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학을 전공하였다고 소개할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건가요?”이다.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교사인 친한 동생이 찾아와 자신이 방학동안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많은 분들이 그녀에게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쫓기듯이 살다가 뭉치의 시간이 생기면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싶어한다. 여행도 가고, 책도 읽고, 악기를 배우기도 하고, 비상금을 털어서 비싼 서비스를 이용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새로워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런 돌발적인 시도를 통해서 만족할만한 쉼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운이 좋게 쉼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실패한 여가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충전, 충족, 충만하게 해주기는커녕 더 많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안겨주기만 할 것이다.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것일까? 쉼의 원리는 간단하다. 자신이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사회적 건강을 위해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계획하는 것이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이러하다.

첫째는 육체적인 쉼이다. 만약 평소에 고된 육체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면, 주말에는 충전을 위해 휴식을 취하거나 산책 정도를 하는 것이 좋다. 갑작스러운 등산이나 격렬한 스포츠 활동은 오히려 체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움직임이 없어서 몸이 찌뿌둥하고 소화력이 떨어진다면, 자신의 일정에 더 많은 육체적인 활동을 포함시키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평소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있는지, 술, 커피, 독한 약, 흡연의 정도는 어떠한지 점검해보도록 한다. 건강한 습관은 육체적인 쉼에 큰 도움이 된다.

둘째는 정신적인 쉼이다. 이것은 “나는 삶의 목표와 방향감각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다가 문득 ‘나는 왜 살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것은 영혼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징표이다.

이런 정신적 상태에서는 삶의 의미와 목적, 희망과 신념, 가치체계를 분명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여가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신앙생활이나 정신적 멘토와의 만남을 통해서 삶의 방향을 재확인하거나, 분주하지 않은 여행을 통해서 자기만의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셋째는 정서적인 쉼이다. 이것은 “나는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고, 편안하게 표현하며, 실패와 좌절에도 감정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가?”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분노, 두려움, 좌절 등으로 인해 감정이 상하고,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정서적 상태에서는 상한 감정의 발산을 돕는 역동적인 스포츠 활동을 하거나,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정서적 지지자를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정서적 지지자를 통하여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쏟아놓고, 감정을 추스리며,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넷째는 사회적인 쉼이다. 이것은 “타인과 따듯하고 만족스러운 신뢰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가끔 대학에서 대학생들의 교우관계를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항상 같이 다니던 친구가 장기 결석을 했는데도 그의 친구들은 “잘 모르겠는데요”라며 그저 멋쩍은 웃음만을 짓고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고, 필요에 의해 사람을 사귀며, 관계를 유지할만한 이유가 사라지면 자연스레 멀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모두 태연한 듯 살아가고 있지만 매슬로우가 말했듯이, 인간은 소속과 애정의 욕구를 가진 존재이며,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존재이다. 우리의 마음의 쉼은 타인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누구나 한번쯤은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소홀해진 관계나 위기의 관계가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회복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잘 쉬는 것이란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막연한 활동이 아니다.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사회적 상태를 두루 살펴보고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실천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쉼은 자신이 가장 잘 계획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파악이 온전히 이루어진 상태에서 여행이 필요하다면 한적한 교외로 떠날 수도 있고, 여가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순서가 뒤바뀌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쉼의 방법이지만 멈추는 것도 쉼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혹시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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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칼럼리스트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에게 진정한 쉼은 무엇인지, 자유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은 무엇인지를 가르쳤으며, 현재는 미국 센트럴 미시간 대학교(Central Michigan University)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장애인의 여가를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여가와 행복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제공하고, 미국의 현장감 있는 소식을 전달할 예정이다. 장애인의 삶에 대한 관심은 열정과 패기로 가득했던 20대 청년시절의 첫 직장,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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