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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체크리스트, 자폐인에게 재앙

영장 없는 강제입원 등으로 인권침해 당할 수도 있어

정신적 장애인도 자유를 누릴 권리 있는 소중한 존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3-31 10:57:50
작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공용화장실에서 23세 여성이 한 남성이 지닌 흉기를 여러 번 맞고 사망했던 ‘강남역 살인사건’이 있었다. 조현병으로 인한 ‘묻지마 범죄’로 결론 내린 경찰은 정신장애인 범죄를 막는다는 명분하에 올해 정신질환자 체크리스트 초안을 만들었다.

체크리스트 초안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정신장애인 편견 및 혐오실태 진단은 물론 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고민하기 위한 ‘경찰청 정신장애인 체크리스트 긴급집담회’가 지난 3월 15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진선미 의원실 등의 공동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집담회 자리에서 한 패널은 ‘정신장애인의 자·타해 위험성은 현재가 기준이어야 하지만 경찰은 과거 경험을 기준으로 위험성을 판단한다.’며 ‘과거 위험하다는 것으로 현재도 그렇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이 체크리스트는 정신질환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한 패널은 ‘정신질환자 체크리스트는 영국의 PolQuest를 번역한 데서 나왔으며 PolQuest는 매뉴얼에 구금자를 위한 것이라 되어 있다. 형사사건으로 구류된 사람 중 정신건강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을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을 듣고, 정신질환자를 범죄자 취급한다는 느낌이 들어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나머지 패널들, 심지어 보건복지부 측도 정신질환자 체크리스트는 재검토되거나 반대, 또는 폐지되어야 함을 밝혔다.

하지만 경찰청 측은 ‘이 체크리스트에 기입했다 해서 응급입원으로 가는 건 아니다. 정신질환 유무여부만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크리스트 폐지의사는 없었다. 또한 경찰이 진선미 의원실에 보낸 자료에서는 ‘자타해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라고 되어 있다. 이를 생각하면 경찰청 말이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정신건강복지법 제44조 2항에는 경찰관도 정신질환으로 자·타해 위험이 의심되는 사람 발견 시 정신건강전문요원 등에 그 사람에 대한 진단과 보호 신청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법에서 말하는 정신질환과 관련해 지인에게 잠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복지부에선 이 법 시행규칙에서의 정신질환에 자폐증을 포함시킬 계획이지만 아직 확정단계는 아니며 인권단체는 이 계획을 반대하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결정은 안 났지만 복지부 계획대로 자폐증을 정신질환에 포함시킨다고 한다면 정신질환자 체크리스트가 자폐인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체크리스트를 한번 보았다.

치료관련 문항에서 ‘혹시 정신적 문제로 복용 중인 약이 있으세요?’라는 질문과 관련, 도전적 행동 완화 목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자폐인 경우들을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하게 된다. 체크리스트로 보면 관내 정신건강증진센터와의 협조를 통해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하는 중위험에 속한다.

자살사고의 경우 ‘지금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듭니까?’, ‘최근에 힘들어서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적 있으세요?’라는 문항을 봤다. 이 문항들을 보며 필자의 과거가 떠올랐다.

필자는 사회복지학과 편입생활을 거치며 우리나라 건강보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편입생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행정직 지원을 위해 서류·필기시험을 보았다. 처음엔 영어 TOEIC 성적이 좋지 않아 서류에서 떨어졌다.

1년 후 행정직 서류 심사를 봤을 때는 TOEIC성적을 800점 후반대로 올려놓은 상황이라 서류에서 합격했다. 이후 수리 및 상식 등의 필기시험을 치렀지만 상식에서 필자가 공부하지 않은 부분들이 시험에 나와 모르는 것이 많았다. 모르는 것은 그냥 찍기만 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그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건보공단 행정직 취직을 위해 서류시험을 보았는데 그 때는 영어성적이 좋은 사람들이 워낙 많아 필기시험 기회를 갖지 못하고 불합격했다.

건보공단 시험을 다시 보자고 다짐했지만 3번의 실패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다. 게다가 건보공단 취직 시도 전에 장애인복지관 등의 사회복지직 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경력직을 원하며 당신이 일에 대해 뭘 아냐며 필자를 서류에서 떨어뜨렸다.

이런 것들이 많아서인지 필자 마음속에 ‘나는 가치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구나!’하는 자괴감이 들어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다행히 가족, 지인의 도움으로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에서 4년 2개월 동안 일하는 은혜를 누렸지만 말이다.

그런데 경찰청 체크리스트가 6년 전에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당시 자살생각이 심했던 시절, 운이 없게 경찰관에 걸려 이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고 가정하면 필자는 예라고 답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위험군에 속해 영장 없이 경찰관의 응급입원 신청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자폐성 장애인 취업정책은 개별지도 수준에 그치고 일자리 구인 모집은 신체장애에 경도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1, 2급 자폐성 장애인 취업대책도 없고 자폐성 장애를 업무능력 부재라 여겨 기업에서 채용을 꺼리는 채용자들이 대부분이다.

자폐성 장애인 소득보장의 경우 가족이 최소한의 돈이라도 있으면 부양의무제로 인해 가족이 장애인의 생계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돈이 없으면 소득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장애인 연금이 고작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폐성 장애인이 자살하고 싶은 충동과 유혹이 강하게 들 여지가 많지 않겠는가? 체크리스트로 보면 고위험군에 속힐 여지가 많다. 물론 사람마다 달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경찰관이 직접 관찰하고 기입해야 하는 관련정보의 경우 필자는 혼잣말을 자주 한다. 이런 경우 경찰관이 필자를 보며 체크리스트를 기입한다 가정하면 중위험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망상사고 영역의 경우 누군가 당신을 방해하거나 조종한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여부, 조현병과 관련된 환청 여부 등을 묻는다. 여기에 ‘예’라고 답하면 고위험군에 속하며 응급입원 고려 및 정신보건전문요원과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다. 자폐증과 조현병이 동시에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 경우 고위험에 속한다.

이렇게 체크리스트의 여러 면을 생각해보니 결국 필자를 포함한 자폐성 장애인에게도 경찰청 체크리스트를 시행할 경우 잘못하면 영장 없는 응급입원과 강제입원으로 이어져 인권침해를 당할 수도 있는 강한 여지를 남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디로 재앙이다.

그렇기에 경찰청 정신질환자 체크리스트를 즉각 폐지하라고 강하게 촉구한다. 정신건강복지법 44조 2항의 경찰관의 정신질환자 입원신청 조항도 폐지하고 동법 시행규칙의 정신질환에 자폐증(또는 자폐성 장애)을 포함시키려는 복지부 계획이 철회돼야 함은 물론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지적·자폐성장애인에게는 장애인 거주시설 수용, 정신장애인에게는 정신병원 입원 등을 통한 정책을 펴왔다. 이를 통해 물리적 폭력, 강제입원, 강제치료 등이 자행되어 왔다. 이번 경찰청 체크리스트 초안도 이와 같은 인권침해의 연장선상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경찰청은 체크리스트를 통해 대부분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는 무고한 정신적 장애인을 감금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기를 바란다. 오로지 범인 체포와 수사 등 본연의 업무에만 신경을 쓰길 강하게 요구한다.

그리고 차기 정부에선 시설과 정신병원 위주 정책을 폐지하고 탈시설(탈원화)-자립생활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도출되어 시행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정신적 장애인을 우리 사회의 짐으로 보고 가치 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작태를 이제 제발 당장 그만 두라. 우리 정신적 장애인들은 경찰청의 그런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들도 인간이자 시민이며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졌고, 비장애인, 다른 유형의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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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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