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지체장애를 가진 분들 중에서 나의 행복 연구에 흥미를 가진 분들과의 인터뷰를 하였다. 목적이 있는 만남이었지만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었기에 서로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기억에 남는 분들을 중심으로 행복에 대한 의견과 결부하여 풀어보려고 한다. 이분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 신상에 관련된 모든 정보들은 변경하여 기술하였다.

첫 번째 사람.

그녀는 40대의 싱글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의 행복 점수를 100점 만점 중에서 70점을 주겠다고 했다. 그녀의 대부분의 화제는 직장에 관한 것이었는데, “회사가 저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안겨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저의 행복에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평소에 평일은 거의 야근을 한다고 했고, 주말이면 집에서 쉬거나, 집안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청소해둔 뒤에 편하게 누워서 TV를 보는 것이 유일한 여흥이라고 하였다. 그녀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면서, 자신의 단조로운 일상을 어떻게 깨뜨려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하였다.

두 번째 사람.

그는 60대의 가장이다. 그는 “내 행복에 점수를 꼭 매겨야 하나요?”라는 재치 있는 대답을 하였다. 그와의 인터뷰는 중반으로 갈수록 진지해졌는데, “난 가정을 이룬 후에 나를 믿고 의지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살아왔어요. 가족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좋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아내와도 공유하기 힘든 나만의 복잡한 감정이 있습니다. 장애와 관련된 고민들인데 어릴 때 장애를 갖게 되었어도 감정만큼은 무뎌지지 않네요.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앞으로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할지 생각하는 중입니다. 저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뒷부분에 하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우리말 중에서 얼(정신)이 익은 사람을 줄여서 ‘어른’이라 한다고 하였던가? 그런 의미에서 참 어른 같았다.

세 번째 사람.

그녀는 70대의 수줍음 많은 할머니이다. “내 행복은 60점 정도는 되지 않겠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40대 중반에 갑작스러운 사고를 경험한 그녀는 “자녀들이 엄마 손이 가장 필요할 때 다쳤어요. 자녀를 챙겨주지 못하는 게 아픈 것보다도 힘들었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는 자신이 자식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열심히 사랑을 표현한다고 했다. “저의 인생만 보아도 알 수 있잖아요. 앞날은 아무도 알 수가 없죠. 제가 자녀들과 손주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간절히 기도해주는 일이에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엄마가 늘 밥을 챙겨 주듯이 하는 거죠. 요즘은 손주들에게는 카카오톡으로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요. 이래봬도 제가 손주들에게 인기가 참 좋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참 행복해보였다.

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마다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첫 번째 사람은 직장에서의 안정감을 통해서 행복을 추구하고, 두 번째 사람은 가족에게 헌신하는 삶을 통해 행복을 추구해왔지만 최근에는 자신만의 삶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행복에 다가가고 있다. 세 번째 사람은 자녀들을 향한 무한한 사랑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행복: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대상

어느 심리학자가 말하길, ‘행복이란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대상이 있는 상태’라고 하였다. 행복에 대한 많은 정의들이 있지만 나는 이 정의를 가장 자주 인용한다. 엄마가 새벽마다 갓난아기에게 젖을 먹여야하지만 고생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것은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대상(아기)이 있고, 그(아기)를 위해 오늘도 자신이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대상이나 가치가 있는 삶은, 때로는 기분 좋은 환희의 순간들도 있지만 때로는 그것 때문에 지불해야 할 몸과 마음의 고통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자식을 키우는 동안 부모가 감당하는 노고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이나 사명을 가진 소방관, 의사, 성직자 등의 삶을 떠올려보라. 행복으로 가는 여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 지금 인생이 공허하다면, 적극적으로 추구할 대상을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거나, 중도에 잃어버렸거나, 잘못된 선택을 했음을 뒤늦게 깨달은 경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행복이 이렇듯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면, 일상이 흥겹지 않더라도 혹은 극복해야 할 문제들로 산적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당신이 추구하는 대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지 않을까.

나는 두 번째 남성이 지금까지 가족들을 사랑하며 살아온 한결같은 시간에 박수를 보내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는 그에게 높은 평가를 보낸다. 앞으로 그가 노년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구할 대상을 발견하기를 바래본다.

나의 행복기준: 날 웃고 웃게 만드는 것들

지금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는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면서 살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발견하는 쉬운 방법이 있다. 요즘 무엇으로 인하여 ‘울고, 웃고, 화내는 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로는 ‘가족’, ‘건강’, ‘사랑’, ‘신뢰’ 등이 행복의 최우선적 가치라고 말하지만, 그런 것들이 이미 성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들, 가령 돈, 학력, 직장, 외모, 권력, 배우자 등으로 크게 좋아하거나 화내거나 좌절한다.

사실은 그것들이 행복의 기준이었던 것이다. 현실에서 이러한 것들이 행복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조건이 곧 행복(조건=행복)은 아니다. 조건을 다 가진 사람들 중에도 우울감 등으로 인해 목숨을 버리는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행복: 인생의 목적이 아닌 '결과물'

이제 글을 맺으려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행복은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대상을 향해 살아가다 얻어지는 ‘결과물’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행복이 내게서 떠나가지 못하도록 꼭 붙들어두려고 하거나, 혹은 행복감을 커다랗게 만들려고(마치 헬스클럽에서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 강박적으로 행복을 좇으며 살지 않기를 권고한다. 대신에 ‘무엇을 추구하며 살 것인가?’ 그것을 열심히 찾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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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칼럼리스트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에게 진정한 쉼은 무엇인지, 자유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은 무엇인지를 가르쳤으며, 현재는 미국 센트럴 미시간 대학교(Central Michigan University)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장애인의 여가를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여가와 행복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제공하고, 미국의 현장감 있는 소식을 전달할 예정이다. 장애인의 삶에 대한 관심은 열정과 패기로 가득했던 20대 청년시절의 첫 직장,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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