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척수손상 관련 데이터가 매우 부족한 상태이고, 척수장애인의 등록체계가 없어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것조차 불가한 상태이다. 대략적 예측으로는 2014년 실시한 장애인 실태 조사에서 지체 장애인의 약 4.9% 약 67,313명으로 추정이 되었다. 이는 총인구의 약 0.1% 수준이다.

이 또한 전수조사가 아니라 표본조사로 나온 결과이어서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군다나 발생률, 사망률, 기대 여명, 구체적 발병 원인, 주기별 후유증의 빈도, 건강상태 등 척수손상 특이적 데이터도 전무한 상황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선진국을 제외한 국제적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전 세계 척수손상의 발생률/유병률을 알 수 있는 적정 데이터의 부재는 공통의 현상이고, 척수장애인들의 삶을 반영하는 데이터도 부족한 상황이다.

통계는 현실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종국에는 효율적인 정책은 만드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이미 장애통계의 필요성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31조를 통해 천명하고 있다. 31조의 통계와 정보수집에서 장애에 대한 통계를 촉구하고 있다. 척수장애에 대한 통계의 필요성은 국제장애보고서와 척수장애의 국제적관점이라는 WHO에서 발간한 책자를 통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다.

2013년 9월 열린 유엔 장애위원회 고위급회담에서도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어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보건기구)에서는 ‘2014-2021 국제장애행동계획’에서 척수장애와 관련된 국제적인 통계를 구축할 것을 결의하게 되었다.

이 통계를 위해 WHO, ISPRM(International Society of Physical and Rehabilitation Medicine, 세계재활의학회) ISCOS(international spinal cord society, 국제척수손상학회), 그리고 스위스 척수 센터가 연구 실무 기관으로 함께 공조를 하고 있다.

국제 척수손상 설문조사(InSCI) 연구는 전 세계 28개국이 참여하고 최초로 세계보건기구의 6개 지역이 동시에 참여하는 초유의 척수장애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다.

InSCI는 ‘척수손상을 위한 건강배움계획(Learning Health System for SCI Initiative)’의 첫 단계로서 시행을 위해 2015년도와 2016년도에는 국가 간 토론과정과 국가별 번역과정이 있었다. 선도적으로 한국에서는 2015년 말에 국립재활원과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공동으로 시범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보고서를 발행하기도 하였다.

세계 28개국에서 동시에 실시되는 서베이 현황, WHO, ISPRM, ISCOS, 스위스 척수센터 등과 함께 한다. ⓒ이찬우

2016년 한해에는 같은 문항으로 공통적인 설문을 실시하기 위한 국가별 준비가 단계를 거쳤으며 드디어 2017년 3월부터 본격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설문조사 이후의 일정은 2018년도에 전 세계의 설문결과를 종합하여 그 결과를 학술지에 특별 게재하게 되며, 2018년 제71회 WHO 회의에서 설문조사의 결과와 필요한 행동에 대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2020년도에는 국가정책수립 책임자들 간의 토론(National Stakeholder Dialogues) 과정이 있을 것이며 이는 실질적 국가 정책 및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2022년도에는 정책 반영을 확인하기 위해 제2차 국제척수손상 설문조사를 다시 한 번 시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 설문조사의 목표는 척수장애인의 기능, 건강, 안녕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기능, 건강, 안녕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들을 확인하며 설명을 통해 더 나은 정책, 서비스, 보건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적, 정책적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목표 피험자가 1,500명이고 최대 3,000명까지 설문을 할 계획이다. 척수협회의 회원은 물론 산재, 보훈대상자 등의 대한민국의 척수장애인들이 적극 참여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피험자 대상은 19세 이상의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척수장애인이고, 선천적 원인으로 인한 경우나 손상직후이거나 손상 후 아직 입원중이어서 지역사회의 경험이 없는 경우는 이 설문대상에서 제외된다.

국제 척수손상 설문조사(INSCI survey)는 총 125문항으로 구성되어 척수장애에 대한 전반적인 설문을 꼼꼼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설문참여방법은 자기기입식을 우선으로 진행하며, PC나 모바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http://naver.me/xvHwmTuu) 또한 1:1 면접식 또는 전화를 통한 설문은 추후에 진행할 예정이다. (문의: 02-901-1709)

국내 설문일정은 3월부터 9월말까지 시행하고 년 말까지 데이터 분석을 완료하는 기나긴 대장정으로 진행이 된다. 자세한 공지는 3월초에 척수협회나 국립재활원와 메스컴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척수장애인 당사자인 필자의 간절한 바람은 이 조사를 통해 한국의 척수관련 정책의 변화를 기대하고, 국제적인 이슈를 통해 정책의 상향발전을 모색하기를 바란다. 척수관련 정책에 대한 반성과 촉진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척수장애인들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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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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