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현판 ⓒ이원무

장애인은 특성상 권리침해 및 법적 불이익을 받기 쉽다. 실제로 성폭력 및 가정폭력의 경우 장애인 권리는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해 인권침해·유린을 당해왔다.

또한 장애인은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고 옹호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다른 사람의 지원 없이는 권리구제절차에 참여하기 어렵고, 신체장애로 인해 권리구제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보호·옹호를 위한 기관으로 역할하고 있지만 위원회 업무범위가 모든 인권문제라 장애인 인권옹호업무 관련인력과 예산이 제한돼 있다. 인권위 조사관의 장애감수성도 많이 부족하고, 장애인차별 진정사건 처리속도도 늦고, 진정기각율도 높아 인권위의 인권옹호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법률구조공단도 있긴 하지만 장애인 특성에 대한 전문성 역시 부족해 장애인 권리옹호에 커다란 한계가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 인권침해는 우리사회에서 너무도 많이 발생하며, 이 경우 장애특성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발달장애인 권익구제를 위해 장애특성에 대한 상당한 전문성 및 감수성이 요구된다.

이런 배경들 때문에 장애특성에 대한 전문성과 감수성이 있고, 접근 용이하며, 효과적 인권침해 구제를 위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설치 필요성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는 십여 년 전서부터 장애인당사자, 장애인계, 법조인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어 왔다.

여러 진통이 있었지만 논의 끝에 2015년 6월 22일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제59조의 9에 장애인학대예방과 피해 장애인에 대한 지원·사후관리를 하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설치 조항이 추가되었다. 그 조항에는 권익옹호기관의 업무도 담겨 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 지원, 장애인학대예방 관련 연구 및 실태조사, 장애인학대예방관련 교육 및 홍보 등의 업무를 맡는다.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는 장애인학대 신고·접수, 현장조사 및 응급보호, 장애인학대사례판정위원회 설치·운영 등 개별사례에 대한 실질적 지원 등의 업무를 맡는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현판 제막식 후 현판 앞에서의 내빈들과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모습 ⓒ이원무

이렇게 법적으로 설치근거를 갖게 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마침내 2월 27일 중앙부터 먼저 개관식을 가졌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전국 17개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실무자 교육 등을 거쳐 올해 8월 개소할 예정이다. 권익옹호기관의 위탁운영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맡았다.

이 날 개관식에는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 김원득 실장, 한국장애인개발원 황화성 원장 등 정부 관계자들과 한국장총 이병돈 상임대표 등 장애계 인사들이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발전을 위한 격려사 및 축사 등을 건넸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개관 인사말, 격려사, 축사 모습들, 인사말을 전하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성재 소장(첫번째), 격려사를 전하는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 김완득 실장(두번째), 축사를 전하는 한국장총 이병돈 상임대표(세번째), 장총련 안진환 상임대표(네번째), 한국장애인개발원 황화성 원장(다섯번째),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여섯번째) ⓒ이원무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개관식을 시작으로 장애인학대 판정도구 및 지표 개발을 통해 지역사회 인권침해 현황을 파악키 위한 실태조사,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 지원, 권익옹호 원스톱 서비스 등을 담당해 장애인 권익옹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학대를 받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같이 어울려 살 수 있게 지원하는 자립지원체계는 어떨까? 이를 생각해볼 때 걱정이 든다.

염전노예사건의 경우 2014년 염전노예 인권침해 민간조사에 따르면 거주지가 불명확한 11명을 제외한 52명 가운데 염전피해 장애인 40명 조사결과, 귀가인원은 7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노숙인시설, 장애인시설, 체험홈 등으로 가고 염전에 남은 사람도 13명이나 되었다. 지역사회로 연계할 자립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장애인들 대부분은 시설로 가거나 지옥 같은 염전으로 다시 되돌아가야만 했다.

피해자 회복을 위한 쉼터의 경우 일부 거주시설을 활용한 임시 쉼터 8개소를 보건복지부가 시범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남성장애인이고, 가정폭력·성폭력이 아닐 시 시설 인권침해를 당해도 갈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는 정식 쉼터는 없다. 여성장애인이며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만 정식 쉼터에서 잠시 머물 수 있으며, 그 수는 가정폭력, 성폭력의 경우 각각 3개소, 8개소밖에 없다.

게다가 정신적 장애인들은 주거권 관련 정보접근성이 보장되지 않고 주거지원서비스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설사 자립지원체계가 있다 해도 서울시 장애인전환서비스센터 말고는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국가차원의 체계나 계획은 전무하다 봐도 무방하다. 현재 발달장애인법에 의해 설치된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한 개인별지원계획 시행의 경우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달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천박하고 자기옹호 체계가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현실 속에서는 설령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있어도 고립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유엔 산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단체 Inclusion International의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 관련한 현실을 다룬 보고서에 그런 상황이 잘 나와 있다.

이렇게 자립지원체계가 열악한 현실을 생각하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권익옹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상당히 많이 든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은종군 관장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좌측),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사업계획 프리젠테이션(우측) ⓒ이원무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직원 소개 모습 ⓒ이원무

따라서 피해 받은 장애인(발달장애인 포함)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자기옹호, 주거 등의 자립지원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게 장애인 권익옹호에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감히 말하고 싶다. 그래야 자립지원체계와 권익옹호체계 간 연계가 잘 이루어져 장애인 권익옹호가 진정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계와 발달장애인 등의 장애인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국가차원의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도출되길 바란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는 이 계획에 따라 자기옹호, 주거 등의 자립지원체계를 수립, 피해를 받은 장애인이 회복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하길 바란다.

정신적 장애인들이 주거관련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정보접근성 제고, 공공임대주택 취득요건 완화 등의 대책도 나왔으면 한다.

시설 인권침해 등의 긴급상황 시 장애인이 갈 수 있는 법적 근거의 정식 남성, 여성 쉼터들도 반드시 필요하다. 쉼터에선 몸과 마음의 치유와 자립생활훈련, 취업훈련 등을 지원하고 신체적, 심리적 피해배상이 꼭 있어야 한다.

쉼터에서 연계될 수 있는 체험홈, 공동생활가정의 경우 발달장애인을 깊이 아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에서 운영하면 좋겠다. 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고자 하는 경우엔 발달장애에 대한 전문적 이해 및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 발달장애인 당사자 등의 충원을 통해 신체장애 중심의 운영방식 한계를 극복했으면 좋겠다.

이외에도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한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개인별지원계획이 제대로 작동되고 권익옹호기관과 지원센터 간 연계가 잘 되어 피해 장애인 자립지원이 잘 되었으면 한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피해와 학대를 받은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기를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제대로 된 자립지원체계 수립은 필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특히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발달장애인 차별을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장애인의 평등하고 자주적인 삶 실현을 가능케 하는 산파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개관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개관 축하를 위한 떡 절단식 모습 ⓒ이원무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파이팅하는 모습 ⓒ이원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활동가와 함께 ⓒ이원무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