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만에 몸살감기가

평소면 벌떡 일어나서 물을 준비하고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무척 바쁜 시간.

그런데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머리는 지끈 거리고 온몸의 관절이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 아프다.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하는데 몸 따로 생각 따로다.

용이 엄마~

용이 엄마~!!

잠에서 깬 남편이 부른다.

오늘 같은 날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은데.

“오늘 스케줄이 여러 곳인데 빨리 물주고 먹을 것 좀 주소”

너무도 야속하게 남편은 본인의 일만 줄줄 이야기를 한다.

“여보 나 몸이 아파 꼼짝 못하겠어”

남편은 내가 동행하지 않으면 움직이는 것에 불편함을 많이 느낀다.

옷을 챙겨 줘야 하고 음식을 차려줘야 하고 휠체어를 실어주고 내려 주고 할 일이 많다.

그런 사정을 알지만 오늘은 도저히 내가 움직일 수가 없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나 오늘 도저히 못 움직이겠어

당신 혼자 다녀오면 안될까?”

순간 아무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 묻는 물음도 없다.

이렇게 서러울 수가

남편은 척수장애인이라 수시로 소변염증으로 인해 열이 많이 난다.

그럴 때면 밤새 잠을 못자고 남편 옆에서 있어야한다.

너무 피곤해서 간호를 하다가 깜빡 졸기도 한다.

남편은 “내가 이렇게 아픈데 잠이 오나?” 하면서 화를 낼 때도 있다.

아파서 저러겠지 하면서 이해를 하기도 하지만

서운할 때 가 더 많았다.

그런 날이 수 없이 많았건만

오늘 남편은 어디 아프냐고 나에게 묻지도 않는다.

서러움이 복 받쳐 눈물이 울컥 나온다.

아들이라도 있으면 약이라도 사오라고 할 텐데

아들은 군대에 가있고 내가 움직이지 못하니 약도 먹질 못한다.

아픈 나를 위로해 주는 건 두 마리 강아지뿐.

서운한 마음을 들으라고

큰 소리로 강아지들에게 하소연을 해본다.

“얘 들아 엄마가 많이 아퍼, 약좀 사올래?

엄마가 해장국을 먹으면 나을 것 같은데 가서 사올래?”

말귀를 알아들을 리 없는 강아지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처다만 보고 있다.

남편이 장애를 입은지 25년 그 동안 난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를 못해 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난 아프지 않는 사람으로 남편에게 기억 되었나보다.

아니면 본인의 아픔 앞에 난 아무것도 아니었는지.

너무 날 몰라봐 주는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아파도 혼자 아파하는 내가 너무 슬픈 오늘이다.

“옷 줘 밥 먹으러 가자”

무슨 밥을?

“해장국 먹자 빨리 나아야지”

조금 전까지 서운한 마음은 어디가고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한다.

생각보다 몸이 남편에게 맞춰줘 있는 것이 신기하다.

그래

내가 건강을 관리해야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지.

다시 내 마음을 정리하면서

휠체어를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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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주 칼럼리스트 결혼한지 5개월 만에 남편이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됐고 그 뒤로 평범하지 않은 결혼생활로 24년을 살고 있다. 장애를 가진 남편은 비장애인이 봐도 부러워할 정도로 멋진 삶을 살고 있고 아들도 하나있는 47세의 주부이다. 살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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