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때까지, 혼자서는 열 발자국도 걷지 못했다. 선천적으로 뼈가 쉽게 부러지는 희귀병을 앓고 있던 터라 어릴 땐 걷으려고 일어서기만 해도 다리뼈가 부러지곤 했다. 청소년기가 지나 겨우 벽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혼자서 걸어보겠다고 걷다가 채 열 발자국도 걷지 못하고 주저앉기 일쑤였다. 걸을 수 있다면 그건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고 취업하기 위해 찾아간 고용개발원에서 직업훈련과 함께 재활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오전엔 물리치료인 지지대를 잡고 걷기,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다리를 올렸다 내리는 근력운동을 했다. 오후엔 수영장 시설에서 물속에서 걷기, 스펀지처럼 물에 잘 뜨는 도구를 이용해 모래주머니처럼 발목에 차고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각 신체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재활전문 선생님들의 계획 하에 운동했다.

올해 2017년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건강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기존의 장애인 복지법 제29조에서 명시되어 있는 ‘재활체육’이 ‘재활운동 및 체육’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의 ‘생활체육’ 개념을 인용하고 있다. 신법우선의 원칙으로 장애인 건강법이 장애인 복지법보다 우선 적용된다. 그래서 체육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자칫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각 법률에서 말하는 재활체육과 생활체육은 그 의미가 다르다. 재활체육은 장애를 입고 난 후, 신체의 잔존기능을 회복・향상시키기 위해 체육을 이용하여 재활훈련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수영장에서 수영 대신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걷기를 통해 근육 량을 늘려 물 밖에서도 충분히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의미한다. 반면 생활체육은 재활체육의 단계를 넘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수영장에서 수영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정도를 말한다.

재활체육은 생활체육보다 재활전문가들의 역할이 크다. 장애인의 신체에 맞는 운동과 운동량을 결정하고 운동하는 과정을 지도해줘야 한다. 생활체육은 장애인이 자신이 원하는 체육을 선택하여 운동을 한다. 이 과정에서 재활전문가가 지도가 재활체육보다는 적다. 즉, 장애인이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알고 선택하여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운동이 생활화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의 신체기능 회복과 향상을 위해서는 생활체육보다는 재활체육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재활체육의 용어는 2005년 장애인 복지법 개정되면서 명시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재활체육은 개념정의뿐만 아니라 그 연구도 미비하다.

운동을 하고 싶어도 나에게 맞는 운동이 무엇인지, 자칫 운동을 잘못하면 다리가 부러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 재활훈련을 하자고 권유한 선생님들께 선뜻하겠다고 말하지 못했다. 오랜 고민 끝에 시작한 재활훈련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달라지게 했다.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했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했다. 좋아진 신체기능만큼 사회활동범위도 늘어났다.

장애인의 건강법은 2017년 12월 30일에 시행된다. 12월 말까지는 약 11개월 정도가 남아 있다. 재활체육의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장애유형에 따라 재활체육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만들어져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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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칼럼리스트 법학을 전공하고 법학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관련해 10여 가지의 법들이 존재합니다. 법은 존재하지만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알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모르면 두려움의 대상이 바로 법입니다. 법이라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을 장애인 문제와 함께 풀어나갈 수 있도록 쉬운 칼럼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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