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저소득 빈곤층 삶의 안정화와 최저생활보장 강화를 목표로 ‘기초생활보장 3개년(2018~2020년) 계획 수립을 위한 TF’를 구성, 지난 16일 1차 회의를 개최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2015년 7월 맞춤형 급여 시행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폭적인 개편이 있었고, 이러한 맞춤형 급여 개편의 효과로 2016년 12월 현재 수급자 수는 166만명으로 개편 전(132만명) 대비 34만명(25.8%) 증가했으며, 현금급여도 51만원으로 개편 전 40만7000원 대비 25.3% 증가했다고 한다.

이번 ‘기초생활보장 3개년 종합계획’은 2015년 7월 맞춤형 급여 개편의 효과성을 평가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둘 계획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의문점이 생겼다. 개편 전보다 수급권자가 34만명이 증가한 것이 효과라고 자찬을 할 일인가 하는 것이다. 오히려 수급권자가 줄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공공부조제도이며 빈곤층이 호소할 수 있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이라 불리기도 한다. 경기 침체 등으로 저소득 취약계층의 삶이 계속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수급권자로 편입되지 않도록 얼마나 고민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소개하는 복지로 홈페이지(http://www.bokjiro.go.kr). ⓒ복지부

사지마비 척수장애인 L씨는 최근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앞두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어린 자녀의 양육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로 부인과 오랜 냉전이 있고, 활동보조인이 1년이 넘도록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아 도와주시는 어머님의 건강이 나빠지는 등의 악재가 겹쳐지고 있다.

제대로 된 경제활동만 할 수 있어도, 믿음직스러운 활동보조인과 충분한 활보시간만 연결이 되어도 이런 극단의 결정을 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불효자가 된 우울함은 가정을 저버리는 극단의 상황까지 내몰리고 말았다.

과연 L씨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수급권일까? 수급권이 최선일까? 사전 예방조치는 없는 것일까? 몇 번이나 이러한 상황이 되는 것을 막을 기회는 있었다. 안타까운 사연으로 연금을 받을 기회도 잃었고, 직업재활의 기회도 없었다. 중중장애인과 가족의 짐을 덜어 준다는 활동보조제도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현재 L씨가 가장 필요한 것은 직장이다. 가정을 위해 근로를 간절히 원한다. 활동보조인만 제대로 연계가 되었다면 훌륭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인재이다.

분명히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사회안전망으로 국민 누구나 자격이 되면 하나의 권리로 누릴 수 있다. 뒤집어 보면 그 사회안전망에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 것도 국가이다. 맞춤형 기초생활지원을 하듯 역으로 예방 지원을 하여 이 제도로 들어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초생활수급권자 중에서 장애인수급자를 나타내는 복지부의 통계. ⓒ복지부

수급권자가 수급권을 탈출하는 비율과 통계도 궁금하다. 주변을 돌아보면 수급권을 탈피하는 경우가 많이 없다. 척수협회에서는 수급권을 탈피하는 회원을 ‘용자(勇者,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또한 기존의 수급권을 탈피하는 출구전략에 대한 더 세심한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최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58가지 이상이다. 일부는 200만원 이상의 근로소득은 되어야 이 혜택들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다고도 한다. 가장 큰 고민이 의료비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의료비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수급권 탈피를 고민할 수 있다고 한다. 병원비에 대한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수급권자가 되면 의료보호를 통해 부담 없이 병원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돈 번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일하느라 건강관리도 못하고 아파서 병원에 가면 병원비 부담과 진료와 입원 등으로 직장에서 눈치 보느니 차라리 수급권이 편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항간에 열심히 일하는 장애인들이 조롱거리가 되는 슬픈 현실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강력한 근로자우대 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 근로 장애인들이 대접을 받는 세상이 된다면 굳이 수급권을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것이 줄어들 것이다. 장기근로한 장애인에게 임대주택도 지원하고 교육비도 지원하고 장기근로지원금도 주고 노후보장을 위해 국민연금도 올려주는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

직업에 대한 인식 개선과 중도장애인들을 위한 원직장 복귀를 강력히 추진하고 병원입원 때 부터 조기 직업재활훈련이 도입해야 한다. 학업도 직업재활의 영역에 넣어서 미래의 안정된 직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일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들도 있다. 일리는 있지만 일하고 싶은데 일하지 않는 것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열심히 일하면 장애인이라도 잘 살 수 있는 사회구조가 되어야 한다.

수급권은 권리이다. 어려울 때 소나기를 피하는 안전망이다. 그러나 늘 소나기를 피한다면서 주저앉아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출구전략을 준비하도록 정부는 더욱 더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한다. 사회안전망이지만 영원히 거쳐할 안식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기초생활보장 3개년 종합계획’에 수급권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노력과 예방대책, 탈수급을 원하는 자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과감하게 적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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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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