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50세)는 지난해 11월 9일 직원들과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상암동 DDMC(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지하 1층에서 저녁회식을 하고 밤 10시경 같은 층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다. A씨는 지체장애인 4급으로 목발을 사용하지는 않으나 보행에 불편을 가진 회사의 팀장이다.

화장실에서 한 대기업 상무 B씨가 A씨에게 ‘왜 쳐다보느냐. 건방지게’라며 시비를 걸어왔다. A씨는 자신이 장애인으로 보이니까 시비를 거는구나 싶었다. 그 이후의 A씨의 이야기와 주장은 다음과 같다.

B상무의 직장 동료인 C팀장이 A씨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몸을 붙들자 B상무는 A씨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A씨는 바닥에 쓰러졌고, 혼자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몸을 일으켜 앉은 채로 막 회식을 마치고 화장실 앞 까페에 있을 직장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였다.

안경이 벗겨져서 날아가 다리가 부러진 것을 발견하고, 안경을 찾아 들고는 그리고 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서는 순간, C팀장은 다시 A씨를 붙잡았고 B상무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얼굴에 주먹을 또 날렸다. 그로 인해 A씨는 다시 넘어졌다.

이때 전화를 받고 달려온 직원이 나타나자 B상무는 그 자리를 피해 밖으로 나가버렸다. 동료 직원이 달아난 사람들 뒤를 쫓아 밖으로 나갔다.

이로 인하여 B상무는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직장 동료와 C팀장은 화장실 밖에서 만나 서로 싸우게 되었고, 대기업의 또 다른 직원이 나타나 경찰 지구대에 신고를 하였다.

장애인 상사가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항의하며 싸우게 되어 화장실 밖에서는 서로 싸우는 형편이 되었던 것이다. 동료들은 다른 직원이 맞은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맞은 것에 격분하였던 것이다.

A씨는 다시 쓰러지면서 안경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도움을 주려고 달려온 직장동료는 쌍방폭행자가 되었다.

A씨의 직장 동료는 장애인이기에 폭행을 당한 것에 화가 나서 뒤따라가서 싸움을 벌인 것은 장애인 동료로서의 일종의 라포가 형성된 것일 것이다.

A씨는 이런 폭행을 당해 본 적이 처음이라 몹시 놀란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어 119에 실려 병원을 갔다. 병원에서는 상해 2주, 외상 후 스트레스 6개월 치료를 요한다는 진단서를 받았다. A씨는 폭행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증세로 1개월 이상 가해자들이 있는 건물로 출근을 할 수가 없었다.

B상무가 다니고 있는 기업의 윤리국(감사실)에 정식으로 항의를 하였다. 그러자 많은 직원이 있는 직장을 찾아와 사과를 하겠다고 하였다. 많은 직원들 앞에서 폭행을 당하였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은 장애인으로서는 또 다른 상처를 받는 일이었다. 그래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서로 만나지 않도록 조치되어야 하는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가 심한 A씨로서는 사과를 받을 수가 없어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B상무는 A씨가 다니는 성당으로 찾아왔다. A씨는 얼굴을 마주할 수가 없었고 대면사과는 오히려 고통을 더해 줄 뿐이었다.

경찰조사에서 돕고자 하다가 싸움에 휘말린 동료에게 너무나 미안함이 있었다. 화장실 내부에는 CCTV가 없고, 화장실 밖에는 CCTV가 있어 쌍방폭행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B상무가 진정 사과를 한다면 만나자고 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형식적 사과를 하고자 찾아오는 것은 오히려 만남이 고통이라 생각하여 피하자, B상무는 경찰조사에서 화장실에서 쌍방폭행이라고 진술하였다.

A씨는 폭행을 당한 진단서가 있다. B상무는 자신도 맞아서 안경이 부서졌다고 하였다. 그러나 도주하는 장면의 CCTV에는 안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리고 상호 폭행이었다면 동료가 오자 도주를 하였겠느냐, 더 심하게 싸우지 않았겠느냐고 A씨는 주장한다.

상대가 두 명이고, 넘어져서 저항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B상무는 먼저 폭행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변명을 위한 주장이지 증거는 없다.

술에 취한 것도 아니었고 상대가 오히려 우위였는데 먼저 시비를 걸 이유가 없었다. C팀장이 증인이 되어도 이는 같은 동료 관계로 조작이 가능하므로 증거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경찰은 B상무가 자신도 폭행을 당했다고 하니 쌍방폭행으로 조서를 꾸며서 검찰에서 사실을 가리라며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다. A씨는 자신이 폭행을 당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무시에서 출발하였고, 자신은 일방적으로 당한 것인데 거짓으로 쌍방폭행이라고 하니 너무나 억울하고, 악몽까지 꾼다고 말한다. 폭행의 원인제공은 장애라고 생각하고 있다.

안경을 잃어버리고 바닥에 쓰러질 정도면 쌍방폭행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아 보인다. 상대는 두 명이니 A씨가 폭행을 했다고 가정한다면 충분히 만류가 가능하고 경찰에 신고도 가능했다.

물론 신고는 B상무 회사원에 의해 이루어졌으나 이는 화장실 외부에서의 싸움으로 인하여 신고를 한 것이다. A씨는 이 억울함을 밝히지 못하면 이 사회를 어찌 믿고 살겠느냐며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하였다. 진실은 당사자 외에는 알 수 없으니 그냥 사건을 쌍방폭행으로 하고 벌금이나 내고 서로 합의하라는 식의 행정 편의적 사건처리가 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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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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