가 하늘을 두리번두리번 살피더니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말했어요

"엄마 달이 안 보여요"

엄마는 은비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아마 은비 보다 더 빨리 달려가서 짜~잔 하며 나타날 거야~"

"정말요?"

두리번 거리던 은비는

"엄마~진짜 저기 앞에 와있어요~"하고 소리쳤어요

은비의 목소리에 반가움이 가득 묻어 있어요

"어~정말 먼저 와서 기다리네~" 아빠 목소리에도 반가움이 묻어 있어요

“우리 은비에게 좋은 친구가 생겼네”

엄마가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은비야~아빠도 너처럼 어릴 때 저 달이 친구가 되었던 적이 이었어 아마 엄마도 그랬을걸~

아빠 엄마 친구였던 달이 이젠 우리 은비의 친구가 되었네“

“아빠 엄마도 나처럼 잘 못 걸을 때가 있었어요?”

은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어요

“아빠가 많이 아파서 학교 못 갔을 때... 친구가 되어 주었어

저 달은 너무 착해서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것 같아"​

“아빠~나도 아프고 외로운 사람이 있으면 저 달처럼 친구가 되어 줄 거예요"

은비의 말에 아빠 엄마는 은비가 대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은비 속이 점점 깊어지네...” 엄마는 이렇게 혼잣말을 속삭입니다

"우리 은비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 저 달이 고맙다..."

아빠도 은비랑 달을 바라보며 가느다란 말을 속삭입니다

어느새 은비 가족은 집 앞에 도착했어요

"예쁜 달아~난 이제 집에 들어가야 해 너도 엄마 품에서 잘 자 우리 다음에 또 만나~안녕~"

달에게 인사를 한 은비가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엄마~저 달이 자기 집을 잘 찾아갈 수 있을까요?"

엄마는 은비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음 엄마 생각에는 아주아주 잘 찾아갈 것 같아 그리고 내일도 또 놀러 올 것 같은데^^

“예쁜 달아~잘 자~나 피곤해서 먼저 잘게 내일 또 만나~안녕~"

은비는 예쁜 보름달이랑 친구가 된 것이 정말 행복했답니다

그날 이후 은비는 해가 지면 찾아오는 달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느라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답니다

활짝 웃고 있는 은비 그림 ⓒ최선영

그리고

다음 해 은비는 학교에 들어가 많은 친구들을 만났답니다

그리고 은비에게 첫 번째 친구가 되어 준 예쁜 달을 닮은 은비는

어릴 때 아빠와 했던 외롭고 아픈 친구에게 다가가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겠다던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답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해질 것 같은 은비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은비가 바라보았던 그 달을 오늘 외롭고 아픈 누군가가 또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요?...^^

은비처럼 외롭고 아팠던 경험들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따뜻한 마음이 되는

예쁜 도구가 된다면 세상은 참 아름다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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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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