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짜증을 낸다.

"다리가 아프다. 아이구 아이구 죽을 것 같다."

난 귀를 막는다. 계속 몸을 뒤척이고 불을 켜고 일어난다.

난 잠을 푹 자야 새벽에 일어날 수 있는데 남편은 오늘도 다리가 아프다.

그리고 짜증을 많이 낸다. 그런 짜증소리가 난 듣기 싫다. 저 통증이 얼마 만큼인지는 알수가 없다.

그런데도 아픈 소리가 날 힘들게 한다. 아프면 같이 아파야 한다고 생각한다.

25년 동안 저 소리를 듣다 보니 안타까움 보단 피하고 싶은 생각이 앞선다.

나이가 들수록 통증의 주기는 빨라지고, 그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내 맘도 커지고 있다.

거실에 앉아 나 혼자만 의 시간을 갖고 싶을라면 아프다는 소리는 더 커진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온다.

난 아프면 상대에게 피해가 갈까봐 혼자 아파하고 그 자리를 피하는데 남편은 아프면 같이 있어야 하고 같이 아파야 한다.

자리를 피하는 날 보면서 냉정하다고 서운해 한다. 서운해서 미안함보다 나도 이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아픔의 통증소리가 내 심신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왜 나는 이런 아프다는 소리에 민감해 지고 이해하지 못하고 같이 아파하지 못하는 걸까?

남편은 하반신 장애인이다. 하반신을 못 쓰기 때문에 내가 도와야 할 일이 많이 있다. 그러다 보니 난 하루 종일 2배 이상의 부과적인 일들을 많이 해야 한다.

장 건강을 위해 아침은 요구르트를 먹는다. 병원치료를 가기 위해서 같이 외출을 한다.

트렁크에 휠체어를 실어 줘야한다. 강연을 갈 때 도와줘야 하고 옷을 세탁해야 하는 등 많은 일들로 하루를 보낸다.

저녁이 되면 몸과 맘이 피곤해서 잠을 푹 자야 하는데, 남편이 아픈 날에는 그런것도 나에겐 허락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나도 짜증을 많이 내는 사람이 되어있다. 쉼이 필요한데 넉넉지 않다보니 상대방의 아픔에 동참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모습이 됬다.

이런 결과로 나와 남편의 관계가 더 아픈 사람과 더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변한 것 같다.

“아이고 다리야”

그 소리에 깜짝깜짝 놀란다. 의학기술이 언제쯤 발전해서 저런 고통의 소리가 없어질까?

하루빨리 그런날이 오기를, 그래서 습관적이 짜증이 아닌 감사가 습관이 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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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주 칼럼리스트 결혼한지 5개월 만에 남편이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됐고 그 뒤로 평범하지 않은 결혼생활로 24년을 살고 있다. 장애를 가진 남편은 비장애인이 봐도 부러워할 정도로 멋진 삶을 살고 있고 아들도 하나있는 47세의 주부이다. 살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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