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올해는 필자가 척수장애인으로 살아온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강산이 3번 바뀌었던 세월이지만 척수장애와 관련된 재활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아직도 재활의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고, 3개월마다 병원을 옮겨 다니는 재활난민들의 한숨은 그대로이고, 지금도 준비 없는 사회복귀로 경쟁력 없는 장애인이 되어 지역사회에서 또 다른 칩거가 시작되기도 한다.

오히려 30년 전에 필자가 경험했던 재활과정보다 못한 재활과정을 답습하고 후회하고 안타까워하는 척수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퇴원 이후의 관리체계 부재는 ‘나는 누구인가?’하는 당사자의 존재감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경우도 많다.

대한척수손상학회, 재활의학회 등의 전문가 사이에 척수장애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외국의 환경에 훨씬 못 미치는 것도 현실이다. 다행히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척수손상학회(IsCOS) 등 국제적으로 척수장애에 대한 이슈파이팅을 통해서 역으로 밖에서 부터의 변화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재활의료 그러면 물리치료로만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사고나 질환에 의한 척수장애 등의 중추신경계 그리고 뇌병변장애 등 뇌신경계의 전문재활분야와 만성 근골격계 질환이나 노인성 질환의 치료는 구분이 되어야 한다.

척수장애, 뇌병변장애와 관련된 재활은 ‘의료적 재활’과 ‘심리적 재활’, ‘사회적 재활’이 균형적으로 이루어져야 그 효과가 극대화되고 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 단순히 생각하는 치료와는 질적 구분이 되어야 한다.

‘의료적 재활’은 신체적 재활로 수술과 물리치료 등 손상초기에 집중이 되어야 한다. 향후에 후유증과 합병증에 대한 관리도 포함이 된다. ‘심리적 재활’은 중도장애로 인한 심리 안정과 장애수용, 동기부여 등의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한 심리상담과 장애인식 개선도 중요한 부분이다. 가족 지원을 소홀히 하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장애인에게 전이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재활’은 지역사회로 나가기 위한 사회복귀훈련, 병원 내 직업재활상담 또는 훈련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 이로 인해 계획 없는 장기간의 병원생활은 당연히 사회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된다.

척수협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상홈 프로그램은 사회복귀를 강화하기 위한 집중적인 훈련프로그램인데 몇 년의 병원생활보다 단 한 달의 일상홈 훈련이 당사자의 사회적응에 효과 있다고 훈련참가자들이 평가를 하고 있으니 척수장애인들의 병원 내 재활환경을 가늠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는 병원에서의 재활시스템 부재에서 오는 현상임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종합병원은 의료적 재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초기재활은 가능하나 짧은 입원기간으로 그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물리치료 위주로 척수장애인의 재활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7월에 양승조 국회의원이 대표발의를 하여 ‘재활병원의 종별 신설을 위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제안이유에서는 ‘재활의료는 질병 또는 외상 후 신체기능의 손상을 최소화하여 남아 있는 신체기능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합병증 및 후천적 장애를 예방 또는 최소화하거나, 선천적 장애를 가진 자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는 특수한 의료분야로,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재활병원은 요양병원에 포함되거나 일반병원으로 분류되어 재활의료의 특수성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고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정을 받은 일부 재활전문병원과 권역별 재활병원이 전문적인 재활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늘어가는 재활치료 환자를 감당하기에는 수적으로 크게 부족한 상황임을 밝히고 있다.

그럼으로 재활병원은 일반병원이나 요양병원과 구분되는 재활의료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인력, 시설 등을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고, 이에 병원급 의료기관의 종류에 재활병원을 신설하고, 현재 요양병원으로 분류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상 의료재활시설인 의료기관을 재활병원에 포함시켜 보다 체계적으로 재활병원을 관리하는 한편, 환자들이 양질의 재활의료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의를 하였다.

그런데 법안 논의 과정에서 재활병원의 개설권을 의사는 물론 한의사에게도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급기야 올해 1월에 내용은 대동소이하나 한의사에게도 개설권을 주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남인순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이 추가 발의되었다.

이 때문에 대한의사협회, 대한재활의학회와 재활의학과의사회는 법안개정반대를 공식으로 표명하였고, 재활병원의 종별화를 통해 재활의료의 질을 높이려는 과정에 급제동이 걸렸다.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을 이 문제로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전문재활이 필요한 환자와 당사자 그리고 그 가족이 될 것이다. 늘 그랬듯이 전문가들의 이해관계가 최우선순위이고 당사자들의 불편함은 늘 뒷전이다.

우리 당사자들은 당장 부족한 재활시스템으로 시간과 금전적인 손해를 보고 장애의 몸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시간들을 연장하게 되었다. 무엇이 중요하고 우선순위인지는 곰곰이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당사자가 우선이 되는 것이 이리 어려운 일인가? 서로가 지혜를 모아 더 이상 고래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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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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