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이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했다는 보도를 접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한 달 전쯤인 1월 20일 이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제도를 통한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에 청신호가 켜졌구나 하는 기쁜 마음에 기사들을 서둘러 읽어보았다.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비율을 지키지 않는 공공기관들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긍정적인 평을 담은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점이 있었다. 이 개정법률안이 발의될 때 핵심은 현행 1%인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비율을 3%로 상향조정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에는 의무구매비율이 그대로 1%였던 것이다.

그리고 몇몇 기사들에 이 3% 상향조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빠지게 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래도 장애인생산품 구매비율을 지키지 않는 기관들을 좀 더 강력하게 압박할 수 있는 근거는 생겼으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잠시 이 보도를 잊고 지내다가 며칠 전 우연히 실업문제가 심각하다는 뉴스를 보고 잊었던 3%가 떠올랐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법안심의 과정에서 어떤 내용들이 논의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국회 웹사이트에 들어가 회의록들을 찾아 읽어보았다.

안건이 상정되고 개정안에 대한 주요 내용이 이렇게 설명되었는데 목표치의 상향조정은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인 구매비율이 1%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에 대해 고려해 볼 필요성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복지부측 인사의 설명에서는 다른 우선구매제도들이 여럿 있지만 대부분 구매비율을 1%로 규정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1%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생산품만 3%로 상향할 경우 다른 직역에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기에 현행대로 유지하고 구매비율에 미달하는 경우에 조치 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만들어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전체 공공기관의 구매액 중 장애인생산품 구매액 비율은 1%를 초과했지만 기관별로 보았을 때, 1%를 달성하지 못한 기관이 50% 가량 되며 장애인생산품 뿐만 아니라 우선구매 대상이 많아 1%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관도 많기에 1%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더하여졌다.

물론,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특히, 나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법률과 정책들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의 충분한 검토를 바탕으로 제시된 의견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나로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평균이 1%를 넘었지만 평균 미만이 절반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의무구매비율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1% 준수기관들을 늘리는게 우선이라는 판단인데 이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목표를 높게 잡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면 평균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데 목표를 낮게 잡고 대다수가 이 목표치에 도달하게 하면 편차는 줄어들겠지만 평균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자칫 하향평준화의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둘째, 장애인생산품 의무구매 비율만 상향하면 다른 우선구매제도에서도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이 의무구매가 민간기업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에 적용하는 것이고, 무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기에 우선구매 비율 상향에 대한 요구들이 있으면 일정 수준까지는 모두 허용해 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단, 물품의 품질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양질의 제품을 구매하는 방향으로 하고 우선구매대상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없는 경우에는 예외를 둔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의 이의제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비율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은 아닐까 생각된다.

셋째, 장애인의무고용제도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장애인의무고용율을 충족시키지 못한 곳들이 다수 있고, 대기업 등은 고용부담금을 내더라도 장애인을 채용할 계획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의무고용율을 지속적으로 상향조정해 왔으며 올해에도 상향조정을 통해 공공기관 3.2%, 민간기업 2.9%의 의무고용율을 적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2020년부터는 공공기관에도 의무고용율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하였다.

민간기업에까지 적용되는 제도이지만 의무고용율 상향 등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똑같이 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시행되는 제도인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는 그 적용대상이 공공기관으로 한정되는데에도 불구하고 그 비율을 높이는데 미온적이기만 하다. 과연 의무고용율은 잘 지켜지고 있어서 상향된 것일까, 다른 단체 등의 반발이 없어서 상향된 것일까 생각해 볼 문제이다.

‘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본회의 통과과정을 살펴보며 재미난 계산을 하나 해 보았다. 2016년 공공기관의 총구매액이 49조 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었었는데 1%를 의무구매 한다면 4,920억여원인데 반해 3%를 의무구매한다면 1조 4,760억여원을 의무구매하게 된다. 9,840억여원 가량을 더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는 훨씬 적은 비용이 드는 경우도 많겠지만 9,840억여원 중 재료비 등으로 80%가 사용된다고 가정을 하면 1,968억여원 가량이 이익금이 되는데, 이 금액을 일자리로 환산해 보았다.

2016년 최저임금과 퇴직적립금, 업체부담사회보험료 등을 고려해 볼 때 주 40시간 근로자 한명을 1년간 고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1,780만여원이었다. 약 11,056명의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법안심의 과정에서 복지부가 3% 상향을 유보하는 의견을 취함으로써 장애인 일자리 11,056개가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렇게 단순하게 계산할 문제도 아니고 이러한 해석은 비약이 심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복지부의 장애인 일자리를 다루는데 있어서 만큼은 행정가들이 이러한 계산을 하는 사람의 심정이었으면 싶다. 강력한 의지로 장애인 입장에서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면 장애인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여 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복지비용을 절감하는 최선의 정책일 수 있다는 점을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